미래세대(The Next Generation)
직장에서의 불합리와 불공정함에 반기를 들다
공정한 사회를 기대했다고 오히려 더 공정하지 않은 결과를 목격하게 된 미래세대의 관심은 정부정책을 넘어 개인생활과 사회문화적인 측면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평생 모아도 집 한 채 살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월급을 주면서도 단지 ‘자신들은 그랬다’라는 이유로 근로시간을 어겨가며 일을 시키는 회사에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들은 과거세대와는 달리 그러한 불공정을 참지 않으려했고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법적으로 정해진 근무시간을 넘겨 일을 시키는 상사에게 예전세대처럼 무조건 참고 받아들이는 대신 ‘왜 그래야 하죠?’라며 따져 묻거나, 출근시간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관리자에게 ‘출근 시간을 칼같이 지키면 퇴근 시간도 칼같이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며 자신의 의견을 서슴지 않고 드러내기 시작했다. 과거 세대가 윗사람 눈치 보느라 사용하기 어려웠던 휴가도 미래세대는 눈치 보지 않고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회식과 같이 퇴근 후 개인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부의사를 밝힌다.
퇴근 이후에는 전화를 받지 않거나 사무용 단톡방에 접속하지 않는 등 그들의 권리를 찾으려 했다. 이로 인해 근무시간이 아닌 시간에 이메일이나 전화, 메시지 등에 응답하지 않을 수 있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라는 것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고 외국에서 먼저 시작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미래세대는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세상에서 그나마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조금이나마 공정함을 찾는 것이라 여기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려고 한다.
이러한 젊은 세대의 행태는 ‘까라면 까’라는 말을 절대 신조처럼 받들고 직장 일을 생활에서 최우선으로 여기며 살았던 기성세대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변화였다. 그들에게는 너무나 당돌한 태도로 보였다. 그들은 불만이 있어도 회사가 하라면 해야 했고 퇴근 후든 주말이든 상사가 일을 시키면 그것을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나 역시 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사장의 전화를 받고 그대로 회사로 돌아가 밤을 새워 보고서를 썼던 기억이 수없이 많다.
이러한 기억을 머릿속에 담고 무조건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 받아들이던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미래세대의 변화를 보면서 기성세대는 참지 못하고 그들에게 훈계와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직장생활은 그렇게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아니야’로 시작해서 ‘내가 자네만할 때는 말이야’를 지나 ‘요즘 사람들은......’으로 이어지는 레파토리는 전형적인 ‘꼰대’의 모습을 드러내며 젊은 사람들로 하여금 직장생활에 회의를 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꼰대’가 큰 이슈로 떠오를 정도이다.
기업마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기성세대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등 조직문화를 바꾸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사고방식이 그렇게 쉽게 바뀔 수는 없다. 따지고 보면 나이든 세대가 미래세대에게 늘어놓는 잔소리에는 그 어떤 논리적인 근거도 없다. 그저 앞사람들이 그렇게 해왔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자신도 그렇게 따라 해왔을 뿐이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멕시코와 코스타리카를 제외하고 끝에서 세 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근로시간이 길다.
멕시코가 연간 2,225시간으로 꼴찌고 코스타리카가 2,212시간으로 끝에서 두 번째이며 우리나라는 연간 2,069시간을 일하고 있다. 꽤 오랜 기간 동안 우리나라가 압도적인 꼴찌를 기록했지만 멕시코와 코스타리카가 분발하는 바람에 우리나라가 끝에서 세 번째로 밀려났다. 연간 2,069시간이라면 주말과 공휴일, 여름휴가를 제외했을 때 하루 평균 8.4시간 정도 일하는 셈인데 이는 주 52시간제의 도입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대폭 줄어든 결과지만 실제 근무시간은 이보다 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자신의 시간을 대부분 회사에 쏟아 부었으면서도 여전히 노동생산성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2017년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7.0 달러로 아일랜드의 99.5 달러, 노르웨이의 83.1 달러, 독일의 72.2 달러, 미국의 72.0 달러 등과 비교했을 때 형편없는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결국 지금까지 생산성이 낮으니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반대로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생산성을 떨어뜨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들이 지나온 전철이라 해서 근거 없이 젊은 사람들도 자신이 지나온 길을 따라오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생산성이 낮은 이유를 찾아 그것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지 무조건 시간을 늘려 일을 더 하는 것으로 해결책을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미래세대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내세운 주장에 마땅히 논리적인 근거를 찾지 못하자 기성세대는 젊은 사람들에게 조직 내의 직급이나 직책이라는 힘을 이용하여 찍어 누르려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고 이는 직장 내에서 세대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기성세대의 입장에서는 속 터지는 일일 수 있지만 미래세대의 주장에는 전혀 잘못된 것이 없다. 그들은 분명 법적으로 정해진 시간만 근무할 의무가 있을 뿐 근무시간 외에는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전혀 없다. 만약 근무시간이 지나서까지 일을 시키려고 한다면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나이든 사람들이 내세우는 ‘의리’나 ‘인정’, ‘책임의식’ 등은 실체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의리를 내세우며 직장을 위해서 헌신해도 경영이 어려워지면 책임지는 건 직원들뿐이다. 어느 날 갑자기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고 ‘어떻게 회사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하고 분노를 드러내봐야 소용없다.
미래세대는 앞이 보이지 않는 희망 없는 삶을 살면서 그런 바보짓까지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퇴근 시간 이후에 카톡에 접속하지 않거나 주말 근무를 거절하는 것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만일 젊은 사람들이 근무시간에 게임을 하거나 쇼핑몰을 들락거리는 등 ‘딴 짓’을 하다가 일을 제 때 끝내지 못하고 퇴근한다면 그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객관적인 입증을 통해 인사고과에 반영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 근무시간에 열심히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퇴근시간까지 일을 마치지 못했다면 그건 관리의 문제다. 일이 많거나 일의 난이도가 높은 것이므로 업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일이 밀려 퇴근을 못한다고 해서 일을 나누어 하라는 것도 전 근대적인 사고방식이다. 월급을 나누어 받는 것도 아니고 위기상황에서 대신 해고를 자원할 것도 아닌데 단지 동료애라는 말로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옳지 않다. 직장이라는 공간이 공정하길 바라는 미래세대에게 과거에 관습적으로 해 온 방식에 사로잡혀 무조건 ‘직장생활은 이래야 한다’나 ‘라떼는 말이야’하며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은 통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렇게 해서는 서로 갈등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젊은 사람들은 늘 손 안에 스마트폰을 쥐고 있고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불공정한 일을 당하면 참지 않는다. 그러한 갈등은 잡플래닛이나 기업의 급여, 복리후생 수준, 조직문화 등을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블라인드 사이트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그런 것은 다시 회사의 이미지 저하로 이어지고 기업 입장에서도 결코 좋을 것이 없다.
젊은 사람들이 정의나 공정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에서는 이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더욱 주의 깊게 다루어야 한다. 과거에는 직장 내에서 차별을 받거나 공정하지 못한 대우를 받는 일이 있어도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 회사 밖으로 소문이 새 나가지만 않으면 그 안에서 문제를 덮을 수 있었다. 경영자나 조직의 리더가 특정인을 예뻐하고 드러나게 차별대우를 해도 크게 문제되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조직 내에는 파벌이 생기기도 하고 이너서클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서로 다른 업무지시를 내리는 경영자들도 있었다. 리더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들이 있었고 리더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자신에게 아부하는 사람들을 더욱 예뻐했다. 사내정치와 헤게모니 쟁탈을 위한 암투가 판을 치곤했다. 이러한 것들도 앞으로는 기업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밖의 문제로 터져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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