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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은우 Feb 10. 2019

인생을 다시 산다면 후회 없이 살 수 있을까?

후회해도 달라질 건 없다

한 남자가 죽어서 저승세계로 갔다. 천국과 지옥으로 가는 심사대 앞에서 남자는 심판관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이승 세계에 사는 동안 만족스럽게 살았는가?”

남자는 한숨을 푹 내쉬며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봤을 때 아쉬운 것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남의 눈치를 보느라 하고 싶은 것을 해보지 못한 것, 두려움 때문에 머뭇거리다가 좋은 기회를 모두 놓쳐 버린 것, 사는 동안 좀 더 열심히 살지 못한 것 등 온통 후회뿐이었다. 남자는 심판관에게 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전 너무나 후회가 많습니다. 한 번만 더 이승 세계로 보내주세요. 그러면 이번에는 정말 후회 없이 살다 오겠습니다.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그러자 심판관이 남자에게 물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면 이번에는 후회 없이 살 수 있겠느냐?"

심판관의 말에 남자가 들뜬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입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신다면 이번에는 정말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살겠습니다."

그러자 심판관이 노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네 이놈.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었거늘, 지난번 삶과 달라진 게 전혀 없더구나.”

남자는 이미 한 차례 저승세계에 왔었고, 간절한 요청으로 인해 한 번 더 이승 세계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두 번의 삶이 모두 똑같았던 것이다.


가끔, 자신의 지나온 삶이 후회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이번 생은 틀렸으니 리셋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단다. 그들에게 '과거로 다시 돌아가면 지금과 달라질까?'라고 물으면 '당연하지. 지금보다 열심히 살 텐데'라고 말을 한다. '그럼 왜 지금은 열심히 살지 못해?'라고 물으면 그만 말문이 막힌고 만다. 과연 그들이 과거로 돌아가면 지금처럼 후회하지 않고 잘 살 수 있을까? 글쎄.... 어쩌면 그들의 이야기는 지극히 인간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삶에 대해 후회스럽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아무리 큰돈을 벌고 성공한 사람이라도 죽음 앞에서는 후회를 한다는데 말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사람들이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후회하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나는 인생을 살면서 마주쳤던 수많은 갈래길에서 자신이 선택한 길이 아닌 또 다른 길을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요, 다른 하나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어오는 동안 보다 열심히 살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했던 것에 대한 자책일 것이다. 고백하건대, 나 역시 마찬가지다. 가끔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며 나도 모르게 한숨지을 때가 있다. 살면서 마주쳤던 수많은 갈림길에서 '그때 그 길이 아니고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때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봤다면 어땠을까? 헛되이 흘려버린 시간들을 조금 더 아껴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릴 때가 많다. 인내심이 없어, 용기가 없어, 두려움과 결단력 부족으로, 현실과 타협하느라 하지 못했던 수많은 일들, 머뭇거리다 도전조차 못해본 나의 꿈. 바람이 불듯 순식간에 지나버리고 말았던 과거의 나날들을 되돌아보며, 그때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만약 그때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행동했다면 지금의 내 삶은 달라져 있을까? 지금의 내 나이만큼 들어서 되돌아봤을 때 그 삶은 후회 없을까?


그러나 가지 않은 길은 어디까지나 미련일 뿐, 그때로 돌아간다면 또다시 같은 선택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때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했던 일,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일, 소심해서 머뭇거리다 기회를 놓친 일들이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서 그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 난 지금의 내 모습과 다르지 않을 텐데 말이다. 내가 가지 않은 길은 내 길이 아니다. 


내가 선택한 삶에 대한 자책 또한 마찬가지다. 인생을 다시 산다고 해서 지금보다 충실히, 만족스럽게 산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과거로 돌아간다고 한들 인생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지금보다는 후회 없이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착각이거나 현재의 내 삶에 대한 비겁한 변명일 뿐, 다시 과거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산다고 해도 현재의 모습과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심판대 앞에 선 남자처럼 말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후회하는 것은 내 손안에 든 귀한 생명수가 손 틈으로 빠져나가는 걸 보지 못하면서 땅바닥에 떨어진 생명수가 아까워 바닥만 쳐다보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금 열심히 살지 못하면서 지난 시간을 후회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이 어디 있단 말인가? 과거는 미래에 투사된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고 우리 앞엔 미래가 남아 있다.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거나 자책할수록 미래의 삶은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후회해도 달라질 건 없다. 지나간 시간을 붙잡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다가올 미래를 후회 없이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그동안 용기가 없어서, 두려워서, 소심해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못했던 일을 해보는 것이 차라리 더 낫지 않겠는가?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의 삶을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지도 모른다. 자기 삶의 긍정적인 면, 성공적이었던 부분, 보람 있던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 실패한 일, 마음대로 안 되었던 일만 끄집어내어 후회의 감정을 덧칠하고 있는 건 아닐지.... 내 삶이 후회스럽다는 것은 지극히 나만의 주관적인 판단일 뿐, 어쩌면 내 삶이 누군가에게는 부러운 모습일 수 있다. 


당신은, 그리고 나는, 생각보다 더 잘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후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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