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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은우 Apr 07. 2019

앞으로 걷는 게와 솔선수범

말에 앞서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되어야...

어느 바닷가에 칠게 마을이 있었다. 평화로운 시절도 있었지만 환경이 변하면서 먹을 것이 부족해지자 다른 마을의 게들과 경쟁이 시작됐고, 힘센 이웃마을의 게들이 칠게 마을의 땅을 야금야금 차지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면서 마을의 게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된다, 우리 게들도 이제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며 자신을 리더로 뽑아 달라고 나선 게가 있었다. 칠게들은 그 똑똑한 게를 리더로 선출했다. 그렇게 리더로 선출된 게는 혁신이 필요하다며 제일 먼저 걸음걸이부터 바꾸자고 제안했다. 비겁하게 옆으로 걷지 말고 당당하게 앞으로 걷자고 했다. 마을의 게들은 불가능하다며 반대했지만 리더 게는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끝내 리더 게는 모든 게가 앞으로 걸어야 한다는 법을 만들었다. 앞으로 걷지 않고 옆으로 걷는 게가 있으면 집게발을 자르는 형벌에 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집게발이 없으면 생존이 어려워지므로 모든 게들은 불만이 있었지만 리더 게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모든 게들이 앞으로 걸어야만 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앞발과 뒷발의 간격이 촘촘한 데다 신체구조상 앞으로 걷기에는 불가능한 탓에 발이 꼬여 부러지는 게들이 속출했다. 마을에 다리 없는 게들이 빠르게 늘어났지만 위협과 감시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앞으로 걷지 않으면 안 되었다. 게들 중에는 몰래 옆으로 걷다가 비밀경찰에게 적발되어 집게발이 잘린 게도 있었다. 칠게 마을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많은 부상자가 나타났고 깊은 혼란에 빠졌다.


[앞으로만 걸어야 한다는 법이 만들어지자 게 마을은 큰 혼란에 빠졌다. 출처 : pixabay.com]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칠게들이 리더에게 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옛날처럼 다시 옆으로 걷게 해 달라며 리더 게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리더 게는 그건 퇴보하는 것이라 못 박았다. 변화와 혁신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이므로 힘들더라도 꾹 참고 동참해야만 한다고 게들을 윽박질렀다. 


리더 게가 거품을 물며 일장 훈시를 늘어놓는 도중 갑작스럽게 갈매기 떼가 나타났다. 게들은 서둘러 바위틈과 모래 속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앞으로 걸어야 하는 법 때문에 달아나는 중에도 발이 꼬여 제대로 걷지 못하고 갈매기에게 잡아 먹히는 게들이 속출했다. 칠게 마을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그때였다. 누군가 한쪽 방향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리더가 옆으로 걷고 있다! 리더가 옆으로 걷는다!”


모든 게들의 시선이 한쪽을 향했다. 갈매기를 피해 리더 게가 다급하게 바위틈으로 숨고 있었다. 그의 걸음은 완벽한 옆걸음이었다. 갈매기 떼가 물러간 후 성난 게들이 리더 게를 찾아 몰려갔다. 그중에는 양쪽 다리가 몇 개씩 잘려 나간 게들도 있었다. 어떤 게들은 집게발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리더 게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그를 본 목격자에 의하면 빠른 옆걸음으로 어디로 인가 급하게 사라졌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은 팔로워이면서 동시에 리더이기도 하다. 반드시 조직생활을 해야만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리더가 될 수 있고 가정에서도 부모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자녀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리더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리더는 늘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자신은 일 년 내내 책 한 권 읽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는 공부하지 않는다고 구박하지는 않는지, 자신은 늘 약속시간에 늦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시간관념을 가지라고 잔소리를 하지는 않는지, 자신은 늘 틀에 박힌 생각만 하면서 아랫사람들에게는 창의적인 사고를 요구하지는 않는지, 자신만 옳다고 여기고 늘 다른 사람들을 못마땅해하거나 가르치려고 들지는 않는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리더의 덕목 중 제일은 솔선수범이다.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이 변화하거나 무언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길 바라기 전에 스스로 먼저 행동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리더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야 한다. 출처 : pixabay.com]


삼국지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인 조조는 잔인하고 냉정한 성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가 한 시대를 풍미한 위인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가 중국 대륙의 통일을 꿈꿀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질 수 있었던 이면에는 리더로서의 그의 솔선수범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부하 장수들에게만 맡기고 뒷전으로 물러나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싸움터에 나서 전투를 지휘했으며, 일상생활에서는 검소한 삶을 몸소 실천했다. 화려한 장식이나 은제품 등 값비싼 제품을 좋아하지 않았고 책상보는 무려 10년을 사용할 정도였다. 그러한 인품에 감화되어 조조 밑에는 늘 인재가 몰려들었고 자식들 역시 큰 인물들이 되었다. 


리더는 말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주변 사람들의 공감과 동참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진정으로 그들이 자신을 신뢰하고 따르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몸소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은 나서지 않으면서 말로만 가르치려고 하면 주위사람들은 리더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말없이 몸소 실천하는 것이 몇 배의 위력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자신은 하지 못하는 것을 주위 사람들에게만 강요하면 그들은 리더와 마음의 벽을 쌓을 것이다. 직장도, 가정도, 친구사이도 예외가 없다.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어떤 리더일까?', 종종 거울을 들여다보듯 내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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