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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꺾이지 않는 버들 Feb 10. 2023

중심을 중심에 두는 일

요즘은 킥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슈팅과 킥은 비슷한 듯 다르다.


첫째 목적.

슈팅은 골대에 공을 때려 넣는 것이 목적이고, 킥은 멀리 떨어져 있는 나의 팀원에게 공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슈팅의 모양은 직선으로 슉 날아가고(감아차기 등 변화구를 제외하고), 킥은 포물선을 그리며 슝 날아가 땅에 떨어진다. 축구에서 킥은 골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 기술이기 때문에 킥을 차지 못하는 선수는 전쟁터에서 미사일 없이 장총으로만 싸우는 것과 같다.


둘째 움직임.

거리에 위치한 나의 동료에게 공을 '택배 배송'해야 하는 킥에서 가장 먼저 익혀야 하는 것은 공을 사람 키보다 높게 띄우는 동작이다. 슈팅은 공의 중앙에서 아랫부분에 발등의 오목한 뼈 부분을 임팩트 있게 맞춰야 한다. 킥은 슈팅보다 발을 더 기울여서 발등의 오목한 뼈 부분에서 살짝 더 아래 부분으로 찬다. 땅과 공의 사이 부분에 발을 더 깊숙이 넣어야 한다. 발을 깊게 넣지 않으면 볼이 뜨지 않는다. 그게 뭐 어려울까? 싶은데 어렵다. 무진장 어렵다.


킥과 슈팅의 자세는 거의 비슷하다. 공을 맞추는 발의 부위와 발을 맞추는 공의 부위가 조금 다를 뿐이다. 디딤발의 발 끝의 방향이 공을 보내고자 하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도 슈팅과 킥의 공통점이다. 킥도 슈팅처럼 디딤발이 중요하다. 공 옆에 디딤발이 딱 버티고 있어 줘야만 슈팅을 때릴 수도, 킥을 찰 수도 있다. 나의 레슨 코치님은 킥을 찰 때 다리 힘의 비중은 디딤발 80% 차는 발 20%라고 했다.


공을 세게 차고 싶어서 웨이트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하고 있다. 나름 다리에 힘이 조금씩 붙는다고 생각하는데도 디딤발은 자꾸만 먼저 떠버리거나 흐물흐물 주저앉아버리는 건지 모르겠다. 코치님은 몸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했다. 공을 몸의 가운데 두고 상체가 뒤나 앞으로 기울지 않게, 몸의 중심이 잡혀야만 디딤발이 버텨주고 차는 발의 스윙도 안정적으로 나온다는 이야기였다.




중심을 잡는 일은 슈팅과 킥뿐만 아니라 드리블에서도 중요하다. 앞의 글에서 언급한 축구에서의 리듬은 결국 몸의 중심을 잃지 않는 일인 것이다. 사는 것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풍랑이 예고 없이 강타해도 내 마음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정신과 닥터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내 마음의 상태를 먼저 살피고, 내 마음의 중심만 잘 잡는다면, 고통스러운 기억은 시간이 결국 해결해 줄 것이라고 했다. 통은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다만 옅어지는 것, 흐릿해지는 것이다. 넘어지면 당연히 아프다. 상처에서는 피가 나고 멍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곧 피는 멈추고 멍은 아물며 상처 위에 딱지가 앉고, 흉터가 남는다. 그 흉터도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진다. 마음도 그와 같다고 하셨다.


상담 중에 내가 독하지 못해서 마음이 이렇게 약하고 흔들리는 거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닥터는 나의 눈을 바라보며 "독한 게 뭐예요?"라고 반문했다. 독해야만 이 험난한 세상을 견디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한 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했다. 사람이 착하고 이타적인 게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독한 것과 강한 것은 다른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 마음의 중심을 잡는 일은 독해지는 것이 아니라, 강해지는 일이다. 나의 상황, 마음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응시하고, 인정하고, 어찌할 수 없는 일까지 어찌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느라 나는 나를 챙기지 못했다. 어찌할 수 없는 일을 어찌하려고 용을 쓰느라 내가 병들어가는 걸 몰랐다. 지금은 노력 중이다. 내가 아프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나를 아프게 하는 일들에서 거리를 두고 내려놓으려고 한다. 마음은 이렇게 먹고 있지만 홀로 있는 시간에는 슬픔과 분노가 툭툭 터져 나온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의 나에게 말을 건넨다. '나 여전히 아프구나, 힘들구나. 그래도 잘 견디고 있구나'라고.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또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아이를 키우고, 내 일을 하고, 가끔 이렇게 글을 쓸 것이다. 축구를 하면서 깨달았던 '중심'을 잡으면서.



여전히 대개 공은 높이 뜨지 않지만, 그러다 몇 번은 성공을 하기도 한다. 그 성공의 횟수를 늘려갈 것이다.  저 멀리 있는 나의 꿈을 향해 킥, 킥, 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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