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바인이에서 자동차 시승회를 다녀왔다. 3명 안팎의 신문사 기자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유튜버였다.
저마다 가져온 고가의 장비로 자동차를 여러 각도에서 찍고,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나도 미국에 온 후 취미 삼아 유튜브를 찍기는 하지만, 프로 유튜버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른 신문사의 고참 선배 A도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영상을 많이 찍었다. "선배, 왜 이렇게 영상을 많이 찍으세요?" 하고 내가 물으니 "박차장, 나 사실 유튜브해"라고 말했다. 나중에 유튜브 채널을 알려달라고 하니 구독자가 수만명이 넘었다. 50대 후반이신 분이었는데 실로 존경스러웠다.
최근에는 한 주류업체에서 진행하는 VIP를 대상으로 한 '어라운더 테이블'이라는 행사에 다녀왔다. 기자는 나 혼자 밖에 없었다. 전부 드레스와 정장을 차려 입은 젊은 남녀들뿐이었다.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을 느끼며 5분 만에 돌아가려던 중 홍보대행사 직원이 "오셨는데 왜 가세요. 여기 앉으세요'라고 말해 겨우 자리에 앉았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소위 말해 미국의 인플루언서였다. 주류업체에서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해 신규로 런칭한 주류 제품을 홍보하려고 나선 것이다. 시승회 때 느꼈던 것처럼 '세상이 정말 많이 바뀌었구나'하는 것을 다시 느꼈다.
그동안 이곳 브런치를 통해서나 여러 경로를 통해서 이른바 전통 미디어라고 하는 신문의 영향력 하락에 대해 많은 생각을 전달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방송국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지금은 일반 공영 방송사의 영향력마저 줄어들고 있다. 사람들의 pastime은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장악한지 오래다.
시승식에서 만난 다른 B 선배(이분도 50대 후반)는 "60살 되기 전에 관둬야 자기 일을 할 수 있어. 이 정도 했으면 많이했지. 나도 이제 그만 두려고 생각 중이야" "박 차장도 이제 자기 만의 뭔가를 만들어야 해"라고 내게 말했다. 내가 지난 15년 동안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이다. '나만의 것' '인생 2모작을 할 수 있는 나만의 것은 과연 무엇일까'하고 말이다. 그것에 대한 답은 수천만원을 들여 석사를 하고 난 뒤에도 찾지 못했다. 과연 나머지 반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 나만의 것은 무엇일까. 이곳 미국 땅에 온 이들도 자신만의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왔을 것이다. 그들도 자신만의 킬러 콘텐츠와 스토리 텔링이 없다면 이곳에서 돈을 벌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나만의 뭔가를 찾아야 한다. 시간이 그리 많이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