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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Oct 24. 2024

행복이란 '원효대사 해골물'

며칠 전 인턴을 마치고 한국으로 떠나는 지인과 식사를 했다. 그는 자신이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얘기하자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OO씨, 한국으로 가는 거 후회하지 않겠어?" "지금 내리는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였다고 한다. 그런 질문에 그는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생활하며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아메리칸 드림이란 무엇일까'다. 나처럼 겨우 몇년간 해외 파견을 와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탕수육으로 비유하면 '찍먹'을 하고 돌아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곳에서 본인이 가진 스펙 자체로 취업을 하거나 사업을 해서 직접 돈을 버는 사람들이 받는 압박감은 차원이 다를 것이다. 

나처럼 40대이고 자녀가 있는 사람들에겐 미국이 기회의 땅일 수 있다. 단순히 자녀 교육 측면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일단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굳이 사교육을 들이지 않고 배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점이다. 아직 우리 아이들은 이곳에서 영어와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어서 내 머리가 지끈거리긴 하지만, 우리 아이들만 놓고 보면 한국에선 매일 집에서 핸드폰만 보려고 했던 아이들이 활동적으로 바뀌었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고, 공원에서 배드민턴도 친다. 이런 측면만 봐도 엄청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소극적이라고 느꼈던 둘째 아이는 "나 야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만능 스포츠맨이 되고 싶어"라고 내게 얘기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나서 생활하며 만난 사람들은 내게 '여기에서 정착해요. 그게 아이들한테 제일이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기사를 쓰는 것 외에는 할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손재주도 없어서 스스로 '똥손 중의 똥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영어도 기초적인 수준이다. 여기에 와서 영어 공부도 아예 손을 놔버렸다. 안타깝게도 '영어는 어차피 어릴 때 안 배우면 안돼'라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어차피 나는 파견 기간이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몸이다. 

최근 뉴스나 유튜브 콘텐츠를 보면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역이민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각자 행복을 찾아,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태평양을 건너 이곳 아메리칸 대륙에 왔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헬조선이 너무 싫어서 미국으로 떠나겠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미국이 싫어서 고국인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너무나도 진부한 얘기지만 행복이란 원효대사의 해골물처럼 개인이 어떻게 마음먹고 사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계속해서 내가 발을 딛고 있는 환경, 내가 다니는 직장, 내 주변 환경만 욕하면 갉아 먹는 것은 내 정신 건강이다. 어떤 나라, 직장이나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다. 우리는 흔히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다니기 좋은 기업 1위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캘리포니아를 상징하는 기업 인앤아웃버거가 다니기 좋은 기업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모든 것은 일체유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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