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말이 금요일, 토요일이다. 일요일에는 정상 출근이다. 지금 쓰는 글은 10월 6일(미국 현지시각) 오늘 벌어진 일을 기술하는 것이다.
나는 오전 9시까지 출근이라 8시40분 정도에 건물 앞에 도착했다. 평상시에는 지하주차장에서 10층으로 가는 버튼을 누르지만, 와이프가 차로 데려다줬기 때문에 1층 로비에서 출입기록을 적었다.
평소와 똑같이 경비원에게 "10th floor, please"라고 말하며 엘리베이터에 탔다. 휴일 건물에 출입하는 사람은 일일이 경비원에게 자신이 갈 층수를 말해야 한다.
그런데 턱하고 엘리베이터가 7층에서 멈춰섰다. 비상버튼을 누르고 경비원에게 "나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라고 말했다.
그는 "곧 사람을 부를게, 잠시만 기다려"라고 말했다. 다른 경비원이 엘리베이터 앞에 왔다. "그는 내게 폐소공포증이 있냐"고 물었고,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1층 로비 경비원도 수시로 "나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휴일인 일요일 아침에 기술자를 부르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더구나 한국과 비교하면 많은 시스템이 느린 미국이라 더욱 그랬다.
문이 열리지 않는 엘리베이터 앞에 있던 경비원은 수시로 나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아마 나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그랬던 것 같다. 엘리베이터에 갇힌지 20분쯤이 지났을까. 그는 나에게 "기술자가 30분 내에 올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나는 "오케이"라는 말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혹시 모를 공황상태를 방지하기 위해 음악을 듣고 유튜브를 봤다. 그냥 마음을 편하게 갖기 위한 행동이었다. 전날 장거리 운전으로 딱딱하게 굳은 내 몸의 근육을 풀기 위해 스트레칭도 하기 시작했다.
수시로 1층과 7층의 경비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곧 기술자가 올거야"라는 말이었다. 나는 계속 마음을 편하게 먹기 위해 노력했다. '혹시 엘리베이터가 영화에서처럼 바닥으로 떨어지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을 한스푼 정도하면서 말이다.
1시간 10분쯤 지났을까. 마침 기술자가 도착했고, 엘리베이터 문에 길다란 T자 모양의 막대를 집어 넣었다. 문을 양옆으로 열어보라는 기술자의 말에 나도 같이 문을 열었고 결국 갇힌지 정확하게 1시간 20분 만에 탈출에 성공했다. 회사 직원들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자주 말썽을 일으키는 엘리베이터라고 한다.
회사 직원들은 내게 "박 차장은 미국와서 경험하는 게 정말 많네"라고 말했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이제 미국 온지 4개월 차인데 대형 방울뱀도 보고 엘리베이터에 갇히기도 하고 말이다. 그야말로 다이나믹 아메리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