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맞이해 아버지와 여동생 가족이 미국을 방문했다. 나는 가족이 방문한다는 것 만으로도 무척 설렜다. 몇 주 전부터 아주 기쁜 마음으로 여행 스케줄을 짰다. 자비를 들여 미국 내 투어를 미리 신청해 라스베거스와 그랜드캐년 여행도 보내드렸다. 비록 미국은 추석 연휴가 아니라 나는 같이 갈 수 없었지만 말이다. 3박4일간의 연휴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은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애썼다. 낮잠 한시간 잘 시간이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이드와 운전사 역할을 맡은 강행군이었지만 마음만은 행복했다. 장남으로서 그동안 못했던 효도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나의 원동력이었다.
우리의 여정은 실로 엄청났다. 베니스비치에서부터 베니스 운하, 할리우드 거리, 할리우드 사인, 비버리힐즈, 게티 센터-게티빌라, 말리부 해변, 로널드 레이건 기념관, MLB 야구 경기, 그로브, 파머스마켓, 시타델, 그리피스 천문대에 이르기까지. 나는 캘리포니아의 정수를 보여드리기 위해 나름 애썼다. 라크마 미술관은 바로 집앞에 있었지만, 연일 계속된 강행군에 모두들 피로가 쌓였고 시간도 부족해 가지 못했다.
대부분의 부자 관계가 그렇듯이 아버지와 단둘이 있으면 매우 어색하다. 한국에서 고향에 갔을 때도 아버지와 같이 사우나에 가면 서로 할 얘기가 없어서 어색했던 기억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나는 이런 저런 가십거리를 던지며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버지와 벤치에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눴고, 아버지가 한국에 도착한 후 "아들아, 너무 황홀하고 행복한 여행을 마련해 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카톡도 받았다. 엄청난 발전이었다. 나도 아버지에게 "건강하십시오. 사랑합니다. 아버지"라고 톡을 보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았지만 말이다.
나는 동생에게 "대국의 기운을 받았으니 우리 가족 모두 더욱 잘될거야"라고 덕담의 카톡을 보냈고 동생도 "평생 못 잊을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답했다. 이번 여행을 발판삼아 우리 가족이 더욱 돈독해지고 각자 맡은 비즈니스나 업무가 한 단계 도약하기를 바란다. 나도 이 미국 땅에서 무언가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