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연휴를 맞이해 2박3일로 샌디에고 여행을 다녀왔다. 많은 교포들이 휴양지로는 샌디에고가 최고라고 추천했기 때문이다. 물론 난 휴양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관광으로 샌디에고를 간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첫 장거리 여행을 시작했다. 첫날 도착한 곳은 라호이야 비치였다. 많은 사람들이 물개와 바다사자를 볼 수 있는 천국이라고 말했던 곳이다. 그말이 맞았다. 해변의 바위들은 물개와 바다사자들로 뒤덮여 있었다. 해변가에는 바다사자 가족들이 장난을 치고 있었고 바로 그 옆에서 사람들은 수영을 하고 있었다. 출장으로 전 세계를 많이 돌아다녀 봤지만 그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실로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모를 사고에 약간 두렵다는 생각이 들기고 했지만 말이다.)
둘째날은 샌디에고 올드타운과 USS미드웨이 박물관을 방문했다. 올드타운은 내가 미 서부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마음에 안 드는 상대가 나타나면 결투를 신청하고 허리춤에 차고 있는 권총을 꺼내서 결투를 벌이는 그런 풍경이었다. 하지만 올드타운의 대부분은 기념품 가게였다. 두번째로 방문한 곳은 미드웨이 박물관이었다. 샌디에고는 미국 내에서 손에 꼽히는 미 해군의 거점기지라고 한다. 실제로 운전을 하고 가다가 해병대 훈련소를 마주치기도 했다. 미드웨이 박물관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항공모함을 실제로 한번 보고 싶기도 했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비행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든 구경을 마치고 나는 캘리포니아 동쪽에 있는 알파인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알파인 목장에 에어비앤비 숙소를 잡았기 때문이다. 사실 2박3일 모든 일정 중 가장 기대가 되는 장소이기도 했다. 산 정상에 있는 목장 옆에서 자는 기분은 어떨까? 기대가 됐다. 가는 길은 험란했다. 바로 옆이 낭떨어지길을 계속 오르자 두렵기도 했다. 한시간여를 갔을까. 산 정상에 목장이 눈앞에 들어왔다.
목장에서 보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미니말과 당나귀가 우리에게 다가와 인사를 했고, 우리 가족은 550미터 산정상에서 수영을 했다. 바베큐에 캠프파이어를 했고, 밤에는 하늘로 뒤덮인 별을 세느라 여념이 없었다. 진짜 오랜 만에 별똥별도 봤다.
셋째날에는 씨월드로 가기 위해 곧바로 다시 샌디에고로 돌아갔다. 샌디에고 동물원은 다음 기회에 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씨월드를 돌면서 들었던 생각은 한국 수족관들의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는 것이었다.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거제 씨월드 돌고래쇼도 볼만하다.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건 다름아닌 범고래였다. 범고래를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친구는 영화 '프리윌리'에서처럼 등지느러미가 한쪽으로 굽어 있었다. 덩치를 보고나니 왜 범고래가 바다의 제왕인지 알만했다. 암튼 알차게 샌디에고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여독이 며칠간 풀리지 않아 고생을 좀 했지만 말이다.
다음에 샌디에고에 갔을 때는 바다 엑티비티를 좀 해보고 동물원 방문도 시도하려고 한다. 아마 내년쯤 다시 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