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오기 전에 '헤어 컷', 즉 이발을 어떻게 할지가 최대 관심사 중에 하나였다.
현지 미용실의 가격이 워낙 비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연수를 다녀온 선배들에게 "선배들은 미국 계실 때 머리카락 어떻게 자르셨어요?"라고 많이 물어보기도 했다.
미국 출발 전 와이프에게 "우리 바리깡을 하나 사자"라고 얘기해서 미국에 가져왔다. 앞으로 2년간 나와 아들의 머리는 와이프에게 맡긴다는 생각으로 미국에 건너왔다.
미국에 온지 딱 2달째를 맞이했다. 그동안 머리카락을 한번도 자르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 난 후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 한국에선 무조건 3주에 한번씩은 미용실에 가서 머리카락을 잘랐다. 거의 평생을 스포츠 머리보다 살짝 긴 형태의 머리로 살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한번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길렀다. 하지만 2달째가 마지노선이었다. 머리를 자르지 않은지 2달째가 되자 너무 덥수룩해졌고 지저분해졌다. 길어진 머리의 숱을 치고 스타일리시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데 비전문가인 와이프의 손에 맡기기에는 뭔가 못 미더웠다.
그래서 구글링을 통해 '한인타운에서 머리 잘하는 미용실'을 몇 군데 찾았다. 가격은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뭐든 게 다 경험인데 부딪혀 보자'라고 생각했다.
차를 끌고 구글맵이 이끄는 데로 왔더니 회사 앞 사거리 2층에 있는 미용실이었다. 나는 거기에 미용실이 있는지도 몰랐다.
"머리 자르실 건가요? 파마하실 건가요?"
"살짝 더 기르고 싶은데 파마가 필요하면 파마할게요"하며 나는 말끝을 흐렸다. 아직 정확하게 어떤 머리를 하고 싶은지 개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20대 젊은 시절에도 머리를 기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주변에 걸어다니는 현지 남성들을 보면 아예 여자처럼 긴 생머리를 하던가 아예 짧은 머리가 많았다.
일단 파마를 하겠다고 하고 자리에 앉았다. '미국에 있는 한국 미용실은 진짜 복불복이라는데 실력이 괜찮을까?'하는 의구심이 살짝 들었다. 미국에 온지 40년 가까이 됐다는 미용사님(아마 원장님인 듯)께 내 머리를 맡겼다. 바로 옆자리에서는 백인 남성이 머리를 자르고 있었다. 그렇게 2시간여가 흘렀다.
가격이 과연 얼마나 나올까. 가슴이 콩닥콩닥 거렸다. "130달러 나왔습니다. 팁은 어떻게 할까요?" "제가 미국에 온지 얼만 안되서요. 보통 어떤 식으로 되나요?" "15% 20% 25% 이런 식으로 붙어요. 주시고 싶은 만큼 주셔도 되구요"
나는 "그냥 일반적으로 많이들 하시는 걸로 해주세요"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팁은 언제나 부담스러운 존재다. 잠시 머뭇거리던 직원은 "그럼 20달러 플러스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팁을 포함해 총 150달러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펌은 나쁘지 않게 나온 것 같다. 원장님은 "앞으로 2~3달은 미용실 안 오셔도 될 거예요"라고 말했다. 3달에 한번씩 미용실에 오는 거라면 그리 밑지는 장사는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3달에 한번씩 온다고 해도 파마를 매번 하지만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의 첫 미국 미용실 도전기는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