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되면 마음에 맞는 직원들끼리 갹출을 한다. “이번 주에는 잘 되겠죠?” “꼭 돼야 하는데 말야” “새 직원이 왔는데 좀처럼 기운이 안 좋구만” “제가 어제 좋은 꿈 꿨는데 이번에는 꼭 될거예요.”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해봤을 그것, 바로 슈퍼볼 복권이다. 미국에 가기 전에 여러 지인들은 “미국에 가서 슈퍼볼 복권은 가끔씩 해봐. 혹시 알아?”라고 말했다. 나도 오랜 기간 언론계에 있으면서 미국에서 슈퍼볼 복권에 당첨돼 인생 역전을 한 스토리에 관한 기사를 많이 봤다. 마치 비트코인이 급등했던 것처럼 인생이 최고점을 찍었다가 다시 최저점을 찍어 거지가 됐거나 노숙자로 살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례의 기사도 많이 보게 된다.
나도 한국에 있을 때 가끔씩 5,000원짜리 복권을 사곤 했다. 1등이라고 해봐야 20억원 미만이라 요즘 같은 미친 집값과 고물가 시대에 인생 경로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현재 깔고 앉아 있는 빚이라고 상환하고 마음을 돌덩이처럼 누르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종자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찬 생각으로 말이다. 아쉽게도 5,000원 이상이 당첨된 적은 한번도 없다.
미국에 오고 난 후 마음에 맞는 직원들끼리 소소하게 슈퍼볼 복권을 하곤 한다. 같이 앉아 도시락을 먹을 때 “우리가 4명이니까 2,000억원짜리 복권에 당첨되면 1인당 얼마나 되지?”하고 농담을 하곤 한다. “부장님, 세금 40% 떼고 나면 1인당 ***억원이네요” “그 정도면 인생 역전이지 뭐”
나는 아직 슈퍼볼 복권의 실물을 본적이 없다. 매번 대표자가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올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30년간 거주한 한 교포는 “복권은 일주일 간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동기부여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나쁘다고 생각 안해요.”라고 말했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복권의 긍정적인 역할은 부인할 수가 없다. 정부 입장에서도 복권이 필요하다. 모든 세금은 조세 저항이 존재한다. 세금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걷어 필요한 곳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특히 복권은 주로 저소득층을 위한 사업에 쓰인다. 요즘은 기부가 활발하지 않은 시대다. 사람들이 기부 후 복지사업을 벌이는 주체를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권은 사람들에게 인생역전이라는 희망을 제시하면서 저소득층을 돕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역할을 한다. 반드시 1주일에 한명씩 당첨자는 나오게 돼 있다.
적어도 2년간 나는 슈퍼볼에 당첨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상관없으니 한 곳에서만이라도 당첨돼라 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