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인사하며 살고 싶다.
"Good morning." "Hello." "Have a wonderful day."
미국에서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건넨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사실 한국에 있을 때도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싶었다. 7년 동안 살았던 아파트에서 인사를 안하고 지냈던 터라 지난해 8월 이사간 새 아파트에서는 '인사를 좀 해보고 살자'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그랬던 계획은 며칠 내 깨져 버리고 말았다. 아파트에서 몇번 인사를 건네 봤지만 무시 당하는 경우가 일쑤였다. 괜히 오바를 했다가 이상한 사람으로 찍힐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새 이상한 사람들이 하도 많기 때문에 서로들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어릴 때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사회가 너무 강박해졌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한 교포는 "눈 마주치면 그냥 '헬로우'하고 인사하고 지나가면 되요. 오래 전에 서로 무기를 가지지 않았다는 걸 알리려고 시작됐던 것 같아요."라고 미국에서 인사가 활발한 역사적 배경에 대해 말했다. 과거 악수를 통해 상대방의 손에 무기를 가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려고 했던 것처럼 상대방에게 인사를 함으로써 '나는 당신에게 적의가 없는 사람이다'라는 걸 알리려 했다는 이론(theory)다. 물론 과장도 일부 섞여 있겠지만, 일부 일리가 있어 보였다. 총기 소유가 허용된 나라니 이런 추측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터.
하지만 총기 소유와 관련 없이 인사를 하고 사는 건 좋은 일이다. 한국에 있을 때 내 아이들과 엘리베이터를 타면 아이들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해도 뚱한 표정으로 대꾸를 안하는 어른들이 많았다. 우리 사회는 그만큼 각박해졌다. 미소를 지으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찾기 힘들다. 모두 인상을 잔뜩 쓰고 있다. 최근 한국에 다녀온 한 교포는 "이번에 한국에 다녀오면서 한국 사회가 뭔가 각박해지고 있는 게 많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만큼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라고 말했다.
오늘 나는 아침에 마주친 사람과 "Hello. Have a nice day"라고 인사를 건넸고 그는 내게 "당신 가방 열린 거 알아?"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가방 안을 보여주며 "사실 가방에 아무 것도 없어"라고 말했고 우리 둘은 함께 웃었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리면서 곧바로 '한국에 돌아가면 나도 다시 뚱한 표정으로 멀뚱멀뚱 핸드폰만 바라보겠지?'라고 생각했다. 이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