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이가 나 때문에 고생이네..
호스피스.
들어보긴 했지만, 그게 우리 가족의 일이 될 줄은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인터넷에 검색해봤다.
[악성 질환에 걸려서 치유의 가능성이 없고, 진행된 상태 또는 말기 상태에 있는 환자와 그 가족이, 죽을때까지 남겨진 시간의 의미를 발견해서, 그 시간을 충실히 살아가도록 배려하는 광범위한 치료를 호스피스케어라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종교학대사전
할머니에 대입해 보자면, 할머니는 방광암에 몸무게가 33kg. 46년생이라 올해 한국나이로 딱 80세. 연세도 많고, 몸무게가 너무 적고, 이제 스스로 음식을 삼키는 것도 힘들어서 치유의 가능성이 없다. 말기암 환자가 밥을 안 먹기 시작하면.. 2~3주 안에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할머니에게는 시간이 채 20일도 남지 않았다. 아니. 할머니에게가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에게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허망하다.
2주간의 시간 동안 할머니가 스스로 할 수 없게 된 것은
날짜, 시간 알기
목욕하기
화장실 가기
밥 먹기
약 먹기
혼자 일어나기 (힘겹게 하지만, 어렵다.)
산책하기
스스로 인간 존엄성을 상실해가는 걸 느끼며, 할머니는 무슨 기분이 들까. 그 와중에도 "수진이가 나때문에 고생하네.."라고 말하는 건.. 그 말을 들으면 너무 울컥한다. 혹시나 할머니가 아픈 게 본인탓이라고 생각할까봐. 너무 불행하다고 생각할까봐. 고생 시키지 않기 위해 빨리 마무리하려고 할까봐.. 거기에 대고 아무 말도 못하고 울음을 삼켰다.
최대한 집에서 돌보자고 했던 엄마도, 할머니가 음식을 못 드시니 호스피스 입원 결정을 했다. 엄마는 새벽마다 불안에 떨며 할머니를 돌보고 있다. 할머니가 숨을 쉬면서 누워있는지, 시간마다 확인하면서 말이다.
할머니의 모든 기억에서 행복한 것만 남아있기를. 나쁜 기억은 모두 잊어버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이름이 너무 비슷해서 결혼을 못 한다고 다들 그랬었는데 할아버지가 멋있게 혼인신고를 했다는 이야기.
손녀딸 대학교에서 공부할 때 보고 싶어 가을 나들이 겸 왔던 시간들.
추운 겨울 가족사진 찍자며 모여 환하게 웃으며 사진찍었던 순간.
엄마 집에서 매일 엄마랑 손자들 얼굴 보며 저녁 시간에 앉아있던 2주간의 나날들.
그것만 기억하고, 편안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