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의 고집 센 할머니

by 열음

할머니의 입원 2일 차.

아침부터 앞에 입원했던 할머니가 위독해지셔서 임종실로 옮겼다고 했다. 그걸 보고 기분이 안 좋아진 할머니. 아직도 죽음의 문턱 앞에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가보다.


오늘은 엄마가 종일 붙어 있기로 한 날이다. 엄마에게 하루에 전화가 10통은 온 것 같다.

"수진아, 이따가 CT찍는다는데."

"수진아, 할머니 내복이 필요할 것 같아."

"수진아, CT찍었더니 한 쪽 콩팥이 너무 부어 있어서 시술해야 한대."

"시술을 해도 기저귀를 계속 차야 한대. 시술해야 할까?"


바로 결정할 수 없는 일과 결정해야 하는 일이 뒤섞여 폭설처럼 쏟아지고,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남편은 걱정에 앞서 나에게 계속 물어봤다.

"엄마가 뭐라셔?"

"엄마가 어떻게 한대?"

"엄마가 시술 한다고 하셨어?"


안 그래도 엄마의 말이 소화가 안 되었는데 남편 말까지 소화시키려니 체했나보다.

제발, 정리하고 말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는데 남편은 "알겠어. 그럼 신경 끌테니까 네가 알아서 해."한다.


참.. 어렵다.

모두 힘든 상황이라 오해가 쌓이고 기분이 나쁘고,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이 매번 복리처럼 겹쳐 일어나니 더 힘들다.


그런 감정 싸움도 사치라고 생각해 어찌저찌 넘겼다.


할머니는 오른쪽 콩팥이 너무 부어서 관을 집어 넣어 소변을 직접 빼내기로 했다. 방광의 암이 콩팥에서 소변이 못 나오게 막고, 소변줄을 꼽을 수도 없게 막고 있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국소마취로 진행해서 잘 끝났고 무사히 수술대에서 내려 온 할머니.


시술했으니 진통제랑 소염제가 들어가서 졸린가보다. 이제 엄마한테 집에 가라고 한다고 해서 계획보다 더 일찍 엄마를 데리러 갔다. 간 김에 할머니 얼굴 보러 병실에 들어갔더니 할머니 눈이 반짝 거렸다. 그렇게 좋을까. 할머니가 오늘 시술해서 힘들었다며 칭얼대는 소리를 듣다가 새로 가져 온 짐을 정리하고 나와 엄마와 집으로 갔다.


엄마가 며칠 잠을 못 잤으니 잘 먹여서 재우려고 밥도 해놓고 청소도 해놓았다. 밥을 다 먹고 아이스크림 1개씩 먹고 자야겠다고 하는 와중에


엄마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042로 시작하는 번호는, 예감이 이상했다.


심각하게 전화를 받는 엄마. 할머니가 섬망 증세 비슷하게 온 것 같다고, 할머니가 계속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한다고. 간병인들이 어쩔 줄을 몰라 전화한 것 같다. 한참 잘 먹었던 엄마가 급체를 해서 트름을 1분에 10번 정도 했다. 한 2시간을 그렇게 했다. 다함께 할머니 병원으로 다시 출발.


병원에 갔더니, 다들 왜 왔냐는 표정이었다고 했다. 할머니는 진정제를 맞고 잘 자는 중이라고. 그래도 불안한 우리 가족. 내일 일이 없어 쉬는 날인 동생이 할머니 곁을 지키기로 했다. 새벽 4시부터 다시 일어나려고 하는 할머니 옆에 동생이 있어서, 엄마가 잘 수 있었다.


하루 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난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계획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


할머니를 잘 보내줄 준비를 천천히 하고 있다.


섬망 증세를 보이면, 곧 돌아가신다고 한다. 할머니는 평생 그리워했던 할아버지를 만나게 될까? 할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었다며, 아직도 참 예쁘다며 할머니를 맞이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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