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예민함의 지겨움

아무튼, 예민함

by 단아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즐거운 금요일임에도 피로감이 치솟아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전날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삐끗한 발이 욱신욱신 영 좋지 않았죠. 이렇듯 저조한 컨디션에 신경에 거슬리는 것-그러니까 고작 발 삐끗 때문에-이 더해져 다시 소화불량이 도래하였답니다. 하하하하. 너무나 뻔한 수순을 밟고 있어 헛웃음이 먼저 나오는군요. 고단함에 짜증이 얹어질 때마다 예민한 성격을 탓하는 것이 최고조에 이릅니다. 또 시작입니다. 이럴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 하나.



"무던해지고 싶다."

(무던하다: 1. 정도가 어지간하다, 2. 성질이 너그럽고 수더분하다. ; 출처-네이버 어학사전)


진심이에요. 한 순간도 무던함을 원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인파가 붐비는 곳에 가서도 그냥 '사람이 많구나',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더라도 '오늘은 조금 피곤하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속상할 때 위로 한 마디에 '나 혼자만 힘든 게 아니구나!'와 같은 생각들로 일상을 채울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어요. 타고난 기질에 옳고 그름이 어디 있겠냐만 현생 살기에 조금 더 수월한 부류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지요. 게다가 자극의 홍수, 범람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느냔 말이에요. 사람/매체/소음/악취/각종 이슈 거리가 넘쳐나고 지나치게 다채로운 자극들이 샘솟습니다. 센서가 과하게 민감한 저 같은 인간 유형은 미간에 내 천(川) 자가 새겨지지 않는 날이 드물어지죠. 특히 후각이 이상할 정도로 발달했거든요? 코로나 시절 유일하게 좋았던 것은 대중교통에서 타인의 들숨과 날숨.. 에 묻은 냄새를 들이켜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어요. 게다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좋을지가 뻔히 눈에 보입니다. 저 사람은 여러 메뉴를 먹는 걸 좋아하니 다른 걸 시켜 함께 먹어야겠구나 하는 것들이요. 문제는 상태가 좋을 땐 이것이 '센스'로 발휘되지만 피곤에 절여진 날에는 그 자극마저, 혹은 그 자극을 외면하는 자신에게 짜증이 나요. 뭘 원하는지 뻔히 모이는데 무시하면 기분이 얼마나 찝찝하게요.


이러다 보니 쉬이 지치는 것이 다반사여서 몹시, 자주, 오로지 들숨과 날숨만 내쉬며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럼에도 일은 해야 하고, 일을 하고 있고 일을 하지 않으면 더 난리가 나버려요. 마음이 분주해요. 분주하지 않을 때가 있었던가? 생각해 보니 늘 분주했군요. 왜냐면 예민한 사람으로 사는 것은 품이 많이 들거든요. 우선 최소 7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해주어야 하죠. 한 시간이라도 덜 잔다? 불쾌감이 덕지덕지 붙은 하루를 견디는 데 당첨. 하루에 6시간만 자도 충분한 누군가가 부러워 배 아플 때가 많아요. 두 번째로는 일정한 월소득. 사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거 같아요. 지금의 사회는 돈으로 상당한 불편감을 해결할 수 있고, 그 시간만큼의 숨 쉴 틈이 주어지니 말이에요. 도시의 편리함과 공간의 쾌적함을 모두 누리고 싶은데 그러려면 생각보다 더 많은 금액을 부담해야 하더이다.. 세 번째로는 과식 금지. 선천적으로 위장의 기능이 썩 좋지 않아요. 정량을 조금 넘어서거나 기름진 것을 많이 먹는다는 것은 자발적으로 내일을 버리겠습니다 하는 선언과 같답니다. 아! 노화의 급물살을 타는 요즈음은 일회성 과식으로 일주일을 고생해요. 운동. 꾸준한 운동도 너무너무 중요하죠. 안 하면 부리나케 티가 나요. 아주 어찌나 성실한지.


어떻게 하면 편안해질 수 있을까. 지상 최대의 난제예요.

아, 참고로 저는 상담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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