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검사로 예민함 들여다보기

by 단아

미국 임상심리학자 일레인 아론 박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20%가 '매우 예민한 사람들(highly sensitive person)'범주에 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요. 그럼 글을 쓰는 저와 읽으시는 분들은 20% 인류끼리 만난 것이라 봐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더 반가워요! 예민하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크고 작은 불편감을 많이 만나게 되지요. 물론 장점 또한 존재합니다. 세상을 이루고 있는 많은 것들이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갖고 있으니까요. 감정에 대해 조금 더 깊고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감을 발달시킬 수 있고 이를 더 많이 경험하려 한다는 것, 스스로 가꾸고 돌본다는 연습을 조금 더 일찍 시작할 수 있다는 것. 당장은 이런 것들이 떠오르는군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예민함 자체가 '축복'이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왜냐면 견뎌내야 할 시행착오와 갈고닦아야 하는 삶의 기술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러니 불편함에 지쳐 무던함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더 많을 수밖에요.


그럼에도 왜 예민함에 대해 말하느냐. 예민함에도 불구하고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필요한 일이니까요. 예민함을 없앨 수는 없지만, 예민함을 품은 채로도 이전보다 조금 더 편안할 수는 있거든요. 그러려면 예민함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우선이에요. 알아야 다룰 수 있으니까요.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니던 것에서 내가 방향을 잡고 내가 하고자 하는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이건 생각보다 크고 의미 있는 변화랍니다. 오늘은 예민함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기질 및 성격검사(TCI)와 예민함을 함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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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검사 종류 중 하나인 tci(기질 및 성격검사)의 결과랍니다. 개인정보 아니냐고요? 걱정 마셔요. 제 결과니까요 후후(깐다 깐다 다 깐다).


백분위 점수가 70점 이상일수록 그 특성이 높음을 의미하는데 기질을 이루고 있는 네 가지 구성요소(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인내력)가 모두 70점을 넘는 상태지요? 물론 양적인 수치만으로 단편적 해석을 하는 데는 제한이 있지만 자극추구와 위험회피가 동반상승해 있다는 것 만으로 내면의 갈등 및 높은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어요. 왜냐면 자극추구는 흥미나 보상 등을 좇는 등 행동을 하려는 경향성인데, 위험회피는 불확실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행동을 억제하려는 경향이니 정 반대의 방향성을 가진 기질 특성이 부딪혀 뭔가를 하면서도 후회하고, 불안해하며 지르고(?) 아니면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하는 것들이 함께 버무려져 있다고 보시면 돼요. 그러니 항시 신경이 곤두서고 쉽게 지칠 수밖에요. 여기에 사회적 민감성도 높아 원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을 알아차리고 소속되어 있는 집단의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도 고려하는 것이 더해진답니다(물론 긍정적인 쪽으로, 흔히 말하는 '센스'로 발현될 때도 있긴 합니다만).



이 중에서도 위험회피 척도를 조금 더 들여다볼게요. 높은 위험회피는 우울 및 불안과 높은 상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예민하다? tci검사 상 위험회피 점수가 높을 가능성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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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표현된 특징들로만 봐도 높은 위험회피는 참.. 힘들겠다 싶어요. 물론 조심성이 철저하게 대비하고 계획하는 신중함으로 발휘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요. 많은 환경 자극을 위험하고 불편한 것으로 인식하게 되면 자극의 범람 자체인 현대사회를 살아가기가 녹록지 않습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이 외부 요인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여기면 효능감이 떨어지기 쉬워요. 즉 위험회피가 높아 미리 걱정하고 염려한다→ '어쩔 수 없이'지쳐서 정작 하고자 하는 일/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상황과 자신에 대한 원망이 생긴다. 요런 루트를 타는 경우가 많거든요. 결과적으로 우울이나 불안과 가까워지고요.



즉, tci검사 해석을 진행할 때 아래의 내용을 바탕으로 예민함을 추정하는 편입니다.


1) 자극추구-위험회피의 동반 상승 or 자극 추구-위험회피-사회적 민감성의 동반 상승

2) 위험회피 단일 상승

(상승; 70점 이상)



tci(기질 및 성격검사) 검사 특성상 특정 각 기질 점수가 두드러지거나 빈약한 것보다 중간 정도로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람이라고 보는 편이에요. 벗! 안정적인 것이 반드시 '좋다'라고 말할 수 없어요. 기질에는 옳고 그름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예민한 특성이 있는 기질도 '나쁘다'라는 꼬리표를 붙일 수 없는 건 당연하고요. 기질에 대해 알게 됨으로 인해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나에게 맞는 방향으로 보완하고 대처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게 된답니다. 이게 성숙이고요. 그러니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자주 짜증이 나고, 안절부절못하고, 쉽게 지친다면 tci 검사를 통해 어떤 이유로 예민함이 나타나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스스로를 알아간다는 것은 일면 근사한 일이랍니다. 예민하다고 나와도 뭐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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