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한 마음
최근 이혼숙려캠프를 보며 도파민을 공급하고 있다. 일단 부부 갈등의 핵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데다 직업적 의무감(?)으로 약간의 탐구심도 탑재하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흥미로운 부분은 개별적으로 있을 땐 그럭저럭인 사람들이 함께 있을 때 어마무시한 기이함과 전투력을 발휘한다는 점이었다(아 물론 중독 문제나 이런 건 차치하고...). 왜 인간은 혼자서 살아가지 못하면서 함께 있을 때 대환장파티가 되는가. 갈등도 궁합이 있는가 보다. 누군가에겐 그러려니 할 수 있는 게 이 사람한테는 안 되는 거 보면 역시 대인관계는 쉬운 게 아니다.
상담을 할 때도 궁합이나 결 이슈를 피해 갈 수 없다. 오히려 더 중하면 중했지. 문제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시간을 보내 봐야 서로 맞는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어서, 내담자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부담될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상담 제공자들도 자신이 어떤 상담자인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자세하게 소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으레 알려진 공감, 경청, 치유&성장에서 나아가 자신만의 결을 찾는다던가. 다만 내가 어떤 상담자인지 모르는 부분이 많았는데(어쩌면 당연하다. 나에게 내가 상담받을 수 없으니..), 내담자들을 통해 조금 알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몹시 놀라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한 귀한 선물을 말로 받았다. 직업인으로서 나의 좋은 점을 먼저 알아봐 준 거다. 조금은 복잡하고 다층적인 생각과 감정을 경험하는 사람들이었다. 반복해서 설명하지 않아도 잘 듣고 이해해 줘서 고맙다고, 상담을 통해 충만해진다고, 행복해진 만큼 선생님도 행복하길 바란다고. 어벙벙했다. 겸손 떠는 것이 아니라 기가 막힌 상담 기법, 기술도 없고 번듯한 학력이나 학벌에서도 멀다. 상담의 대가도 아니다. 어쩌다 심리학을 전공해서 관련 업으로 먹고사는 한 사람일 뿐인데. 뭐.. 아무튼 고객만족이 발생했고, 만족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을 거니 경험자의 체험에 왈가왈부하지 않기로 한다. 다시 돌이켜봐도 감사한 일이니까.
스스로의 예민함 때문에 괴롭고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다. 맞지 않은 추구미를 설정(순둥이)해 몸부림도 쳐 봤다. 이렇게 지낸 세월이 최소 10년이다. 허우적거릴 때는 낭비라 여긴 시간인데, 오히려 그때의 헤맴이 무시 못할 양분이 되었다. 예민하기 때문에 미묘한 표정, 뉘앙스, 분위기, 몸짓 등이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조심스럽게 상대에 맞춰 대화를 이어나가는 노력을 했다. 심리상담 또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라 환대하고, 존중하고, 경청하는 기본적인 도리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여기에 예민한 내가 예민한 당신에게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예민함 때문에 힘들었던 마음을 헤아리고 선명한 말로 정리해 주는 것. 이게 전부다. 내 기준에서 기본을 지키려 노력한 것이 귀한 감사로 돌아온 거다. 한 것에 비해 너무 많이 받는 느낌이다.
참고로 다정함의 그릇이 작아 모든 것을 포용할만한 넉넉함은 갖추지 못했다. 그러니 보편성과 결이 다른 사람들, 예민한 사람들을 위해 뾰족한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쓰임새가 좋은 곳에 쓰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