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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햄찌 Oct 04. 2018

마리몬드는 착해서 성공한 게 아니다

100억원대 매출은 의도된 우연으로 만들어졌다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마리몬드라운지(출처: 마리몬드)

#윤리적소비


윤리적 소비는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 따위를 구매할 때 윤리적인 가치 판단에 따라 의식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인간이나 동물·환경에 해를 끼치는 상품은 피하고, 환경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거나 공정무역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을 구매하는 것 등이 있다. '갑질 기업'의 제품을 불매하고 '착한 기업'의 제품을 사겠다는 것도 윤리적 소비로 볼 수 있다[“윤리적소비” 에듀윌 시사상식].




마리몬드는 스마트폰 케이스, 의류, 잡화, 팬시 등을 제조·판매한다. 경쟁사와 다른 점은 초과수익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체 영업이익 중 최소 50%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사용된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재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에 기부된다. 마리몬드는 꽃무늬를 고유의 디자인 패턴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와 이미지를 꽃무늬 디자인에 담아내고 있다. 


지난 2012년 10월 설립 이후 마리몬드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 2014년 4억4085만원이었던 마리몬드의 매출액은 지난해 99억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3300만원에서 14억4445만원으로 급증했다. 소셜벤처를 자부하는 기업 중 이례적이라 불릴만한 재무성과다. 


순이익이 아닌 영업이익이기에 의미는 더 크다. 보조금 수익 없이도 내부 역량만으로 재무성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재무적 자립성을 확보한 것. 긍정적인 의도를 앞세운 소셜벤처는 매년 등장하고 있다. 보조금 수익에 의존하다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문들 닫는 곳이 태반이다. 물론 마리몬드가 설립 초기부터 수익을 냈던 것은 아니다. 설립 첫해와 2013년에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착하기만 해서는 소비자(B2C)와 파트너사(B2B)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마리몬드은 무엇이 달랐을까. 


마리몬드 역사상 극적인 장면을 꼽자면 단연 수지와 박보검이다. 지난 2014년 말 가수 수지가 김포국제공항 입국 당시 마리몬드 스마트폰 케이스를 사용하는 모습이 우연히 포착됐다. 이후 배우 박보검이 착용했던 마리몬드 백팩과 티셔츠는 또 한번 화제가 된다. 두 번의 이슈로 마리몬드는 매체를 통해 알려지게 됐고, 마리몬드의 가치에 동참하는 소비자들은 늘며 매출은 급상승했다.  


마리몬드가 수지와 박보검에게 상품을 협찬하고 그 대가로 홍보를 부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상품 노출 모습이 자연스러웠고, 당시 마리몬드 역량으로는 소화하기 어려운 마케팅 전략이다. 실제로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도 우연스럽게 덕을 보게 됐다고 언급했었다. 


마리몬드라운지 내부 모습(출처: 마리몬드)


다만 의도된 우연임은 분명하다. 


마리몬드의 마케팅 전략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처럼 비춰지고 싶은 소비자를 공략한다. 플라워 패턴 디자인마다 스토리를 부여하고,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제작해 배포한다. 각종 캠페인, 위안부 할머니 생일 광고 등 일련의 활동을 이어가며 본인들의 정체성을 시장과 소비자에게 각인시킨다. 


마리몬드는 최근 학대 아동 문제를 담아낸 상품도 출시했다. 지금까지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한분 한분의 이야기를 제품에 담아내는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무한하게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없는 만큼, 학대 아동 문제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스타벅스가 고객들에게 ‘지적인 도시인’ 이미지를 부여해주듯이. “I MARYMOND YOU(마리몬드의 대표 문구)”가 새겨진 상품을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는 선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본인의 가치관을 대외적으로 드러내는 도구로 마리몬드 상품들을 활용할 수도 있다. 수지와 박보검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소비문화가 다양화될수록 이런 수요는 많이 질 것이라는 게 마리몬드의 복안이자 전략인 셈이다. 그들의 영리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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