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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햄찌 Jul 04. 2019

신촌·홍대 누들로드 ; 가볍지만 맛있는 한 끼

출처 : pexels(Quang Nguyen Vinh)

대부분 자취생에게 보릿고개 대비책은 하나쯤 있다. 부족해진 생활비로 다음 보급일(월급 혹은 용돈)까지 버티기 위해 저렴한 식당만 찾아다니거나 가성비 높은 식재료로 연명한다. 가성비 높은 식재료라 함은 낮은 비용으로 많은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을 말한다. 달걀이나 인스턴트 카레, 분홍 소세지 등이 대표적이다.      


내 전략은 ‘면’이다. 소면과 파스타는 주방 찬장에 항상 놓여있다. 두 가지 모두 저렴한 식재료다. 2019년 7월 현재 2000원 정도면 한 봉지를 살 수 있다. 한 봉지면 3~4끼니는 해결할 수 있다. 대형마트가 없는 신촌, 홍대에서도 동네마트를 이용하면 부재료까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소면으로는 보통 멸치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멸치, 다시마, 마늘, 대파, 건표고, 북어 대가리 등을 한 냄비에 넣고 육수를 끓여둔다. 육수는 한 회분만큼 위생봉투에 나눠 냉동실에 보관하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스파게티로는 올리브 파스타를 한다. 소금, 마늘, 페퍼로치노(혹은 청양고추), 파마산 치즈, 파슬리 등이 주요 재료다.      

조리법이 간단할수록 경험치에 따라 맛은 크게 달라진다. 멸치국수와 올리브 파스타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기술은 타이밍이다. 면을 얼마나 익히고 식힐지, 부재료 조리 시간, 음식을 먹는 시점 등. 수많은 형태의 조리법이 나와 있다. 본인만의 타이밍을 손에 익힐 필요가 있다. 멸치국수와 올리브 파스타는 기본형이다. 여유 재료가 있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해 요리할 수도 있다. 냉장고 식재료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조리법인 셈이다. 이밖에도 소면과 파스타는 건면인 까닭에 보관도 용이하다.      


면 요리는 혼밥 외식 메뉴로도 탁월하다. 신촌과 홍대 지역에는 수많은 면 요리 전문점이 있고 이중 가정집에서 흉내 낼 수 없는 수준의 음식점을 골라야한다. 집에서 구현할 수 있는 맛에는 굳이 돈을 지불하고 싶지 않다. 집에서 가까운 동네 음식점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맘맘테이블(상) 호띠우와 가미우동 붓가케

방문 빈도수로 따지자면 ‘맘맘테이블’(서울시 서대문구 연세로4길 위치)이 내게 독보적이다. 가성비가 뛰어난 베트남 쌀국수집이다. 이 곳에서 즐겨먹는 ‘호띠우’는 7000원이다. 호띠우는 베트남 남부지방 쌀국수다. 사골 육수에 다진고기, 새우, 어묵, 다진 채소 등이 들어간다. 새콜달콤한 느억맘소스(생선소스)에 비벼먹는 분짜는 8500원이다. 맘맘테이블 보다 저렴한 쌀국수집은 많지만 이 정도 가격대로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곳은 드물다. 15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넓지 않은 음식점으로 식사 때를 맞춰 간다면 식당 밖에서 대기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여름 처음 방문했을 때만해도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었다. 베트남인으로 보이는 직원들은 한국어가 서툴렀고, 손님으로서 유연한 응대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음식 값을 계산하기 위해 계산대 앞에서 직원을 한참 기다리거나 오픈시간이 지났음에도 준비가 덜 됐다며 문전박대 당한 적도 있다. 맘맘테이블은 한해 만에 달라졌다. 직원들의 한국어 실력만큼 홀 운영도 매끄러워졌다. 이제는 이 거리를 대표 식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직원들의 베트남어 대화 소리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배가 시켜주는 느낌도 든다.      


가미우동(서울 마포구 홍익로2길)은 수년 전부터 유명세가 높은 우동집이다. 가미우동의 강점은 단연 면에 있다. 직접 반죽한 생면이 사용된다. 가게 밖 나무의자에 앉아 입장순서를 기다리다 보면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면 만드는 모습을 접할 수 있다. 가미우동에서는 면의 식감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선택한다. 열 번 중 여덟 번은 ‘붓가케우동’을 주문한다. 일본어로 붓가케(ぶっかけ)는 “끼얹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름처럼 붓가케우동은 면을 쯔유에 비벼먹는 음식이다.     


가미우동에 방문했다면 면 여러 가락을 한 입에 넣기보다 한 가락씩 먹길 추천한다. 입술을 거쳐 입안으로 빨려 들어갈 때마다 어느 우동집에서도 느낄 수 없는 탄력감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집 역시 가격이 매력적이다. 만원 한 장이면 어떤 메뉴도 맛볼 수 있다. 가미우동은 튀김 메뉴(닭튀김, 오징어튀김)마저 뛰어나다. 우동과 튀김 사이의 결정장애를 방지하기 위한 세트메뉴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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