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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아의상인 Jan 02. 2022

바닥 공사는 날삯으로 일하는 스페셜리스트에게 맡겼다.

(생초보의 좌충우돌 단독주택 셀프 리모델링 이야기)

* 요약

- 바닥 공사는 100만 원짜리 보일러 포함 약 400만 원 들었다. 만약 남의 집 공사라면 255만 원이면 보일러 설치까지 가능하다.



1992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가요계에 파격을 불러오는가 하면 냉전시대가 끝나 KGB형님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만 했던 파란의 시기였다.


홍콩 누아르에 빠져 동네 형들 꽁무니를 쫓던 어느 날이었다. 동네에 파격적인 비디오테이프가 돌고 있다는 전갈을 받았다. 수소문 끝에 확인해 보니 동네 형들의 피를 들끓게 만들었던 파격적인 빨간 비디오는 다름 아닌 "원초적 본능"이었다. 숨 쉬는 걸 잊은 체 침을 꿀떡꿀떡 삼킨 나머지 몇몇 형들은 기절을 했다는 괴담까지 돌았다.


당시 나는 넘칠 듯 넘실거리는 감정선이 백미인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연인을 보았던 터라 친구의 전갈에 콧방귀를 뀌었다. 침을 튀기며 내게 푸릇한 "성"지식을 알려주는 친구의 말에 그만 참지 못하고 하품을 했다.


다음날 학교에 가니 친구 몇 명이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에는 빈자리가 더 늘었다. 동네에 돌던 괴담은 학교 괴담이 되어 눈덩이가 돌덩이가 되었다. 원초적 본능을 본 사람들은 일 차적으로 식음을 전폐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시름시름 앓는다고 한다. 그리고 곡기를 끊은 나머지 피골만 남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두 눈만은 초롱초롱하다는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친구가 걱정돼 친구 집으로 향했다. 신기하게도 잿빛 낙엽처럼 누워있는 친구는 두 눈만큼은 초롱초롱했다.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아 친구에게 다가가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귀를 조금 더 가까이 댔다. 친구 입에서는 침이 꿀떡꿀떡 넘어가는 소리만 들렸다.


비디오테이프를 수소문을 했다. 그리고 악마의 비디오테이프가 있다는 동네 형의 집으로 향했다. 이미 동네 형의 집 대문에서부터 꿀떡꿀떡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문을 삐끔 열어 본다는 것이 그만 방으로 빨려 들어가 앉게 되었다. 방안에는 꿀떡꿀떡 침 넘어가는 소리만이 들렸다.


가난한 10대 프랑스 소녀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관능적인 육체적 향연을 보고 며칠을 시름시름 아팠던 기억이 있다.


몇 년 후 샤론스톤의 새로운 비디오가 동네에 돌기 시작했다. 제목이 "스페셜리스트"다. 부모를 잃은 샤론 스톤이 폭파 전문가인 실베스터 스탤론에게 부모의 원수를 갚아 달라는 영화다.


이처럼 모든 일에는 전문가가 있다. 파발을 띄워 바닥 공사를 기가 막히게 하는 팀을 찾아 일정을 조율하고 바닥 공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오늘은 이틀째 되는 날이다.






1일차 : 바닥 배관 설비 및 모르타르 작업 88만 원이다.


바닥 공사는 총 3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첫째 날은 도시가스 공사와 같이 진행했다. 기공 1명, 보조 2가 투입되었다. 보조 2명은 나라시(평탄작업)를 진행했다. 큰 돌은 긁어 바깥으로 버리고 바닥은 발로 밟아 다졌다. 평평해진 바닥에 와이어 매시를 깔고 사모래(모래와 시멘트를 섞은 것)를 덥고 모르타르(시멘트, 모래, 물)을 덮었다.


일부의 업자들은 바닥 모르타르를 치지 말고 작업을 진행하자고 했는데 바닥 단열도 중요하고 추후에 방바닥이 꺼질 수도 있기에 바닥 공사를 한 것이다. 유일하게 이번에 진행해 주신 사장님만 바닥 공사를 해야 한다는 나의 의견과 일치해 더 이상 묻지도 않고 바로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2일차 : 바닥 엑셀 작업 74만 원이다.


어제 바닥을 모르타르를 쳐 놓았는데 하루 만에 단단하게 굳었다. 완전 건조 상태는 아니지만 올라가서 작업을 할 정도는 된다. 오늘은 기공 1명과 보조 2명이 투입되었다. 기공 1명과 보조 1명이 비닐 깔고 아이소핑크 50T 깔고 은박매트깔고 와이어 매시 깔고 엑셀 깔고 엑셀을 와이어 매시에 철사로 엮었다. 또 다른 1명은 담벼락을 허물고 나라시작업을 했다. 우수관을 뒷집으로 빼기 위한 코어 작업도 동시에 진행되었다. 엑셀을 깔고 나니 뭔가 집 같은 느낌이 든다.


3일차 : 바닥 마감 모르타르 작업 71.8만 원이다.


기공 1명과 보조 3명이 투입되었다. 보조 한 명은 모래와 시멘트 곰방을 담당, 보조 한 명은 콘크리트 반죽, 기공은 바닥 미장, 나머지 보조 1명은 어제 철거하던 담벼락 철거 마무리와 주차장 나라시작업을 진행했다. 보조 1명은 굳이 부르지 않아도 됐지만 워낙 저렴하게 공사를 진행해 줘서 기공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1명을 더 부른 것이다.


보통 마진을 붙여서 공사를 진행해 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품삯과 자재비만 받고 바닥공사를 진행해 주었다. 소개를 받아서 진행하다 보니 이렇게 품으로 움직이는 팀을 만나게 되었다.


엑셀 위에 사모래를 깔고 그 위에 모르타르를 쳤다. 오늘은 바닥공사 마지막 작업이다 보니 바닥 미장 깔끔하게 진행해 주었다. 미장 기공을 부르려면 25만 원에 평수도 넓지 않고 해서 보일러 설비하시는 분이 해주었는데 깔끔하게 잘 나왔다.

바닥 공사는 3일에 걸쳐 진행이 되었는데 보일러를 제외하면 약 300만 원의 공사 비가 들었다.


- 우리 집 바닥 구조 -


비용을 좀 더 저렴하게 진행할 수도 있다. 위의 표를 보면 이 집은 바닥 공사를 두 번 했다. 모르타르를 두 번 깔았는데 바닥 단열을 좀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다.


만약 배관 공사 때 진행했던 바닥 미장을 하지 않고 바로 위에 비닐을 깔고 아이소핑크 대신 스티로폼을 깐다면 공사 일수가 하루 줄고 자재비가 줄기 때문에 약 100만 원 절감할 수 있고 보일러를 45만 원짜리 설치한다면 추가적으로 55만 원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집을 직접 수리하면 자재 하나에도 조금은 더 신경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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