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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긍 Nov 01. 2020

눈물과 웃음의 대서사

타일에서 마루로 바닥공사를 변경하다.

집을 고치면서 꼭 하고 싶었던 것 중 한 가지는 바닥을 타일로 하는 것이었다. 무광의 타일을 거실, 방에 깔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러그를 깔아 놓으면 집이 모던하면서도 포근할 것 같았다.  600각* 타일로 깔기엔 집이 너무 좁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유튜브에 우리집만한 작은 아파트에 타일을 깔고 나무 느낌의 소품으로 꾸민 집을 보니 충분히 해도 될 것 같았다. 감상적인 느낌 말고도, 집에 아이가 없으니 굳이 장판을 깔지 않아도 될 것이고, 습기와 긁힘에 약한 마루도 피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면서 비용이 올라가는 것쯤은 감당할 수 있다면서 ‘바닥은 타일!’의 의지를 다졌었다.


눈이 팽그르르 돌아간 타일 쇼핑!


타일을 고르러 논현동에 두 번 방문했다. 처음엔 유튜브에서 본 좁은 집을 넓게 보이게 했던 타일을 눈으로 확인했다. 타일이 좀 얇고 차가워 보였지만 대신 넓어 보일 수 있겠다 싶었다. 거실 바닥만큼이나 꼭 하고 싶었던 타일 인테리어는 아일랜드 옆 벽을 100각 화이트 타일로 채우는 것이었다. 귀엽고 따뜻해 보일 것 같기도 하고 거실과 부엌을 구분해 주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번째 논현동에 갔을 때는 타일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였다.  유로 세라믹 서대리님이 설명을 해주셔서 도움이 되었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이미 마음에 정해왔다. 바닥은 환한 600각 포세린 타일로, 주방은 100각 화이트 타일, 그리고 욕실은 600각 포세린 타일로 하고, 돌 느낌이 나게 해서 일반적인 주택 화장실과는 차이를 두고 싶었다. 돌아보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바닥에 깔아 보기도 하고, 상상해 보기도 하면서 타일을 결정했다.


거실 타일은 유행이라는 화이트 마블, 450*900각의 연 그레이에 약한 무늬가 있는 타일을 봤는데 집이 좁아 보일 것 같았다. 여러 타일을 보다 보니 좋은 타일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산이나 국산에 비해 수입 타일은 세 배 정도 비싸서 망설였지만, 바닥은 집을 팔 때까지 절대 바꾸지 못할 것이니 좋은 것을 하자 생각했다. 결국 스페인산의 따뜻한 회색빛 타일로 결정했다.

주방 타일은 흰색 100각 타일로 하기로 해서 큰 고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정이 쉽지 않았다. 유광도 있고, 무광도 있고, 중국산도 있고, 영국산도 있다. 비싼 영국산을 싱크 쪽에 하고, 식탁 벽을 중국산으로 할까 봐요 했더니 100% 다른 게 티가 난다고. 고민 고민하다가 윤현상재에서 본 타이포 화이트로 결정했다.

거실 타일과 주방 타일

집 전체를 화이트 인테리어로 잡았으니 현관도 밝은 분위기로 생각했다. 현관 타일은 연한 마블과 조각을 붙인 듯한 느낌의 타일 두 개 중에서 고민하다가, 인상적인 것이 좋겠다고 해서 조각 무늬의 타일로 결정했다.         

             

현관 타일과 욕실 타일

인테리어 카페를 통해 알게 된 분께 솜씨가 좋으신 타일 사장님을 소개받고 섭외해놓은 터라 든든한 상태여서 그랬는지 타일을 결정한 것만으로도 마음이 붕 떠올랐다.


꿈은 안 이루어진다.


‘꿈’이라는 것은 ‘현실’과는 다르다. 꿈을 현실에서 실현하는 것은 굉장히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닐까? 운은 나를 비껴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닥을 타일로 하려는 나의 꿈은 안 이루어졌다.

스무 살 때부터 타일작업을 해 오신 한 사장님은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시라고 했다. 목공이 시작되기 전에 타일 주문량과 기타 부자재 구입량을 확인하기 위한 실측을 오셔서 1차 점검을 했고, 나는 사장님이 실측한 헤베**로 타일을 주문하고 왔었다.  꼼꼼하게 일하시기로 소문난 분답게 수평계와 줄자를 들고 이전에 계산한 헤베가 맞는지 확인하신다고 목공 작업 중에 다시  실측을 오셨다.        

     

다시 실측을 오신 한사장님

“어? 사모님 이리 와 보세요!”

‘왜요?’ 웃으며 다가간 나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렸다.

“바닥 중 제일 높은 곳과 제일 낮은 곳이 단차가 5센티가 나요. 거기다가 수평을 맞춘다고 시멘트를 깐 다음에 타일까지 얹으면 낮은 곳은 8센티가 높아지고 아마 베란다 쪽은 너무 바닥이 위로 올라오게 될 거예요. 아무래도 타일 깔기가 어려운 집이네요. 게다가 작은 방은 수직 단차가 있는 데다가 3센티나 단차가 있어요”    

 

나란 사람은 특별히 바라는 게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이상하게도 ‘타일’은 꼭 하고 싶었고, 좋아하는 타일을 찾아 견적이 올라올라 가는 중에도 ‘좋겠다’ 하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집’ 자체가 타일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느닷없고 난데없는 일.

‘그럼, 저번에 처음 실측 오셨을 때 레벨기로 확인했으면, 타일을  고르러 가지 않아도 됐고, 다른 대안을 미리 찾아봤을 텐데...’서운한 생각에 원망하는 마음이 생겼다. 시공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잘 안 섰다.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의논을 해 보았다. 당장 이틀 후가 타일 시공이어서 부자재도 발주해야 하는 상황. 방법은 세 가지였다.

집의 단차를 잡기 위해서 시멘트로 몰탈하는 방법이다. 시멘트를 양생 하는 기간은 2~3주 정도가 걸린다. 빨리 마르는 시멘트가 있는데 재료값만 130만 원 정도가 들고 총시공비는 200만 원 정도가 추가될 것.

몰탈을 하지 않고 최대한 시멘트로 밥을 깔아서 단차를 최소화하면서 타일 공정을 진행한다. 하지만 600각 타일이기 때문에 단차로 인한 표면의 어긋남은 감내해야 한다.

타일을 포기하고 마루로 한다. 만약 마루로 변경해도 작은 방 단차가 문제가 되는 최악의 상황이라면 방문턱을 새로 만들고, 달았던  문의 아래 부분을 자르고 마감하도록 한다.          


또 결정을 해야 할 시점


한 사장님을 소개한 인테리어 관계자분께 그때의 상황을 말했더니, 시멘트 양생에 2~3주까지는 걸리지 않는다면서, 양생을 최대한 하고 타일을 시공한 후에 차차 말리면 되지 않냐 하셨다. 바닥이 갈라질 수도 있는데 그건 좋은 방법 같지 않았다. 시멘트로 단차를 맞출 만큼 몰탈을 하면 보일러와 표면이 너무 멀어져서 난방도 더딜 것이라는 말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바닥의 레벨이 이렇게 중요한 것인지는 경험을 하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옛날 집은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는 위로의 말들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최대 난관에 봉착했고 잘 해결될 수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나를 덮쳐왔다.     


마루로 가자!

타일로 바닥을 하기로 결정하고 마루 업체는 알아보지도 않았다. 타일에 문제가 생긴 그날 밤에 급하게 마루를 잘한다는 업체에 전화해서 사장님과 통화를 했다. 상황을 말씀드리고, 마루로 단차를 잡을 수 있을까 문의했더니 다음날 바로 실측을 나오시겠다고 했다. 구세주를 만난 기분. 실측한 결과 작은 방과 거실의 단차는 목공의 부자재를 활용해서 최대한 티가 안 나게 잡아보겠다고 하셨다. 공사 일정도 하루면 되고, 거실 바닥을 타일로 하려고 공사 기간을 충분히 잡았기 때문에 일정 변경도 필요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공정 자체는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는 상황. 주문한 거실 타일을 취소하고, 나머지 타일 공사에 맞게 부자재를 주문했다. 그럼, 남은 것은 나를 설득하는 일.      


[마루가 좋은 점]

시공 후 맨발로 다녀도 발이 아프지 않다. 타일은 발바닥이 아파서 꼭 실내화를 신어야 한다고 했다.

거실을 마루로 하면 200만 원 정도 예산이 절감된다. 거실 타일을 비싼 것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마루로 하면 따뜻하고 포근한 집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다. 벽을 전체적으로 페인트 느낌의 화이트로 갈 것이기 때문에 마루는 목재의 질감을 주는 게 좋을 수 있다. 대신, 되도록 누런 빛이 나지 않는 마루 색으로 잘 찾으면 된다.

마루로 시공하면 목공에서 걸레받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 예산이 또 절감되고 목공 작업이 확실히 마무리가 된다.     

마루로 결정하면 좋은 점은 생각보다 많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마루가 최선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하하   

  

다행히, 해피엔딩!


목 공정이 끝나고 마루를 시공했다. 1차로 바닥을 한 번 고르게 하기 위해서 샌딩을 하고 그 뒤에 마루를 시공하러 오신 분은 박 팀장님. 단차가 커서 고생하겠다는 내 말에

“그냥 하는 거죠. 매일 하는 일인데요 뭐.”

짧고 굵은 답변. 리액션은 좀처럼 없으셨다. 또  신뢰가 간다. 다 되어간다는 연락을 받은 것은 세시쯤. 집이 좁으니 혼자서 뚝딱 다 금방 끝내셨다.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니 솜씨가 대단. 코너 마감을 하는데 아주 작은 차이도 그냥 넘어가지 않으신다. 마루 사장님의 실력은 나중에 에어컨 배관을 연결해주시는 분들이 왔을 때 또 확인되었다. 마감이 굉장히 깔끔한데, 이렇게 마감을 해 주는 집은 좀처럼 볼 수 없다고. 게다가 셀프인테리어의 경우엔 매우 드물다고 하셨다. 박 팀장님도 시간이 지난 후에 더 감사한 마음이 드는 좋은 작업자셨다.

마루 시공으로 단차에 대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됨.


가지 않은 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잣나무 숲 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끝 간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사람이 밟은 흔적은/먼저 길과 비슷하기는 했지만,/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두 길은 그날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아, 먼저 길은 한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길 ' 중에서

결국 타일로 바닥을 깐 집은 나에게 '가지 않은 길'이 되었고, 가려고 생각하지 않았던 마루 바닥의 길을 걷게 되었다. 타일 바닥만큼이나 똑같이 아름답고 나아보이는 우리집의 거실. 다만, 나에겐  있을'다음 집'에서는  꼭 한 번 해 봐야지 싶다.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에는 길이 단위를 mm로 한다. 600각 타일은 가로, 세로 600mm인 타일을 의미함.

** 헤베는 1m*1m에 해당하는 면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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