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작업은 제대로 하는 게 중요했다. 공사의 후반기로 가면서 점점 더 취향과 기호를 반영할만한 여지가 많아졌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작은 집의 주방은 깔끔하면서도 세련되었으면 좋겠고, 욕실은 쾌적했으면 좋겠다. 베란다는 큰 방에서 누웠을 때 보기 좋게 , 적어도 천장에 건조기를 달지 않게 만들고 싶었다. 타일 한 사장님과 의논하면서 세 공간의 공정을 진행했다.
호텔 분위기의 욕실이면 좋겠다.
여행을 가서 호텔에 있으면 기분이 좋다. 누군가가 잘 가꾸어 놓은 공간에 몸만 딱 들어가서 즐기는 느낌. 호텔 하면 방의 간접등, 벽등이 달린 것이 생각난다. 한 가지 톤으로 구성한 타일과 건식 욕실도 우리 집에 구현하고 싶었던 것.
타일은 600각 돌 느낌이 나는 큰 타일로 먼저 구매해서 결정했다. 집 구조상 욕실에 세탁기가 들어가야 해서, 비교적 넓은 화장실이었지만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건식으로 만들기 위해 샤워부스를 설치해야 하는데 세탁기 자리를 고려하면 벽에 벽돌을 한 칸 정도 더 쌓은 후에 타일을 붙여야 했다. 샤워부스를 만드는 몇 개 업체에 전화해서 니은자로 샤워부스를 만들어 줄 수 있나 문의하여 가능하다는 업체를 정해서 의뢰했다.
욕실 도기의 브랜드는 하나로 통일하기로 했다. 따로 주문하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욕실 브랜드에 대한 특별한 취향은 따로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은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면서 아메리칸 스탠다드의 세면대와 변기로 정하고, 수전도 같이 구입했다.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것이 가장 저렴했다. 혹시나 배달과정에서 사고가 있을까봐 퀵으로 배송을 받았다. 젠다이 상판과 현관 문턱은 대리석으로 하기로 하고, 육가(유가?)는 샤워부스는 긴 것으로, 세면대 쪽은 금색으로 구매했다. 욕실장은 천장을 조금이라도 높게 보이게 하고 싶어서 길이를 650mm로 비교적 짧은 것으로 주문하고, 내부 색상은 나무무늬로 했다. 어떤 무늬 일지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흰색과 검은색보다는 낫겠지 싶었다.
도기 세팅은 욕실 세팅만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을 한 사장님께서 소개해 주셔서 의뢰했다. 거실에 쌓아놓은 욕실 관련 물품들을 하나씩 설치하시는 모습이 역시 전문가 포스. 세 분이 한 팀이 되어 작업하시니 금방 재미있게 끝내셔서 보는 마음도 좋았다. 조명은 주백색 다운라이트 4인치로 세면대, 샤워부스, 문 앞에 달아서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개성 있는 베란다
베란다 창이 큰 방의 창보다 작아서 방에서 베란다 벽이 보였다. 그전에 곰팡이가 생겼어서 또 그런 일이 생기면 곤란한데 걱정하고 있었다. 흰색으로 칠하자니, 너무 밋밋했다. 친구가 예쁜 타일을 붙여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좋은 생각! 한 사장님께 말을 했더니, 도기질 타일은 결로가 생길 수 있는 베란다 벽에 적당하지 않다고 하셨다. 꼭 하고 싶으면 자기질 타일로 하라고. 그때 현관 타일이 눈에 들어왔다. 타일 가게에서 본 것보다 시공한 결과가 훨씬 산뜻해서 만족하고 있던 터. 흰색과 회색이면 집 전체 톤과도 어울렸다. 마침 욕실의 600각 타일로 자투리 타일의 활용도가 낮아서 추가 주문이 필요했던 상황. 현관 타일도 같이 주문을 했다.
베란다 벽과 바닥을 현관 타일로 연결했더니, 시원하고 개성 있는 베란다가 완성되었다. 방안에 누워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베란다 천장에 건조기가 있는 것이 좋지 않았다. 건조기를 낮은 것으로 두 개를 사더라도 천정 건조기는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누웠을 때 파란 하늘이 보이는 우리집 베란다가 참 좋다.
깔끔하고 세련되면서도 포근한 주방, 가능할까요?
주방 타일은 전부터 100각 타일로 결정. 시공비용이 더 들긴 하지만 귀엽고 따뜻한 분위기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아가서 아일랜드 옆 벽도 가득 100각 타일로! 식사할 때, 그리고 거실에서 부엌 쪽을 볼 때 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다.
타일은 매지가 중요하다. 연회색으로 할지, 흰색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흰색으로 하기로 했다. 연회색이 100각 타일의 느낌을 더 살릴 수는 있지만 공간을 좁게 느껴지게 할 것 같았다. 타일과 같은 흰색으로 하면 조명에 따라서 각기 다양한 느낌을 주는 은은함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는 딱 맘에 드는 주방의 분위기가 완성되었다.
식탁과 싱크대 옆 벽이기 때문에 더러워질까 걱정이 됐다. 살다 보니 생각보다 그런 상황이 그리 많이 생기진 않았지만 흰색에 색깔이 있는 액체가 튀면 속이 상할 것 같았다. 거실의 타일을 포기하고, 마지막 남은 나의 로망. 흰색 백각 타일. 큰 마음을 먹고 줄눈 시공을 주방까지 하기로 했다. 맘 편한 게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