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긍긍 Nov 01. 2020

생활의 공간, 삶의 공간으로

- 인테리어를 마치면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계단에서 노을을 본 게 몇 번이지 모르겠다.

하루가 저물 때마다 고단한 만큼 신났던 시간들이 지났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에서 살고 있다.




공사를 마치고 나서 수리 전 사진과 비교해 보았다. 정말 굉장한 변화. 단순히 그럴듯해 보이기만 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뿌듯하거나 사랑스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 매일 매일 부딪히는 문제 상황을 해결해 나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를, 삶을 넓혀왔던 시간들이 담겨져 있다.


이사 전날, 집의 구석구석을 찍고 나서 집을 나설 때 쉽게 발을 떼지 못했다.




집 고치는 과정에서, 내가 현장에서 땀흘리며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도 알게 됐고, 그렇게 일 할 때는 스트레스가 확실히 적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됐다. 일이 틀어졌을 때 해결하기 전까지는 그것만 생각하면서 몰두하다가, 나를 설득할만한 해결이라면 기꺼이 수용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안 되는 일은 잘 접는 것도.  미련을 가지기 싫을 때는 생각을 멈추는 사람이라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다. 열정과 에너지가 내가 좋아하는 일에 쓰일 때의 뿌듯함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엇던, 그런 시간들이었다.     


이제 집이란 단어는 나에게 이전과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 집에서 나는 어떤 일을 겪고. 어떻게 나이 들어갈까.

평안한 일상을 보내고 따뜻한 시선으로 살아가는 날이 많기를. 슬픔과 아픔을 응시할 수 있는 힘을 잃지 않고, 되도록 빨리 회복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전 15화 집이 집다워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