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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긍 Nov 01. 2020

집이 집다워졌다.

- 가구, 싱크대 설치



가구 구성의 최선을 고민하다.


작은 집이라 수납이 중요하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의식하고 있었다. 큰방과 작은 방에 붙박이장을 설치하기로 했다. 구성을 디자인해서 업체에 보냈다. 특히 신경 쓴 것은 집에 있는 옷 수납함이 들어갈 수 있게 높이를 조정하는 것과, 작은 방구석엔 전기 청소기가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긴 옷이 많으니까 긴 옷걸이장을 만이 만들고, 칸칸이 구성한 장도 탈부착이 가능하게 해서 필요할 때 긴 옷을 걸 수 있게 하였다. 그렇게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붙박이장을 구성했더니, 현재 굉장히 효율적인 수납이 가능하다. 여유 공간이 남아 있어서 마음도 여유로운 상태.

싱크대 아일랜드장은 서랍으로 구성을 부탁했다. 아무래도 여닫이 보다 그릇 수납하기도 좋고, 꺼내기도 편하기 때문이다. 싱크대 쪽은 손잡이를 구성하지 않았고, 아일랜드장은 입술 모양의 손잡이로 넣고 빼는 것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가구 설치 전에 사놓았다.



유쾌한 이 부장님, 정확한 양 기사님


인테리어의 마지막 단계! 싱크대를 설치하는 날이 되었다. 두 분이 오셨다. 두 분 중 팀장님 같은 분께 호칭을 뭐라 해야 할까요 했더니, 어차피 싱크 공장에서 하청을 받아서 따로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이사장이라고도 하고, 이 부장이라고도 하고, 팀장이라고도 하고 그러니까 맘대로 부르라고 하신다. 최종 결정은 이 부장님! 이 부장님은 말씀도 재미있게 하시고, 일을 하시는데 여유가 있으셨다.

  이 부장님은 제자라고 하고, 이 부장님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청년 일꾼은 양 기사님이시다. 작업을 시작할 때 현장에 얼마나 같이 있는 게 좋으시겠냐고 여쭤봤더니, 계속 계속 같이 있는 게 좋지 않겠냐고. 그래서 11시간을 이 두 분과 함께 싱크, 붙박이장, 신발장을 세팅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배우 신정근을 닮으신 이 부장님은 정말 멋진 분이었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하는 사람은 백 명 중 셋 될까 말까 한다고. 그런 사람들을 찾는 게 힘드니까 일꾼 찾기가 힘든 거라 하셨다. 그럼 부장님은 '제대로 하시는 분?'이라는 말에, 그걸 내 입으로 어떻게 말하냐고 하셨다. 같이 일하는 양 기사님도 정말 일을 잘한다고, 꼼꼼하다고 어디에 내놔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고 하신다. 서로 의지하고 신뢰하는 두 명의 합이 보는 사람도 즐겁게 한다. 같은 일도 누구랑 하느냐, 어떤 관계를 가지느냐가 이렇게 일을, 공간을 다르게 만든다.


싱크대, 신발장, 작은 방 붙박이장, 큰 방 붙박이장.      

보양부터 시작하고 양중을 진행했다. 자재와 장비가 어마어마했다. 이 많은 자재가 우리집에 세팅이 될 것이고, 저 많은 장비가 쓰이는 것. 이 부장님께서, 청소기 달린 톱과 레벨기를 사용하는 팀은 몇 없다면서 나에게 운이 좋다 하신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또 기분이 좋았다.


하루 종일 작업장에 같이 있으면서 가구의 위치를 점검하면서 현장 감독 역할을 했다. 공사 내내, 바닥의 단차는 맞지 않고, 벽은 수직이 아니며, 울퉁불퉁하다는 말을 내내 들어서 나도 모르게 '힘드실 거예요. 집이 울퉁불퉁하거든요'라고 하자. ‘천정 탓. 벽탓 하는 사람은 실력이 모자란 것’이라며, 합판을 그림 그리듯이 잘라서 천정과 장 사이를 기가 막히게 끼워 넣으셨다. 작업 내내 볼 수 있었던 자부심은 다 실력과 정성이 뒷받침된 것

양 기사님은 일을 정말 꼼꼼하게 하셨다. 평형을 맞추면서 장들을 다시는데,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다시 손을 보았다. 내부 몰딩으로 붙박이장을 짰더니, 등 무게가 무겁냐고, 문이 천정까지 닿는 것이 예쁘긴 한데, 등이 무거우면 닿을 수도 있다고 하면서 아주 작은 부분까지 고려하면서 진행하는 모습이 듬직했다.      


싱크 상판 세팅

싱크대 상판 세팅은 일정상 다른 날에 진행되었다. 인조대리석 상판의 뒷 턱을 없애기로 했는데 업체 간에 소통이 잘못돼서 다시 작업을 했기 때문이었다.

공사 내내 우리 집은 단차가 안 맞고 벽이 고르지 않다는 말을 계속 들었었다. 아니나 다를까, 최대한 보강해서 붙인 타일 벽도 일자가 아니었다. 대리석을 대어보시더니, 뒤에 상판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런데, 대리석 상판에 선을 그리시고, 그 그림대로 재단을 하여 붙였더니 딱 맞았다. 실력이 또 환경을 넘어섰다.

 인덕션은 그 자리에서 타공을 하셔야 한다고 했다.  엄청난 먼지. 마스크도 안 쓰시고 하셨다.  사각 싱크볼을 사놓았고, 인덕션은 직구를 해서 사놓았다. 수전과 세정제 디스펜서도 미리 구매해 놓았더니, 그 자리에서 타공 하고, 딱 맞추어 주셨다.        


우리 동네 전문가 도배사장님과 작업하다


  

얼굴만 봐도 묵직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가진 도배 사장님을 뵈었다.  도배를 하기로 예정된 날의 일주일 전, 퍼티 작업을 하러 오셨다. 지어진 후 한 번도 수리를 하지 않은 집이다. 오는 사람마다 도배지가 두껍다 말을 했다. 세네 번 겹쳐서 무거워진 벽. 30년 된 벽지가 남아 있는 게 싫어서 옆에서 조금씩 옆에서 뗐다. 그런데 사장님이 사장님이 그냥 두라고. 일 만드는 거라고 하셨다. 제대로 떼려면 품이 더 들고 어느 정도 떼다 말면 벽이 더 너덜너덜 해진다고. 도배가 다 끝나고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그때 얘기하라시며 엄한 목소리로 말하셨다. 끝나고 얘기하자는 사장님이 무섭긴 하지만 신뢰가 갔다.

우리 동네 전문가우리 동네 전문가


처음엔 무몰딩 도배를 하려고 했다. 몰딩이 없으면 페인트를 칠한 것처럼 깔끔하게 도배가 된다고. 인터넷에서 유명하신 분께 문의를 했는데, 비용이 일반 도배보다 훨씬 비싸서 망설이는 사이에 예약일자를 놓쳤다. 비용을 아끼려는 셀프인테리어 카페에서는 을지로의 유명한 도배 가게와 전문가들의 연락처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배의 경우 나중에 잘못되던지 부분 시공을 할 수도 있을 텐데, 너무 멀리서 섭외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 동네에서 기술자를 찾아보자 생각했다.


집 주위의 도배 가게를 돌아보며, 가장 전통이 느껴지는 간판의 도배 집을 찾아갔다. 사모님으로 보이는 분이 (이 부분은 정말 사모님이 맞았다) 반겨주셨다. 사장님은 작업을 나가셨다고. 실크 도배로 도배 견적을 문의했다. 을지로보다 비싼 것은 당연했지만, 인터넷에서 유명한 고급 도배업체의 견적과 비슷했다. 어쩌지 생각하다가 여쭤보았다. “사장님은 꼼꼼하신가요? 제 성격이 여간 깐깐한 것이 아니어서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계속 재시공을 요구할 텐데 괜찮을까요?”

사모님은 웃으면,  정말 꼼꼼하니까 아무 걱정 말라고. 오히려 사모님이 대강하라고 해도 안 통하는 분이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그냥 이 분들께 맡기자 생각했다. 조금도 에누리하지 않고, 처음 말씀하신 견적으로 진행해 달라고 했다


정중하게 대우하라.


사장님은 우리 집 앞 학교 출신이라 하셨다.   이 아파트가 세워지기 전에 4동 자리에서 하우스를 치고 사셨다고 . 당시에 등기 없는 땅들이 많았고. 사장님네는 이주비 200만 원을 받고 나오셨고, 당시 조합장들은 집을 세, 네 채씩 받았다고. 그 당시에 아파트 마감에 들어갈 돈들이 누군가의 주머니로 가면서 결국. 2020년. 내가 살 집이 자갈밭이 되었다는 이야기.  담백하게 당시 이 동네 이야기를 하시는데, 듣는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화도 나고. 시대가 한심하기도 했다.


이 동네는 손바닥처럼 잘 알고 있다고. 우리 집처럼 낡은 집은 면이 고르지 않아서 퍼티 작업을 할 곳이 많고, 마른 다음 도배해야 그다음 도배가 잘 된다고. 그래서 시간을 내서 일주일 전에 오신 거였다. 도배를 오래 한 사람들은 기술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무조건 싸게 싸게만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큼만 할 수밖에 없는 거라고 하시는데 공감이 되었다. 견적을 깎지 않고 제대로 시공해달라는 내 요구가 사장님께 정중한 태도로 전달된 것 같았다.

워낙에 벽상태가 좋지 않아서 아무리 퍼티를 해도 잘 안 나온다고. 심지어 '자갈밭'이란 표현까지 했던 터., 벽상태가 안 좋으면 웬만하면 하얀색을 추천하지 않으신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하얀색  아닌 것은 생각도 안 해봤다. 이런저런 말씀은 하시지만 세심하게 해 주신 티가 났다. 작업이 끝난 후에 보니 벽면도 많이 정리가 되었고, 둥글고 어설펐던 모서리도 각이 살아있었다.     

도배가 끝났다.





대리석 상판의 두께도 조정이 가능하다. 보통은 5cm로 진행하지만 둔해 보이는 느낌이 들어서 3cm로 진행했다. 원하는 사양이 있으면 미리 이야기해 놓는 게 좋다.

주방일을 많이 하진 않지만, 키가 크기 때문에 싱크대 높이를 높였다. 보통은 850mm로 하는데, 난 930mm로 요청했다. 사용하는데 훨씬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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