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문 수리 작업
공사를 진행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작업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현관문을 고치는 일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공사 후기들을 봐도 현관문에 대해서는 필름을 붙일지, 칠을 할지를 선택하는 이야기들은 볼 수 있었지만, 현관문을 수리할지 교체할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학습이 되지 않은 영역이었다. 92년에 지어진 집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사실, 어떤 일이 일어나서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또 올게 왔다.
공사 첫날부터 현관문을 열 때마다 삐걱거리고, 잘 열리지 않아서 살짝 드는 느낌으로 열어야 했다. 각 공정의 분들께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 물어볼 때마다 전문가가 있다고, 그쪽에 문의해야 한다고 하셨다. 목공이 끝날 즈음 팀장님께 한 번 봐 달라 부탁했더니, ‘전문가가 해야 할 텐데’라고 하면서 손을 대다가, 위쪽 경첩이 빠져서 문이 닫히지 않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무리한 부탁을 한 내 잘못이기 때문에 염려 마시라 하고 팀장님을 보내드렸다.
‘현관문 수리’를 검색해 봤다. 현관문이 ‘방화문’이고 아무나 수리할 수 없다는 내용, 아파트의 경우 관리실에 문의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검색됐다. 관리실에 전화했더니 연락이 안 되었다. 지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 연결되어 있는 업체도 없을 것 같다고 생각이 되었다. 다시, 검색해보니 한 업체에서 ‘서울, 경기 방화문 수리’한다는 업체 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전화해 봤더니, 다음날 방문할 수 있다 하셨다. 당장 목공사가 마무리된 집을 열어놓고 갈 수도 없어서 시간 조정이 어렵겠냐고 여쭤보았다. 다시 전화 주겠다고 한 후 오후에 방문하겠다는 답변. 궁하면 통한다고! 원래 업체를 선정할 때 이리저리 알아보는 편이지만 이 경우엔 오시는 분이면 무조건 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오후에 문을 고쳐주실 천 과장님이 오셨다. 살펴보더니 너무 오래된 문이어서 생긴 문제라면서 이왕 전체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라면 방화문도 바꾸는 게 어떻겠냐고. 비용이 백만 원 정도 들어도 바꿀 가치가 있다고 판단이 됐지만, 미장과 천장 공사가 다 끝난 후여서 어쩔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오래 쓸 수 있게 신경 써서 수리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 수밖에.
수리가 시작되었다. 엄청난 용접 장비가 등장했고, 말 그대로 ‘불꽃이 일고’, ‘쇠를 가는’ 작업이었다. 한 시간이나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을 하는 과장님의 모습에 또 마음이 찡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 자주 울컥한다. 일을 시작하신 지 4년. 얼마나 많은 문 앞에서 저렇게 힘을 들이며, 힘을 내며 살아온 것일까? 그 성실함과 땀의 결과로 나에게 또 쓸 수 있는 ‘문’이 생기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문수리를 끝내고 2년은 더 쓸 수 있겠어요 하시면서 가셨다. 2년 후의 일은 2년 후에 걱정해야지. 또 한 고비를 넘었다.
방화문을 새로 제작하려면 10일이나 걸리고, 벽에 손상이 생긴다. 혹시 현관문을 교체해야 한다는 판단이 들면 반드시 미리 공사일정을 조정해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