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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긍 Nov 01. 2020

불꽃이 튄다!

-방화문 수리 작업




현관문이 고장 났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작업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현관문을 고치는 일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공사 후기들을 봐도 현관문에 대해서는 필름을 붙일지, 칠을 할지를 선택하는 이야기들은 볼 수 있었지만, 현관문을 수리할지 교체할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학습이 되지 않은 영역이었다. 92년에 지어진 집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사실, 어떤 일이 일어나서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또 올게 왔다.

공사 첫날부터 현관문을 열 때마다 삐걱거리고, 잘 열리지 않아서 살짝 드는 느낌으로 열어야 했다. 각 공정의 분들께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 물어볼 때마다 전문가가 있다고, 그쪽에 문의해야 한다고 하셨다. 목공이 끝날 즈음 팀장님께 한 번 봐 달라 부탁했더니, ‘전문가가 해야 할 텐데’라고 하면서 손을 대다가, 위쪽 경첩이 빠져서 문이 닫히지 않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무리한 부탁을 한 내 잘못이기 때문에 염려 마시라 하고 팀장님을 보내드렸다. 


‘현관문 수리’를 검색해 봤다. 현관문이 ‘방화문’이고 아무나 수리할 수 없다는 내용, 아파트의 경우 관리실에 문의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검색됐다. 관리실에 전화했더니 연락이 안 되었다. 지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 연결되어 있는 업체도 없을 것 같다고 생각이 되었다. 다시, 검색해보니 한 업체에서 ‘서울, 경기 방화문 수리’한다는 업체 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전화해 봤더니, 다음날 방문할 수 있다 하셨다. 당장 목공사가 마무리된 집을 열어놓고 갈 수도 없어서 시간 조정이 어렵겠냐고 여쭤보았다. 다시 전화 주겠다고 한 후 오후에 방문하겠다는 답변. 궁하면 통한다고! 원래 업체를 선정할 때 이리저리 알아보는 편이지만 이 경우엔 오시는 분이면 무조건 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 고비를 넘다.     

오후에 문을 고쳐주실 천 과장님이 오셨다. 살펴보더니 너무 오래된 문이어서 생긴 문제라면서 이왕 전체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라면 방화문도 바꾸는 게 어떻겠냐고. 비용이 백만 원 정도 들어도 바꿀 가치가 있다고 판단이 됐지만, 미장과 천장 공사가 다 끝난 후여서 어쩔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오래 쓸 수 있게 신경 써서 수리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 수밖에.



수리가 시작되었다. 엄청난 용접 장비가 등장했고,  말 그대로 ‘불꽃이 일고’, ‘쇠를 가는’ 작업이었다. 한 시간이나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을 하는 과장님의 모습에 또 마음이 찡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 자주 울컥한다. 일을 시작하신 지 4년. 얼마나 많은 문 앞에서 저렇게 힘을 들이며, 힘을 내며 살아온 것일까? 그 성실함과 땀의 결과로 나에게 또 쓸 수 있는 ‘문’이 생기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문수리를 끝내고 2년은 더 쓸 수 있겠어요 하시면서 가셨다. 2년 후의 일은 2년 후에 걱정해야지. 또 한 고비를 넘었다.



방화문을 새로 제작하려면 10일이나 걸리고, 벽에 손상이 생긴다. 혹시 현관문을 교체해야 한다는 판단이 들면 반드시 미리 공사일정을 조정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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