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러닝 30일 챌린지

하필 러닝이었던 이유는, 러닝을 가장 좋아하지 않아서이다.

by The Other Game

그냥 달리는 것은 재미가 없다


공을 앞에 던져주던가. 누가 날 잡으러 따라오던가. 그냥 달리는 것은 지루하다.

최근 머리가 매~우 복잡하고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의 날들이 이어졌다.


내 결심과 번복들이 너무 짜치다고 느껴질 때 즘 러닝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다 하다 안되니 몸이라도 괴롭혀야 마음이 편해질 것같은 마음이었다.


하필 러닝이었던 이유는, 러닝을 가장 좋아하지 않아서였다.


하기 싫은 걸 30일 내내 해보면 뭐라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원래 하던 방식으로는 변화가 생기지 않으니 조금 다른방식이 필요했다.

원래 방식은 주로
1) 혼자 오래 깊이 고민해 보기
2) 믿을만한 주변 지인과 상의해 보기


원체 6시 반이면 눈이 떠지는 스타일이라, 일어나는 건어렵지 않았다.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고 처음 밖으로 나선건 6월 말의 여름이었다.


런데이라는 어플을 깔았다.

8주간, 주 3회씩, 총 24번의 훈련을 통해 최종적으로 30분 달리기를 가능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나는 주 7회씩, 총 24일에 걸쳐 이 프로그램을 마쳤다.


폭우가 내리던 날도 뛰었다. 출근길 모두가 날 쳐다봤다.

비를 피하기 위해 애쓰던 수많은 직장인들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흠뻑 뛰었다.

그리고 그날은 남은 날들을 계속 달리게 해주는 상징적힘이 되었다.

폭우가 내리는 날 쫄딱- 젖었다


나는 날 어떻게 동기부여하는지 잘 안다.


난 표현하길 좋아하고 인정받길 좋아한다. 대놓고 주목받는 건 싫지만, 은근한 주인공이고 싶다.

그리고 그게 너무 멋없고 별로라고 느껴졌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시크하고 쿨하고 무심한 척 살기도 했다(거의 모든 20대를 이렇게 보냈다! 아까워라-).


하지만 30대 후반을 지나며 인정하게 된 건, 만들어진 모습은 나에게 득이 되는 게 없다는 것.

득은커녕 날 점점 더 비참하고 작아지게 만들었다.

심지어 내 꾸며진 모습은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성장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여정'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연극을 마치고 나면

문득문득 몰려오는 공허함과 비참함은 결코 성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외면하고 회피하는 행동인지몰랐다 그때는.


돌아보면 시크한 척, 쿨한 척하며 배운 건 없었다.


마음 가는 대로 뜨겁게 관심을 가지는 게 백 배 만 배 훨씬 낫다.

마음껏 좋아하고 열정을 쏟아봇는 것이 유익하다. 남들이 보기에 그게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러닝을 하며 날 계속 동기부여하기 위해, 매일의 러닝을 인스타를 통해 인증했다.

하루 2~4킬로 뛰는 게 (페이스도 평균 7분대다) 작아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게 내게 큰 산이면 큰 산인 거다.


'나 30일간 달립니다-'를 공표하며 아무도 새끼손가락걸어주지 않았지만 하루하루 약속을 지켜나갔다.


건강검진 받는 날, 4km 워킹으로 대체한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러닝 성공! (빨간 스탬프는 워킹 전용 스탬프다)


공표한 첫날은 가장 대견하지만 동시에 가장 초라했다.러닝 인증 스탬프 1개.

다음 날까지 이어질지 아닐지 기대감이 없는 Day 1.


1주 차는 힘들었고, 2주 차는 지루했고, 3주 차는 기대됐고, 마지막 4주 차는 뿌듯했다.


짧다면 짧은 30일이지만, 하기 싫은 걸 매일 했다는 그사실이 내게 주는 의미는 매우 컸다.

마음이 너무 힘들고 머리가 복잡할 때, 그보다 더 엉망인 건 내 몸이라는 사실을 매일 아침 발견했다.


마음으로 마음을 다잡을 수 없고, 생각으로 생각을 정리할 수 없다- 는 걸 알았다.


그건 몸이 하는 일이었다. 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러닝은 내게 지루하고 재미없는 운동이지만

러닝이 주는 이득이 너~~무 커서, 내게 다른 선택의 여지조차 없는 기분이 든다.



러닝은 내게 명상이다. 움직여야만 번뇌를 가라앉힐 수 있는 동적 명상.


오래 고민하던 것들이 러닝을 하는 30일간 많이 정리가 되었다.

불필요한 고민들이 바람이 휘- 불듯 걷어지고 진짜 고민해야 할 알맹이들만 남은 기분도 든다.

이제는 고민을 멈추고 행동과 실천만이 남은 것을 직감한다.


나는 30일 아침 러닝을 통해 세 가지를 얻었고 한 가지를 버렸다.

[내가 얻은 것]
1. 내가 끈기가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 (하기 싫은 거 30일 내내 해냈다! 대견쓰!)
2. 몸으로 생각과 마음을 다 잡는 방법 (마음과 머리가 복잡하면 무조거 몸을 힘들게 하자!)
3. 날 힘나게 하는 방법에 대한 확신 (그래 나 뽐내고 인정받기 좋아한다!)

[내가 버린 것]
1. 쓸데없는 고민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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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