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써보기로 한다] 키워드 2 - 델타값

'떨어져서 바라보고 해체하기' 하부목차 2 - 다차원에 걸친 델타값들

by 말쿡 은영

이 글이 글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다차원에 걸친 델타값들


델타. 기호로 표시하면 Δ. 함수를 구성하는 변수의 변화의 값을 이릅니다.

아내와 남편, 어느 날 엄마와 아빠가 되었습니다. 그 즉시, 그녀와 그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변수들에서 델타값이 발생하게 됩니다. 아내이자 여자였던 사람이 엄마가 되었을 때, 그리고 남편이자 남자였던 사람이 아빠가 되었을 때, 삶의 어떤 부분에서 어떤 변화량이 발생했을까요?

우선 열거하게 될 변수들은 엄마가 되기 전과 후를 비교하여, 엄마 삶의 구성 변수 중에서 큰 델타값이 관찰되는 것 위주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값으로는 단연 수면시간, 또는 수면 지속시간이겠네요. 아이가 신생아일 때부터 아이가 통잠을 자게 되는 때까지 가정마다 그 기간은 차이가 있겠지만 수년 동안 수면 부족 상황을 겪게 됩니다. 체중 또한 충격적 변화량을 수반하는 변수 중 하나입니다. 임신 기간은 임신 중이기에 용납되지만, 출산 후 (체질 때문이거나, 운동할 시간을 가질 수 없는 여건 때문에) 쉽게 빠지지 않는 체중은 참으로 난감하게 하지요. 체중, 그리고 입을 수 있는 옷 가지 수에도 델타값이 발생하게 됩니다. 나중에 감량 성공 후 구입하자는 마음으로 빈궁한 옷장은 그 상태로 한참 유지됩니다. 신체 각 부위와 지면과의 거리 역시 ‘살 처짐’으로 인해 짧아졌습니다. 동일한 체내 에너지로 해낼 수 있는 육체적 노동량, 두 팔로 들어 올릴 수 있는 물건의 중량은 또 어떻습니까?


아이가 24시간 온전한 집중 케어가 필요한 시기가 어느 정도 지나면 깨달음이 오는 변수가 있습니다. 만나고 있는 사람 수가 바로 그것입니다. 어른 대화를 나누는 시간 및 어른 언어 사용량, 매체를 통해 감상하는 ‘전체관람가’ 아닌 콘텐츠의 량 등을 통해서는 사회적 연결 면에서의 확실한 변화를 보여줍니다. 이 모두는 마이너스 값들을 가지는 것이고요, 플러스 값을 가지는 것을 살펴보자면, 하루에 감당하는 식사 준비 횟수, 빨래 횟수 등을 비롯, 가사 관련된 숫자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고는, 나 자신이 아닌 타인, ‘아이’라는 소중한 존재에 포커스 된 시간이 거의 모든 시간을 차지하게 되지요. 그 시간을 차지하는 아이템을 쪼개면 변수의 개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에 생략하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아이와 엄마가 떨어져 있는 시간에도 소위 ‘디지털 독박육아’라고 부를 수 있는 변수가 작용합니다. 아이가 유치원, 또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교육기관과의 소통을 위해 깔아야 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몇 개 됩니다. 유치원은 돌봄의 성격이 강하기에 드물게 한 번씩 전달사항이 있지만, 초등학교 학부모님들은 경험해 보셔서 아시겠지만, 몇 개의 애플리케이션, 같은 반 학부모들과의 단톡방 등 수시로 치고 들어오는 이슈들이 있고, 대응이 필요한 항목들이 그만큼 많습니다. 따라서, 계속 아이에게 신경은 가있게 됩니다. 보내는 학원 수가 점점 늘어나게 되면, 해당 학원의 애플리케이션 또는 선생님과의 소통 부분까지 추가됩니다. 온 시간이 아이로 꽉꽉 채워지는 덕분에 그 외 변수들에서의 변화량들에 대한 인지에 대해서는 둔해진다고 표현할 수 있거나, 아직은 미처 인지할 수 있는 때가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그 집중도가 조금씩 거둬지게 되면, 하나씩 하나씩 나 자신의 정체성이나 바로 세움과 관련된 변수가 인식되기 시작하는데요, 그때부터 막막함과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키워드는 뒤에서 따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남편들의 경우에도 변화량을 가지는 변수들이 분명 있지만, 이런 얘기 미안하오나, 아내가 감당해야 하는 변수의 개수나 변화량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으리라고 거의 확신하는 바입니다. 이렇게 과감하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나’라는 함수를 이루었던 변수의 개수가 많아짐과 동시에 변하지 않는 ‘상수(常數)’로 유지되었던 기존의 변수들 중 많은 변수들에서 변화량이 발생할 때, 다시 ‘나’라는 함수가 변형되며 재설정되기까지 얼마나 그 계산이 복잡할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싶어서입니다. 그에 따라, 출산과 육아라고 하는 것이 엄마와 아빠 모두에게 인생 최대의 도전이긴 하지만, 삶을 케어해주는 측면에 있어 순서를 따지자면 “엄마 먼저”를 (‘주장’이 아닌) ‘주창’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다고 말로는 많이 얘기되는데요, 그 행복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일지 아주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위에서 열거한 몇 개의 변수들에 대한 설명을 과격하지 않게 담담하게 이야기한 이유는, 아주 착한, 즉, 육아에 대한 주체적 참여 면에서 훌륭하다고 여길 수 있는 아빠가 있고 없고를 떠나, 어떠한 가정이라도 최소한 저러한 객관적 변수가 있음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고, 그 최소한의 것만으로도 집중 돌봄이 먼저 필요한 사람은 ‘엄마’라는 이유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집에 있으면 편히 쉬고 노는 줄로만 아는 기막히게 하는 남편이 있는 가정의 경우, 아내가 겪을 가혹함은 몇 배나 더 강력하겠지요?


아내: 남편~ 당신이랑 나랑 바꿀래?
남편: .....


아마 대답이 어려우시리라 생각해요. 누가 더 힘들고 덜 힘들다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의 여유를 조금이라도 더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기존의 생활패턴에서 변화량을 적게 겪은 쪽, 대체로 남편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펌프에 어느 정도 물이 차 있어야, 그 마중물에 의해 그다음 물이 끌어 올려지듯이, 남편이 마중물을 부어 준다면, 아내가 다음의 스텝을 위한 여러 가지를 손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남편도 당연히 돌봄이 필요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아내는 아마 돌봄 에너지를 다 쥐어짜내어 남편에게 할당하기 좀처럼 쉽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순서상 먼저 아내에게 부어주면요, 그 몇 배로 아마 남편에게 보답이 갈 것이에요. 워낙 아이에게 주기만 하다 보니, 작은 것 하나라도 자신에게 주어지면 느끼는 기쁨이 몇 배로 더 크게 다가올 거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인스타그램 계정 @live.stories.iyagisalda 유튜브 핸들 @live.stories 또는 ‘리브스토리즈’ 를 검색해 주세요.)

이전 07화[책을 써보기로 한다] 키워드 1 - 독박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