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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이은영 Nov 25. 2022

[책을 써보기로 한다]
떨어져서 바라보고 해체하기

내 마음의 감정적 장애 부수기


지금부터는 여러분에게 제 이야기를 제안하는 분위기로 가려고 해요. 그래서 말을 건네는 말투로 써내려 갈게요. 자, 이제 시작해 볼게요. 


우리의 오늘은 우리 엄마들이 그토록 바랐던 내일일지 몰라요. 굳이 시집 안 가고 계속 공부해도 되고, 각종 공적/사적 서비스와 인맥 등을 적절히 동원하면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지요. 뭐, 쉽다는 건 아니지만 할 수는 있으니까요. 


“엄마, 애 낳고 키우는 게 이런 거라고 왜 이야기 안 해 줬어?”라는 우리의 하소연을, 딸을 어여삐 여기는 엄마는 "오냐, 오냐." 받아는 주시겠지만, 그걸 굳이 이야기해야 알게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셨을지도요. 우리 엄마들은 자신들이 갖지 못했던 기회를 주심으로써 딸들은 일종의 ‘극복’을 해낼 것으로 믿으셨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엄마가 뭘 이야기해 주셨어도 과연 우리가 대비할 수 있었을까요? 그냥, 이 시대와 현재를 살아가는 주체인 우리의 몫인 거지요. 어떡해서든지 생기 있게 살아나갈 방법을 찾아내어 삶을 지속하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큰 틀에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집합적인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로서는 참말로 기가 막히는 상황에서 적잖이 당황했지요. 정신이 너무 없어서 왜 기가 막히는지에 대한 세련된 정리를 해낼 수 없어서, 내가 받아서는 안 되는 처사라는 생각만으로 무지막지한 원망과 화의 감정을 주변에 많이도 발사해 왔어요. 아시겠지만, 부정적 감정에 잡아 먹히면 더 나은 방향으로 일상을 만들기 위한 사고와 실천이 잘 들어오지 않지요. 시중의 감정코칭 서적들은 하나 같이,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들여다 보고 그 밑에 깔려 있는 원인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정리해 보라고 권고하지요. 정말 동감하는 바이지만, 우리는 쉽게 이런 생각에 빠져버릴 정도로 지쳐있어요. '말이 좋지 그게 어디 잘 되나?'


“악! 악! 뭔가는 내가 해야 해. 나 이러고 있을 사람이 아니야!" 

"자자, 나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  

“어우, 나는 내가 너무 아깝다~~!”


“아, 그래 이거, 이거 해보자, 이거 괜찮겠어!” 


(따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네네, 제가 지금 데리러 갈게요.” 


어린이 집에서 애가 배가 아프다고 하고 컨디션이 너무 안 좋다고 연락이 왔을 때, 지금 막 내 프로젝트를 위한 조사를 시작하려던 순간이었죠. ‘이거라도 하자.’ 싶어 프로젝트 하나 맡아서 시간 쪼개서 하는데, 지난밤 아이가 열이 나서 옆을 지키며 살피느라 잠 한숨 못 자고, 아이 어린이 집 가있는 동안 조금 자자 했던 것이 쭉 다 자 버리고 어느새 아이가 집으로 돌아올 때가 다 되었지요. ‘그래, 이따 애 자면 밤에 하자.’ 아마, 깨알 같은 겐세이(‘견제’의 일본말인데요, 사용해서 죄송해요. 다른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요.)가 많았을 겁니다. 


“에잇! 그래 뭐, 내가 뭘 하겠어. 고마 다 때려치우자!” 


뭘 좀 해보자 해도, ‘저 설거지만 해놓고 하자.’, ‘저 빨래만 널어놓고 하자.’, ‘아이 장난감 정리만 좀 해놓고 하자.’ 싶어 하나씩 하다 보면, ‘아, 힘들다. 조금만 쉬다 하자.’ 그러면, 두세 시간은 삽시간에 지나버렸습니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는 한 시간에 쳐내는 일의 가짓 수가 두세 개는 되는 것 같은데, 집안일은 가지 당 투입되는 시간이 너무 길어요. 그리고 재생산해낸 아이템들은 금방 다시 소모되어 재생산 라인에 다시 들어가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SNS에서 잘 나가는, 또는 잘 나가는 것 같아 보이는 친구들이 자기 자랑 포스팅을 많이 해놓습니다. 여러 가지 의미와 목적에 의한 포스팅이지만, 그저 자랑을 늘어놓은 것처럼 보일 때도 있고, 별로 잘 나지도 않는 것 같은데 저렇게까지 할 것인가 싶기도 하고, 세상에 비슷한 사례들이 참 많아서 내가 정말 리스펙 할 수 있는 ‘진짜’는 무엇인가 하면서 시사평론조로 내뱉기도 합니다.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고 하는데, 또, 무슨 레이스인지 규명되지도 않았는데, 경쟁하고 있는 것 마냥 계속 초조해만 하고, 생각과 결단의 연결을 맺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면서 스스로를 한심하다 여기기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상황에 질질 끌려가는 상태를 그대로 두어선 안된다는 것을 우리는 절감하곤 하지요.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무얼까 곰곰이 생각했을 때, 일단은 ‘나를 집어삼키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쫙! 빡! 딱! 쳐내어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상적 관계에서 맞닥뜨리는 ‘불공평하다’, ‘불공정하다’,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빈번한 자극들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은 우리에게 일상적인 피곤함을 주고 당장의 개선의 여지를 그다지 제공하지 않습니다. 물론, 어떤 관계에서 상대의 이해력과 수용력이 훌륭한 경우 개선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대체로 감정적 소모와 관계의 악화를 가져올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방치하자는 것은 아니고요, ‘반응’의 방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고요, 그것과 함께 제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처해 있는 사회구조적인 판을 보려고 노력하면서 일단 이 ‘상황’을 수용하기 위한 노력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수용’이 곧 ‘동의’의 의미는 아닙니다. 바꿀 수 없는 상황에 화살표를 계속 쏘면서 삶을 비관하는 것보다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함’을 한편에 정리해 두고, 개인적 차원에서 노력해야 할 것에 더욱 집중해 보자는 제안을 제 개인적인, 그러나 제법 강렬했던 깨달음을 토대로 건네 보고 싶어요. 


현실에서 거리를 두고 떨어져 바라보면서 해체하면, 무턱대고 화가 났던 그 상태에서 벗어나 침착해질 것이라 기대해요. 또한, 이토록 화가 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해 보면 ‘일단 그건 그렇게 결론 냈으니 다시 헝클어 뜨리지 말자.’ 이렇게 될 거거든요. 주변에서나 또는 나 스스로 자신을 매도하여 ‘내가 미친년인가?’라는 생각이 살짝 또는 수시로 들었을 수도 있으실 텐데요, 이러한 가혹한 판단을 걷어 내보자는 것이지요. 


제가 첫 번째 과제로 설정하였던 것이, 경력 공백의 시간을 구성하였던 요인들에 대한 분석과 정리를 제안하는 것인데요. 세상의 어떤 논리에 현혹되었었는지, 불합리한 억압적 논리는 무엇이었는지, 각자 가지는 지향 가치를 다시금 마음에 품으며 무엇을 쳐내고 무엇을 강화할지 등을 같이 정리해 가 보아요. 자, 이런 식으로 한번 해보려 합니다. 


[경력 공백 + 출산 + 육아 + 가사 + 나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욕구 + 나의 일 찾기 위한 노력 등]으로 점철된 시간을 가만 보면요, 외부에서 씌운 책임, 나 스스로 능동적으로 맡은 책임과 역할, 나 자신 또는 타인에 대해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자 하는 욕구, 일상을 버텨낼 수 있게 하는 힘 등 다양한 작동의 기제들이 있는데요, 그동안 저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꼽아 본 키워드 몇 개에 대해 그 개념을 더욱 구체화, 구조화해보려고 해요. 이 작업의 일차적인 목적은, 사색의 ‘거리’[things to think about deeply]를 독자들에게 제공해 보는 것이에요. 그런데 가볍게 한번 생각해 보는 정도가 아니라, 내 삶을 설계해 보겠다는 ‘의지’ 발동의 선상(관점)에서의 ‘사색 거리'로서 여러분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제가 여러분에게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다양한 채널을 추후에 열어 놓아 공감하는 독자들의 생각들을 적극적으로 받고, 모두를 한 자리에 모아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첫 번째 키워드는 독. 박. 육. 아.인데요. 이 단어는 참 많이 들어 보셨지요? 제가 이 단어를 기존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흐름과 닮은 듯, 조금은 다르게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제가 독박 육아의 상황에서 울분을 토해 내었던 첫 대화의 자리에 참여했을 때, 첫 번째 주제가 ‘독박 육아’ 그 자체였는데, 저의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이기도 하기에 여기에서도 첫째로 꼽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다음 글에서 이야기를 이어가 볼게요.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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