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서 바라보고 해체하기' 하부 목차 6
시시각각 나를 압박하는 결정적 시기들.
이것들 때문에 조급한 마음으로 매 순간 인터넷을 검색하여야 했습니다. 저는 그나마 제 ‘쪼’대로 밀어붙이는 성향이 강한 편에다가 귀차니즘이 강해서, ‘그냥 이 정도면 돼!’라고 생각해버리는 편이라 다른 분들에 비해 에너지 소모가 좀 적었을까요? 그렇더라도 수시로 피드(feed)되는 광고들은 내 아이를 위한, 나를 위한, 내 가족을 위한 적절한 서비스나 상품을 사들여야 한다고 절 들들 볶았고 계속 신경 쓰게 하였습니다.
‘공포마케팅’. ‘지금이 아니면 큰일 난다.’는 논리를 매우 강력한 효과로 설득합니다. 부정적 상황이나 불행을 염려하는 소비자들에게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방법입니다. 그 상품의 본질적인 장점을 제대로 담고 있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공포마케팅’이 가장 기승을 부리는 분야는 아시다시피 단연 ‘교육’이지요. 아이 연령별로 투입해주어야 하는 질적 요인을 계속 마케팅합니다. 그 논리를 듣고 있자면 일리가 있는 이야기인지라 특정 시기를 놓쳤을 때 아이가 이 시대의 흐름에서 뒤처질까 걱정이 되는 것이죠. 따라가지 않으면 그 부모는 아이를 방치하는 무책임한 부모가 된다는 프레임이 형성되어 있기도 합니다.
건강 분야에서도 공포마케팅이 상당히 적용되고 있지요. 남양유업의 불가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거짓 광고를 하는 바람에 매출이 급속히 올랐고, 결국 그것이 거짓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코로나가 발발되고 급속히 양산된 각종 소독제의 구성 성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우리로서는 바이러스 박멸에만 집중하여 남용해오고 있는데요 그것이 과연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없는 것일까요? 훗날 가습기 살균제처럼 치명적인 증상이 드러날 때에야 논란이 불러일으켜질지도요.
국가라는 시스템에는 각종 점검, 심사, 인증, 감사 등의 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 보유하고 있는 시스템의 커버리지를 넘어서는 알 수 없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사전에 감지할 수 없지요. 예를 들면, 수질 검사를 할 경우에, 특정 해로운 물질이 없는지 그 특정 물질을 타기팅하는 시약을 사용하고, 없음이 판정되면 그 물은 사용가능한 물이 됩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사용하는 각종 화학물질들의 결합으로 알 수 없는 물질이 어느 날 생겨났고 그것이 물속에 존재함에도 그 물질을 감지할 수 있는 시약이나 방법이 없다면, 그 물질이 있음에도 그 물은 여전히 문제없는 물인 것이죠. 우리 사회 모든 분야는 사실, 지금에는 적어도 '맞다'라고 믿고 있는 범위 내에서 살고 있는 것이며 언제 그 믿음이 바뀔지 모릅니다. 우리는 이렇게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네요.
다시 ‘육아’와 ‘교육’의 영역으로 돌아가보면, 여러 체킹 포인트를 마케팅이 푸시하지만, 특히 ‘3세’라는 경계선이 가장 많이 이용됩니다. 3세 이전에 반드시 해주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교육’과 연계하여 가장 강조되는 것은, 3세 이하가 신경회로가 급증이 되는 결정적 기간이므로 이때 교육적 자극을 많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지, 정서, 신체 모든 부분에서 급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이고 월령별로 매우 세분화하여 각 시기별 장난감, 교구 등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특정 월령에 무엇을 할 수 있다 또는 없다.’로 부모들은 일희일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못마땅한 것 중에 하나였던 것이 ‘밀가루’와 같은 먹을 걸로 장난치는 것이었어요. 촉감을 발달시켜주자는 취지는 좋은데 그것 때문에 밀가루 잔치, 뻥튀기 흩뿌리기, 각종 채소와 과일을 잘라 주물럭거리기 등에 대해 저는 ‘이 무슨 짓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시기별로 해야 한다고 정리해 놓은, 신뢰성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정보들에 의존하여 끊임없이 찾고, 선택하고, 돈을 지불하고, 아이에게 부어줍니다. 이것들을 제대로 하는 엄마들은 쉴 틈이 없습니다. 소비의 기준이 획기적으로 변하여 아이 쪽으로 급격히 쏠리게 되지요.
아이가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사회적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 교육기관에 보내기 시작합니다. 각자의 형편과 가치관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각자의 형편에 비해서 조금씩은 무리를 하는 쪽으로 가게 됩니다. 세상이 그렇게 흘러가고 평균치가 형성되면 거기에서 뒤처지는 것은 불안하니까요. 영어유치원은 건너뛰더라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는 영어학원을 득달같이 보내고, 구구단도 어서 외우게 하고, 고학년 되면 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피아노, 미술, 태권도, 인라인스케이팅, 수영, 축구 등 예체능에 자원을 투입하게 됩니다. 각 시기별로 어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최적인지 딱 하나의 정답은 없으나 대체적인 컨센서스(consensus)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풀다 보니, 주관이 강한 아이에 반해서 무언가 할 수 없었던 저는 많은 부분 패스하였던 경향이 있고, 한편에는 불안감이 없지 않아 늘 있습니다.
저는 사실 세상에 쏟아지는 무수히 많은 정보들을 소화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이미 많은 것들에 휩쓸리며 살아왔고, 에너지를 많이 부었습니다. 온 정신이 외부 요인으로 다 뻗어가도록 만들어버리는 현대사회 운영원리는 어느 날 문득, ‘자신에 대한 인지’를 매우 낯설게 느껴지게 합니다. 한 때, 온 시간을 육아에 투입하였던 시간에, 경력을 보류하고 선택한 것이기에, 이것을 제대로 하여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온갖 소비로 점철된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를 위한 좋은 제품을 이것저것 사서 테스트해보는 것에 투입되는 자원은 그 시간의 내용성을 채우는 데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참을 이런 패턴에 홀려 살다가, 다시 나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다시 세워나가 보리라 결심하고 실천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요, 이렇게 홀릴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하고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그렇게 지나온 시간의 내 삶의 내용성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구성될 수밖에 없었는지 매몰되어 있었던 세상의 작동원리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다 보면, 일단 인정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냉정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지 ‘의미’란 것은 우리의 ‘의지’로 찾아나갈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내가 처해있었던 ‘틀’을 발견하고, 그것에 대해 해석하고, 의미를 찾는 과정을 함께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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