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C 흉상의 저주
일본 야구 한신 타이거즈가 우승 못하는 이유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을 논할 때 ‘염소의 저주’를 빠뜨릴 수 없다. 1945년 월드시리즈가 열린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에 염소를 데려갔다가 입장을 거부당한 한 관중이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악담을 퍼부은 뒤 컵스는 수십 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염소의 저주는 2016년에 이르러 깨졌다.
일본에도 가을야구와 관련한 저주가 있다. ‘커널 샌더스의 저주’가 대표적이다. 그는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의 창립자로 세계 대부분의 매장 앞에는 그의 동상이 서 있다.
1985년 한신 타이거스가 일본시리즈에서 창단 최초로 우승을 거두자 연고지 오사카의 한신 팬들은 도톤보리 강에 모여 선수 이름을 한 명씩 외치며 응원가를 불렀고 더불어 해당 선수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강에 빠뜨렸다.
그러나 정규리그 타격 3관왕이자 최우수선수에 뽑힌 외국인 타자 랜디 바스와 닮은 사람은 찾지 못했다. 그때 누군가 케이에프씨 매장 앞에 있던 플라스틱 샌더스 동상을 발견하고 바스처럼 수염이 있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으로 던졌다.
그 이후 거짓말처럼 한신의 성적은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2003, 2005년에는 센트럴리그 우승과 함께 일본시리즈에 올랐으나 패했다.
‘커널 샌더스의 저주’를 믿던 일부 팬들은 샌더스 동상을 강에서 꺼내기 위한 시도를 이어갔고 2009년 3월 드디어 안경과 왼손이 사라진 동상을 발견했다. 이후 저주가 풀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한신은 2014년 또다시 일본시리즈 우승이 좌절됐다. 현재 강바닥에서 발견된 샌더스 동상은 수리를 거쳐 한신의 홈 고시엔 구장 앞 케이에프씨 매장 앞에 전시돼 있다.
한신은 아직도 우승과는 거리가 멀다. 일부 한신 팬들은 강바닥에서 사라진 샌더스의 안경과 왼손을 찾아야만 저주가 깨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과연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