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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철 Apr 20. 2019

각박한 시대를 이겨내는 집들이 문화

식단의 총화 손님맞이 초대 요리가 꽃피운 날

요리는 집들이 때 손님맞이 식단이 최고의 단계다. 시간에 맞춰 많은 음식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리 경험과 노하우는 필수다. 일반 집밥이 기본이 되지만, 손님맞이는 한 단계 더 넘어서야 한다. 메뉴의 선정부터 어렵다. 손님들의 나이와 정보에 따라 기호를 예상해야 한다.


오늘 초대는 나의 지인 2명과 아내의 지인 3명이 오기로 했다. 나이들은 20대 중반~30대 초반으로 남성 둘, 여성 셋이다. 일주일 전 아내와 논의 끝에 메뉴를 선정했다. 다들 젊어서 물컹한 메뉴들은 제외했다. 현미잡곡밥은 호불호가 있을 것 같아 백미로 정했다.


백미밥(생협/유기농), 배추된장국, 잘 익은 김장김치와 갓김치, 한우로 만드는 잡채와 소불고기, 닭가슴살 샐러드와 수제통깨소스, 견과류멸치볶음, 부추전, 수제 도토리묵, 치즈계란말이(시그니처메뉴), 오이도라지초무침, 과일, 홈메이드 원두커피로 정했다.


드디어 토요일 홍합 떡국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8시 반부터 요리 준비에 들어갔다. 초대 시간은 12시, 남은 시간은 세 시간 반이다. 아내는 집안 청소와 정리정돈에 들어갔다. 장모님은 요리에 필요한 설거지와 재료 준비, 상차림을 하기로 했다.


일단 소불고기부터 재웠다. 고기는 한 시간 이상 재움이 필요하다. 다진마늘, 간장, 맛술, 매실액, 참기름, 후추로 1차 밑간을 하고, 배와 사과, 양파, 대파를 갈아 2차 밑간을 한다. 배추된장국을 위해 30분간 멸치육수를 올려놓고 알배추를 잘라 씻어놓는다.


샐러드용 닭가슴살은 어젯밤에 미리 삶아 찢어놓았다. 양상추, 파프리카, 토마토, 딸기를 먹기 좋게 잘라 담았다. 샐러드용 호박고구마는 오븐에 20분 돌려놓았다. 어제 장모님이 쒀놓으신 도토리묵 간장장을 만들고, 샐러드용 통깨소스도 재료를 배합해 통에 담았다.


초고추장 소스를 조금 진하게 만들어, 수분이 많은 속을 빼낸 오이와 도라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무쳤다. 소스는 다진마늘, 고추장, 간장, 식초, 매실액, 올리고당, 설탕, 레몬즙, 들기름을 섞어 맛을 보고 취향에 맞게 조절하면 된다. 계란말이를 위해 당근, 양파, 대파를 다져 놓았다.


이제 80분 남은 시점, 잡채를 준비해야 한다. 먼저 당면 500g을 물에 불린다. 소고기는 밑간을 해놓고, 건목이버섯도 물에 불려놓는다. 잡채 담을 볼을 준비해 시금치를 데쳐 살짝 무쳐 담는다. 잡채는 야채를 볶는 작업이 필수다. 내가 채 썰어준 야채를 장모님이 볶는 역할분담은 이미 예전부터 구축된 시스템이라 어려움이 없다.


양파, 당근, 새송이버섯, 표고버섯, 파프리카, 목이버섯, 소고기를 차례로 볶아 담는다. 볶을 땐 소금을 조금씩 넣어주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 당면 삶기는 나의 역할이다. 물 1리터에 간장 140ml, 설탕 33g이다. 팔팔 끓을 때 불린 당면을 넣고 센 불로 졸인다. 다 졸았을 때쯤 식용유를 붓고 휘리릭 저어 마무리를 한다.




토요일 아침부터 점심까지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매번 집들이 때는 부담 반 설렘 반이다. 메뉴 선정은 늘 고민이다. 부담 없이 괜찮은 요리를 준비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사실 집들이 음식이라고 유별날 필요는 없다. 그동안 닦아왔던 단품 메뉴들을 정성스럽게 적절히 소집하면 된다.


상차림은 늘 장모님과 아내의 몫이다. 상차림도 분주한 과정이다. 접시와 그릇들이 총출동해야 하고, 완성된 음식들을 날라 플레이팅까지 마쳐야 한다. 손님들이 편안하게 맞을 수 있도록 친근감도 유지해야 한다. 나는 남아있는 요리가 있기 때문에 꼭 한 템포 늦게 손님들과 마주하게 된다.


많은 얘기와 연속된 안부로 떠들썩하게 웃고 즐기는 한나절이었다. 운동, 취미생활, 각종 가십거리 그리고 준비한 음식들 얘기와 건강, 먹거리 에피소드까지 쏟아져 나왔다. 너무 자유롭고 열려있는 시간인데, 언제부턴가 집들이 문화가 없어졌다. 바쁘기도 하고 주최 측도 손님 측도 부담스러워진 결과다. 외식문화가 발달하면서 집밥 문화가 멀어졌다. 한나절 바쁘고 힘들었지만 보람으로 충분히 상쇄시키고도 남았다. 모두에게 감사하는 하루였다.


※ 요리 음식 사진들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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