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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필선 Oct 25. 2022

인도는 정말 위험할까?

사고는 어디서든 일어난다. 

총은 없다

인도에 대한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는 ‘인도는 위험한가요?’였다. 간단히 답하기는 참 어려운 질문이다. 어떻게 보면 위험하고, 어떻게 보면 안전하다. 내가 가 본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그래도 인도는 안전한 편이지 않나 싶다. 물론 한국처럼 안전한 나라는 없다. 기본적으로 한국보다는 다 위험하다. 


인도는 총기 소유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총이 허용되지 않는 나라이기에 총기 소유가 허용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모르고 있다. 예전에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묻지마 살인이 있었다. 시내 한복판에서 한 남성이 일면식 없는 사람을 칼로 살해한 사건이었다. 만약 이 사람이 총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해보자. 분명 그 사람은 총을 난사했을 것이다. 칼은 근거리에서만 사용할 수 있지만, 총은 원거리에서도 사용할 수 있기에 그 피해는 훨씬 크다.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된다. 총을 소지할 수 있는 나라는 그렇지 않은 나라에 비해 훨씬 위험하다. 일단 인도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총기 소지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예외적으로 총기 소지가 허용되는 경우는 경호원과 경비업체에 한해서이다. 은행 같은 곳에서는 경비의 목적으로 총기 소지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공권력의 힘은 강하다

길을 가다가 한 경찰이 지나가는 릭샤를 세웠다.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경찰은 릭샤 운전사에게 한참을 뭐라고 했다. 아마도 주차하면 안 되는 곳에 차를 세워서 그런 것 같았다. 한참을 얘기하다 화가 난 경찰은 가지고 다니던 막대기로 릭샤의 전조등을 부수기 시작했다. 릭샤 운전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인도의 공권력은 큰 틀에서는 약하다는 평을 듣지만, 각 개인의 권력은 무서울 정도로 강하다. 경찰에게 대드는 사람을 볼 수 없다. 혹시라도 대들면 항상 가지고 다니는 막대기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다. 혹시라도 고소한다고 할지라도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경찰을 상당히 무서워한다.


뱅갈로에 있을 때였다. 버스를 타고 가고 있었는데, 한 군인이 버스를 막아 세웠다. 그리곤 버스로 들어와 몇 사람을 때렸다. 나는 외국인이었기에 아무 일이 없었지만, 그곳에 있던 몇 명의 시민은 군인에게 이유 없이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무도 대항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그 사건을 일으킨 군인은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진 슬픔에 술을 먹었고, 만취가 되어 사고를 벌였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몇십 년 전만 해도 권력의 힘이 강했다. 경찰이라고 하면 왠지 조심해야 했고, 군인이라고 하면 그냥 무서웠던 시절이 있다. 정부에 대해 반대의견을 얘기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는 시절도 있었다. 모든 출간물은 검열을 거쳤으며, 음악의 가사가 조금만 이상해도 금지곡이 되었다. 머리가 길어도 잡혀갔고, 짧은 치마를 입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통금시간이 지나서 돌아다니면 안 되는 시절도 있었다.    

  

순한 사람들

나는 대낮에 인도 어디를 가든 크게 위험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물론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했고, 가방이 없어지거나 찢기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확인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정도는 다른 어느 나라를 가도 조심해야 한다. 소매치기는 유럽이 훨씬 많다. 그래도 조심하기는 해야 한다. 아는 친구는 호텔 안에 둔 가방에서도 물건을 잃어버린 경험을 했다. 호텔의 직원이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알아낼 방법은 딱히 없다.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 그래도 인도 사람은 다른 나라 사람보다 순한 편이다. 화도 잘 내지 않는다. 우리나라 같으면 치고받고 할 것처럼 싸우면서도 주먹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냥 말로만 싸우다 갈 길을 간다. 그래서 인도의 길거리 싸움 구경은 좀 시시하기는 하다.     


낮 동안 대로변으로만 다니기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낮에 큰 대로변으로만 다닌다면 큰 봉변을 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도는 더욱 그렇다. 사람이 많은 곳에 머물고, 인파에 섞여 있으면 인도는 그리 위험한 곳이 아니다. 하지만 밤은 다르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곳, 가로수 없는 길은 조심해야 한다. 인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여자 혼자 늦은 밤에 인적이 드문 곳을 다니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부득이하게 밤에 사람이 없는 곳을 지나가야 한다면, 걷는 것보다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낮 동안 인적이 드문 곳에 가 보고 싶으면, 현지인과 동행할 수 있을 때만 다녔다. 그리고 밤에 집에 가기 위해 릭샤를 잡거나, 걸어갈 일이 있으면 우선 신발 끈을 꽉 매고, 가방끈을 짧게 했다. 언제든 문제가 생기면 뛰어갈 태세로 다녔다. 밤중에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대꾸하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나를 따라오는지 돌아봤다. 일면식 없는 사람이 따라오면서 말을 걸면 뭔가 이상한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사고는 한순간이다.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인도에서는 출생이 등록되지 않은 인구도 상당히 많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경우도 많다. 등록되지 않은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친다면 찾기 쉬울까? 한국 국토 면적의 30배가 달하는 인도에서 말이다. 그래서 항상 조심해야 한다.     


한국인이 사고가 난 경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문제가 생겨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때도 많다. 하지만 문제가 한 번 생기면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해외를 다닐 때는 가능하면 사건 사고에 엮이지 않는 것이 좋다. 국가마다 법도 다르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나라든 외국인보다는 자국민 보호를 우선으로 한다. 사고는 순간이기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한국인이 사고에 연루되어 6개월간 교도소에 다녀온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 얘기로는 교도소가 너무 더러웠고 쥐가 돌아다녔다고 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음식이었다고 한다. 6개월간 정말 먹기 힘든 음식이 나왔지만 살기 위해 먹었다고 했다.      


한국처럼 안전한 곳은 없다. 커피숍에 휴대폰을 두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사라지지 않는 한국 같은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너무 안전한 한국에서 살고 있다. 인도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한국을 벗어나면 어느 나라든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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