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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 Oct 30. 2022

발리에 온 두 가지 이유.

내적 동기 외적 동기

나 스스로 엄마가 되고 어린아이가 되기 위해서 발리를 오기로 결심했을 때 저 밑에서 하나의 욕망이 꿈틀대고 있는 게 느껴졌다. 나를 늘 불타게 하고 소진되게 하고 화와 비슷하기도 하고 추진력 비슷하기도 한 그것. 욕망.


요가원 있을 때 선생님들은 스타가 되거나 영적으로 대단한 사람이 되는 일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어른스럽고 센스 있고 현명하다는 칭찬들을 서로 했다. 사주를 보면 자기 주변에 사람이 따르고 다 잘될 거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자기한테 잘 보이라는 말인가 싶었다. 나는 요가 안 하면 숨이 안 쉬어져서 시작했는데 대단들 하다 싶었다. 그리고 무언가 본질에서 벗어난 얘기들 같아서 지겹고 재미가 없었다. 사랑스럽지 않았다.


마는 스타가 되기에 날씬하고 예쁘지도 않고, 영적으로 대단한 사람이 되기에 나는 너무 어린애 같았다. 하지만 평생을 장녀로 살아온 나는 어디 가서 더 많은 책임과 어른스러움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린애 같이 구는 것도 있다. 나는 그런 내 선택이 더 좋았다. 살 빼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다이어트 비법도 묻지도 않았는데 전해주는 무례함은 어디서 가르쳐줘야 하나 싶을 때도 많았다.


발리로 갈 때에 권위 있는 요가원에서 일을 하는 것이  성공이라는 그들에게 다른 성공을 보여주고 싶었다. ‘온몸으로 빛을 받고 물속에서 뒹굴고 놀며 건강해지고 그 건강함이 결국 너네들이 맨날 말하던 다이어트 비법보다 낫더라’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바디 프로필 사진도 계획 하에 두고 떠났다.


바디 프로필 비키니 사진도 있었지만, 인스타그램에는 요가 아사나 사진과 내 신념을 담은 글들도 많았는데 나를 멀리서 보는 사람들은 내 외적 동기에만 주목했다. 한국에 코로나로 돌아와서 너무 힘들어했을 때, 쉼을 구하러 간 곳에서 돌아온 답은 ‘어디든 똑같다’ ‘잘 나보이고 멋져 보이고 싶니’였다. 나를 부산 룰루레몬 매장에 지역 인플루언서로 소개한 차트 안에는 내 비키니 사진이 걸려있었다. 나는 분명 내면 아이 탐구와 고독을 위해 떠난 내적 동기가 있었는데 말이다. 물론 나의 내적 동기를 알아봐 주고 늘 지지해주는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니 외적 동기가 가득한 요가계가 싫어서 떠났던 나의 여행길이었다. 외적 동기가 가득한 사람은 타인의 외적 동기만 본다.


나는 두 가지 동기를 성취하려다 외적 동기의 함정에 빠진 것 같았다. 그 오해를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곧 잊었다. 나는 나의 내면의 성장을 믿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나 역시 외적 동기에 유혹당하기 쉬운 사람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쁘고 멋진 걸 너무 좋아하니까. 하지만 내적 동기 없는 삶을 살 때 내 눈은 꼭 동태 눈깔 같다. 늘 챙기려 한다. 내적 동기의 삶이 외적 동기로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해서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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