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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 Oct 30. 2022

가만히 가만히, 코로나

상처를 오롯이 들여다보는 시기.

코로나 때문에 자가 격리하는 14일이 너무 힘들었지만, 내심 코로나 덕분에 쉰다는 생각도 했다. 발리에서 루프트탑 요가를 진행하고, 연애를 하고, 그러면서 매일 서핑을 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었다. 나는 가끔 나를 너무 소진한다. 서울에 있을 때에도 이때가 아니면 좋은 수업을  들을  같아서 몸이  움직이고 싶다고 소리 지를 때까지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 마음이 모두 회복될 때까지 몸을 소진했다. 이제 몸이 회복할 차례였다. 건강한 마음이 몸을 기다려줘야할 차례였다. ‘가만히 연습할 시간이었다.


다시 요가매트로 돌아왔다. 부산에서 하타요가로 유명한 한 요가원에 갔다. 하타요가는 한 동작 한 동작을 천천히 진행하면서 양적이기도 하고 음적이기도 한 움직임을 가진다. 매트에서 그렇게 가만히 가만히 머물면서 몸 안으로 의식을 돌려왔다. 한국의 하타요가에서는 한주훈 선생님들의 제자가 많고 ‘안타라 반다’를 참 많이 강조하신다. ‘안타라’는 ‘중심의, 내적인’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두 다리를 붙여서 움직일 때에 많이 쓰는 표현이다. ‘안타라 반다’를 가지고서 코브라 자세나 다른 후굴들을 하면 처음에는 참 힘들지만 몸 겉면 근육의 움직임이 아닌 몸통 안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척추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하타요가를 진짜 잘하는 사람은 통통하거나 마르거나와 상관없이 잘한다.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고 움직이는 감각이 참 좋다. 하타요가를 배우러 한국으로 돌아왔나 싶을 정도로 의미 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부산에는 내가 참 싫어하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하타 요가원에서 몇몇 선생님과 요가원 오픈을 함께하게 되었다. 다른 선생님들이 질투를 했다. 그 요가원에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혼자 수련을 시작했다. 혼자 수련을 하는 시기가 왔음을 알았다. 쉽지 않지만 이어가고 있다.


새로 오픈한 요가원에서는 경력은 많지만 아주 어린 선생님이 매니저 겸 수업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참 불편했다. 내가 참 별로라고 생각하는 40,50대 꼰대들에게 참 친절했고 예의가 발랐다. 그러지 말라고 꼰대질을 하고 싶었다. 참고 얘기를 안 하려다가 내가 왜 매니저 일을 더 이상 하지 않는지 쓸데없이 얘기했다. 미안했다. 어느 날은 스튜디오 안에서 같이 수련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몇 번이고 와도 짜증 내지 않고 달려 나가 응대하고, 수련과 수업이 끝난 후 요가원 곳곳을 깔끔히 청소하고, 수업에 열의를 다 하는 모습이 눈에 훅 들어왔다. 의심 없이 온전히 열정적으로 집중하는 그 모습이 참 부러웠다. 나는 첫 요가원에서 매니저 겸 선생님으로 일했을 때 너무 열심히 수업 준비한다고, 청소도 너무 열심히 한다고, 너무 열심히 한다고 뭐라 하던 선생님들 때문에 열심히 밖에 모르던 내가 무식해 보이고 미웠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의 젊음과 사랑 가득한 모습이 참 예뻤다. 이런 사람은 이용하려 하다가도 응원하게 되지 않을까, 이용할 사람은 이용하겠지만 나처럼 마음이 사르르 녹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엄마도 주위 어른들도 늘 말한다. 적당히 하라고, 못하는 척도 좀 하라고. 하지만 나는 반대다. 그렇게 덜 열심히 하려 머리 쓰면 더 피곤하다. 어디든 열심히 하면 그건 자신에 대한 신뢰가 쌓이는 거라 생각한다. 맡은 바 집중하고 열심히 하는 시간만큼은 사랑과 가깝다. 젊음, 사랑, 순수, 열정 이 간질간질하고 생명력 담겨있는 따뜻한 단어들을 오랫동안 품고 싶다. 그젊은 친구 덕분에 멋모르고 열심히 일하던 내가 조금 용서되었다. 부산에 있는 것이 아주 조금 더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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