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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 Jan 04. 2023

꿈과 현실 구분법

기반이라는 것은 언제나 바뀌어서.

꿈은 불편하지만 늘 궁금하다. 현실은 늘 힘들다. 그리고 사람들은 현실이 기반이 돼야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요가선생님들은 골반이 기반이자 골반에서 모든 움직임이 출발한다고 말하며 내 골반에 자꾸 교정을 시도했다. 그리고 나는 교정이 안 되는 내 골반을 쳐다보면서 꿈과 현실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꿈은 없지만 현실을 살아갈 이유도 없었다. 현실은 보고 있자니 너무 구려서 바라볼 힘도 없었다. 도망가고 싶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티브이 속으로, 연예인에게로, 요가매트 위로, 책으로, 산책길로. 도망을 갔다. 한 숨 고른 것인데  누군가는 도망이라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 누군가는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 현실을 아주 열심히 살아낸 적도 있었다. 12시간 동안 회사에 붙어있던 적도 있었고, 20살 때까지는 모범생으로서 학교선생님, 친구, 친구부모님, 우리 부모님에게 믿음직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모두가 신뢰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현실에서 성취해야 하는 것을 볼수록 나는 숨이 막혔고, 내 발걸음은 더 느려졌다. 숨을 죽이고 현실을 받아들이면 그래도 할만했다. 그런데 이건 아니잖아 하는 순간이 또 불현듯 왔다. 현실을 친구들과 얘기할 때 우리는 자조적이었다. 씁쓸한 웃음을 내뱉고, 누가 더 힘든지 얘기하다 이게 뭔가 싶어 가지고 웃었다. 개인레슨 하시는 회원님들도 집이 그렇게 좋은데도 현실을 얘기할 때는 열받아했다. 꿈을 얘기할 때는 외면당했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마도 ‘여기 , 지금’ 이 중요하지 꿈과 현실을 논하는 게 더 이상하는 눈치였다. 맞다. 이걸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치다. 그래도 나는 현실을 강요하는 분위기 꿈을 좇는 분위기 두 분위기 모두 다 싫어서 더 들여다봤다. 가끔 나는 집착하는 변태 같다.


지금 글을 쓰는 내 옆에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는 하루종일 납작 엎드려 있다가, 잠자리가 날면 쫓아간다. 내가 외출을 하고 돌아오면 움직인다. 어느 날 본 책 ’ 자연처럼 살아간다’에서 이런 얘기가 있다. 걸을 시기가 되어도 걷지 않는 아기가 있었다. 유아상담센터에 데려가진 아기를 의사 선생님은 야외 풀밭에 앉혀 놓았더니 나비를 보고 손을 뻗고 움직이기 시작했더랬다.


우리가 다리에 힘을 기르고 운동하는 것, 기본기라고 불리고 정렬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이끌림이 없다면 과연 일어났을 법한 일인가.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숨 쉬게 하는 것들이 기반의 필요성을 만든다.


가슴을 위한 움직임은 다리가 기반이지만 가슴을 느끼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다리의 정확한 스트레칭과 움직임은 몸통의 방향에 의해 결정된다. 발은 땅을 통해 물리적인 힘을 일으키고 가슴은 숨을 통해 역학적인 힘을 일으킨다. 모두가 서로에게 기반이 되기도 하고 움직임이 되기도 한다. ‘아바타 2, 물의 길’에 나오는 대사가 있다.



물의 길은 시작도 끝도 없어.
바다는 네 주위에, 네 안에도 있어





요가를 할 때도 기존의 선자세는 발이 토대가 되어 다리의 힘을 필요로 하고 역자 세는 어깨가 토대가 되어 가슴의 열림과 가슴, 어깨, 목의 균형을 감각하게 된다. 고난도 자세를 할수록 기반이 어디에서부터 출발하게 되는지를 다양하게 생각하게 된다. 요가는 그렇게 이분법에서 다양성으로 나를 이끌었다. 서핑 역시.


좌: 타다아사나(선자세의 기본인 산자세, 우: 사르방가아사나(어꺠서기)



나는 나에대한 대한 확신이 부족한 사람이다. 먹고 싶은 것도 남들과 있을 때는 잘 얘기하지 못하고, 쇼핑을 할 때도 점원의 눈치를 본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며 꿈과 나의 바람에 대해 관찰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의 꿈은 무엇이 되는 게 아니라 잘 먹고, 잘 자고, 잘 얘기하고, 잘 움직이는 사람이다. 이때의 잘은 ‘더 나은’이 아니라 ‘적당한 때’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발리에 오래도록 서핑하며 요가하며 차를 나누며 사는 것이다. 발리에서 무엇을 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고 나면 내가 현실에 무엇을 꾸려야 하는지 보인다. 책을 쓰고 수업하는 게 잘 안되면 온라인 마케터 혹은 온라인 상담원이라도 해야지 하는 결심까지 해버렸다. 제일 싫어하는 일도 감내할 수 있을 용기가 생겨버렸다. 자식이 생기면 그렇게 힘이 생긴다는데, 내 꿈은 나의 자식과도 같나 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의 한 구절은 이러하다.



"당신이 지금 현실이라고 믿으며 살아가고 있는 이 삶은 사실은 당신의 마음속 믿음과 관념들이 창조해 내고 있는 환상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 당신은 꿈을 꾸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꿈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창조해 낼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꿈은 느낌으로 온다. 느낌은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움직임은 느낌을 강화시킨다. 꿈은 강화된다.

꿈도 현실도 무엇이 먼저 인 것이 아니라, 실은 내가 충분히 느끼고 끌리고 행동하느냐에 관한 이야기다. 온전히 느끼고 살아있는가. 생경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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