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망울

무엇이 중요해요?

아빠는 사업을 잘하셨고, 해외출장이 잦았다. 나는 그런 아빠가 늘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엄마는 바쁜 아빠를 늘 불평했다.

엄마는 늘 무언가를 했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퇴근 후에는 수영, 그림 그리기, 노동조합활동 등을 참 열심히 했다. 수업 이외에도 학교 레크리에이션 행사는 엄마가 자꾸 담당했다. 엄마와 나는 같은 학교를 다녔다. 친구들은 나의 엄마를 멋지다며 부러워했는데 나는 늘 못마땅했다. 바쁜 엄마를 늘 불만족했다.

엄마가 무언가에 제일 열심히 꽂히셨던 것은 전교조 활동을 하실 때였다. 기존의 부조리한 것들을 바꾸는 교직원들의 모임이었는데, 나는 엄마가 그 활동을 시작한 뒤로 나를 더 싫어하는 것만 같았다. 엄마는 매일 화가 나있었다. 청렴을 위해 만나는 활동이었지만 그들은 거칠어졌다. 우리 엄마도 거칠어졌다.

나는 바쁜 아빠와 엄마를 늘 기다렸다. 내 눈망울을 한 번이라도 더 봐주길 바라는 마음을 느끼면서 어린 나는 무엇이 중요한가 생각했다. 새로운 이념도, 새로운 물질도 아니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이념과 새로운 물건이 중요한 것은 아님을 알았다.

어느 날은 대문 문이 잠겨있는데 키를 안 들고 와서 옆 아파트에 사는 외삼촌 집으로 향했다. 문 안에서 들리는 너무 화목한 외삼촌 가족들의 목소리에 벨을 누르지 못했다. 그 건 내가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 문 앞에서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눈망울을 보고, 살을 비비며 사는 삶. 하지만 다 커서 내게 오지랖을 부리는 삼촌을 보고 그것도 전부는 아니구나 싶었다. 우리 부모님은 너무 문학적이고 이념적이었고 삼촌식구는 너무 본능에 가까웠다.

갑작스럽지만 그래서 나는 요가가 참 좋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지금 운영하는 요가시간이 참 좋다.

눈망울을 보고, 숨소리를 듣는다. 마음을 궁금해한다. 몸이 생각대로 잘 안 움직여진다면 정답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궁금해한다.

이념적이지도, 욕구에만 치중하지도 않는 눈망울을 바라보는 우리의 모임이 참 좋다. 마음과 마음이 닿는 시간이라 참 좋다. 자유롭지만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