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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카피 Aug 08. 2024

생존카피08 지면에 귀천이 어딨어 UX라이팅

플랫폼 구석구석 제대로 활용하여 고객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앱푸시를 매일매일 다 쓰시는 거예요? 우리 앱은 그런 자잘한 거에 신경 좀 그만 썼으면 좋겠어요.
(....)


플랫폼 라이팅 가이드를 기획하기 전, 전사 홈메인의 카피와 앱푸시를 혼자서 쓰던 시절이 있었어요. (참고 생존카피03 이곳의 룰은 룰이 없다는 거야) 그때 홀로 야근하는 저의 모습을 보던 옆자리 에디터가 퇴근길에 던진 말입니다. 물론 의도와는 상관없이 말투나 전달하는 바가 기분이 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저에게는 이런 시선이 익숙했어요. 플랫폼의 전체적인 흐름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때때로 인앱에서 쓰이는 카피의 중요도가 카피가 쓰인 지면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오인하곤 합니다.


오해와 진실 01 ATL? BTL?

2012년 종합 광고대행사에 다닐 당시엔 ATL 광고(TVC, 라디오, 신문, 잡지)가 고객 커뮤니케이션에 더 주류 광고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디지털 광고(모바일, 인터넷)는 부수적인 작업으로 여기곤 했었어요. 그래서 동료 카피라이터의 중에서는 배너 카피를 무시하거나 작은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었죠.


하지만 그때도 저는 매체에 따른 목적과 크리에이티브가 쓰이는 방식은 차이가 있지만, 중요도가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TVC의 경우엔 마지막에 킥이 되는 키카피를 효과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전체적인 스토리 구성이 고려되어야 하지만, 모바일 배너 카피의 경우엔 롤링배너도 제공되는 모든 카피가 키카피가 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합니다. TVC는 TV를 집중하고 보는 사람들과 대비해서 모바일 배너는 어느 시점에 고객이 유입되어 어떤 행동을 하는 중에 광고를 볼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또한 요즘 고객들은 단 한 번의 크리에이티브 만으로 상품의 구매를 결정하지 않아요. 지난밤 TVC나 유튜브 영상으로 상품을 처음 보고, 며칠 뒤 퇴근 길 전광판에서 포스터를 확인한 후 팔로우 한 셀럽의 SNS를 통해 브랜드를 다시 접할 수 있습니다. 그 시점에 해당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알리는 알림톡이 온다면 고객은 행동을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최대한 이 모든 과정이 우리가 설정한 타깃의 일상 속 자연스럽게 노출 될 수 있도록 일관된 메시지를 다양한 채널에 적합한 형태로 제시한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어떤 채널이 ATL이고, BTL인지 분류하는 것은 더이상 무의미하죠.    


오해와 진실 02 잡지? 앱 컨텐츠?

패션 플랫폼에서 라이팅 가이드를 교육하며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우리가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 모바일에 대한 이해였어요. 모바일은 언제나 지면의 제한이 있습니다. 그런데 해외 매거진을 레퍼런스 삼아서 초반에 앱의 톤앤매너를 설정하였는데, 종종 기획자들이 종이 잡지를 쓰듯이 길고 모호한 글을 쓰는 경우가 자주 있었어요.

 

내가 제작하는 컨텐츠가 어떤 채널에 노출되는지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컨텐츠를 기획하는 것은 이제는 고객 커뮤니케이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같아요. 우리가 30초의 영상으로 상품을 소개할 땐 다른 소재보단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사실 30초의 영상을 내내 집중해서 보는 고객은 2% 미만입니다. 따라서 초반 3초 안에 비주얼이라든지, 주요한 메시지를 담아 고객의 시선을 잡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제 고객은 80% 이상이 모바일에서 브랜드의 정보를 얻기 때문에 모바일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주어진 지면 안에서 가독성있게 내용을 구성하는 것은 고객의 이해를 높일 수 있어요. 스크롤 다운처럼 전통적인 형태로 전체 내용을 통으로 전달하기 보다 타이틀과 바디카피로 구분해서 전달하는 것, 주요 메시지의 볼드처리와 폰트 사이즈를 구분하는 것, 모션 기법의 활용 또한 가독성을 높일 수 있는 간단하지만 확실한 방법입니다. 채널의 형태와 크리에이티브의 구성에 대한 검증은 고객 접근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이러한 방식은 고객 연령대와 상품군에 따라서도 매우 다양해집니다.



플랫폼 구석구석 활용하기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저는 현시점 고객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활용할 수 있는 브랜드 채널을 효율적으로 잘 활용하는 앱 만이 고객을 확보하고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의 고객 커뮤니케이션 강점은 고객들의 일상을 고려하여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패션앱에 있으면서 여성들의 쇼핑 행동에 대해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어요. 현재의 여성들은 스스로 돈을 벌고,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브랜드와 상품이 명확하며 그런 상품들은 출퇴근 길에 하트를 눌러 체크하고 잠들기 전 심야 시간에 충동적으로 구입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었습니다. 취미 생활이나 여행을 계획하면 꼭 더 큰 쇼핑을 동반하곤 했습니다. 여행을 갈때는 그 곳과 어울리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새로 장만했으며, 운동을 시작하면 운동화나 운동복의 소비가 늘었습니다. 생일과 같이 특별한 날에는 무리를 하더라도 평소보단 더 비싼 제품을 구입했습니다. 고객들의 쇼핑 패턴에 대해 파악한 후, 다양한 채널에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고객의 행동을 이끄는데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한 가지 사례로 CRM 메시지 가이드를 설계 했을 당시, 우리는 카카오 플러스 친구 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하루 3번 이상 메시지를 전송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이미지와 간략한 메시지 구성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했기 때문에 채널에 맞게 아래와 같은 4가지 원칙으로 문구와 이미지 활용 방안을 제안하였습니다. 1) 고객이 수신 즉시 한눈에 의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한 문구와 이미지 사용, 2) 중복된 내용 제거, 3) 메시지 인지를 돕는 일관성 있는 레이아웃 사용 4) 브랜드 배너와의 이질감 줄일 것. 이러한 개선을 통해 메시지 오픈율은 WoW 1.8% 상승하였습니다. 오픈율과 더불어 더 큰 성과는 매일 같이 브랜드 자산이 될 수 있는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었어요.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아둔 고객에게 적절한 때에 목소리로 '상품 구입을 망설이시네요? 지금 바로 사용 가능한 15% 쿠폰을 보내드렸으니 쇼핑의 고민을 덜어보세요.'라든지, 셔츠 상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oo 님 구입한 셔츠와 잘 어울리는 하의를 몇 가지 추천해 드려요. 지금 함께 확인해 보세요.'의 접근은 브랜드가 고객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과 플랫폼에 머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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