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촉천민에 의해 설립된 기업
인도에는 아직도 2,000년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카스트 제도가 존재한다. 카스트 제도란, 태어날 때부터 사람들을 승려, 귀족, 상인 등의 계급으로 나눈 후 계급에 따라 사람들을 대우하는 일종의 신분 제도로 지금은 금지된 제도이지만, 이를 전통으로 여기는 사람들로 인해 농촌과 같은 인도 일부지역에서는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이러한 카스트 제도 하에서도 가장 아래에 속하는 불가촉천민의 삶은 무척이나 고단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아쇼크 카데에게도 마찬가지였다.
1957년 인도 태즈가언의 작은 흙집에서 태어난 아쇼크 카데는 불가촉천민이었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그 또한 불가촉천민의 삶을 부여 받았다. 카스트 제도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계급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는 인도 사람들이 신성하다고 여기는 사원 근처에도 갈 수 없었고, 학교에서 공부할 때도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찬 바닥에 엎드려 공부해야 했다. 불가촉천민은 정신과 육체가 깨끗하지 못해 주변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뿌리 깊은 편견 때문이었다.
카스트 제도가 존재하는 한 어떠한 노력을 해도 자신의 신분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자신의 신분을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것은 바보 같은 행동으로 비춰질 뿐이었다. 아쇼크 카데는 이러한 현실에 좌절했지만,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오직 남들처럼 자신의 신분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처럼 보였다. 그러나 인도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상위 계급의 사람들이 더럽고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는 통에 인도에 진출한 독일의 선박회사로부터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낮은 신분이 최초로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비록 그의 임금은 독일 근로자의 1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적었지만, 그는 임금에 실망하지 않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자 노력했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자신의 신분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여겼던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했고, 이를 통해 보다 많은 기술들을 습득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1995년, 그는 그동안 배운 기술과 지식들을 바탕으로 석유시추회사를 설립했다. 그가 설립한 회사의 이름은 다스 오프쇼어 엔지니어링. 오늘날 1억 달러가 넘는 인도의 거대한 기업 중 하나가 가장 낮은 계급의 사람으로 태어난 아쇼크 카데에 의해 설립된 것이다.
처음 회사를 설립할 당시만 해도 그는 자신과 같은 신분의 직원들과 함께 일해야 했지만, 현재 그의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 상당수는 그 보다 높은 계급의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는 한 회사의 사장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여겼던 카스트 제도를 극복한 사람이 된 것이다. 그의 성공 신화는 미국의 대표 언론사인 뉴욕 타임스를 통해 소개되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그의 회사는 인도의 낮은 계급으로 태어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참고 기사] 천민 사장·귀족 직원… 3000년 카스트制(인도 신분제) 흔들(2011.12.22), 이한수,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