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찾으러 그곳으로 갔다. 아이의 키가 훌쩍 자라 마지막 사이즈의 바이올린을 사야 했다. 마지막 사이즈였으므로, 어쩌면 다른 바이올린을 만날 기회가 없을지도 몰랐다. 좋은 소리를 가진 악기를 만나고 싶었다. 1시간 30분을 달려 악기사가 모여 있다는 그 거리로 처음 갔다. 악기사에 걸린 수많은 바이올린은 색깔과 표면에 칠해진 느낌이 다르고 무엇보다 가격과 소리가 다양했다. 정해놓은 가격대에서 최대한 좋은 소리를 내는 악기를 찾아야 했다. 악기는 누구도 불러준 적 없지만 이름이 있었고, 어느 누구도 들어주지 않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악기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악기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막막한 소리를 내는 악기가 있고 먹먹한 소리를 내는 악기가 있었다. 웅크린 채 자신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 악기가 있는 반면, 기다렸다는 듯 들뜬 목소리로 수다를 떠는 악기가 있었다. 단정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목소리를 가진 악기가 있었고, 우아하면서 절제된 소리를 내는 악기가 있었다. 저마다 소리의 이목구비가 달랐다. 우리는 반복해서 소리를 들었다. 같은 소리를 내는 악기 중에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를 찾아야 했다. 아이의 친구가 될 만한 악기를 찾고 싶었다. 아이와 같이 수다를 떨고, 마음을 나누고 감정을 나눠 가질 친구. 아이에게 조언을 건네고, 아이의 어깨를 감싸 안아줄, 따스한 마음씨를 가진 여유로우면서 냉철함을 가진 친구. 돌고 돌아 우리는 처음 가 본 가게에서 처음 만났던 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노래 제목처럼,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