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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연어 May 03. 2023

사장은 행복할까?

인생을 바꾸는 100일 글쓰기


요즘 김승호 회장의 '사장학개론'을 읽고 있다.



김승호 회장은 글로벌 외식기업인 스노우폭스의 최고경영자다

그의 저서인 <김밥 파는 CEO> <생각의 비밀>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 <돈의 속성>을  이미 읽었기에 김승호 회장이 생각하는 기업가정신과 사장으로서의 마인드, 경영철학을 조금은 알고 있었다. 전작들의 완결판 같은 개념으로 나온 사장학 개론은 '크게 성공한 사장'이 '세상에 온갖 사장'들에게 사장 공부'를 시키는 내용이다. 


이번 포스팅은 책 리뷰가 아니어서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김승호 회장은 지난 20년 동안 사업을 해온 내가 백종원과 더불어 롤 모델로 생각하는 사업가다. 때문에 나를 돌아보는 차원에서 복습하는 마음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사장이란 어떤 것일까?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세상에는 많은 직업이 있다

사장이라는 자리도 그중에 하나다. 대기업 총수도, 1인 기업 사장도 결국은 무언가를 최종 결정하는 자리다. 결정한 것에 책임과 과실은 스스로 져야 한다. 때로는 거대 조직(임직원)을 먹여 살리는 CEO도 있고 한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1인 기업도 있다. 그러나 사장이 가지는 무게는 어느 경우든 대체로 엄중하다. 


2022년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전체 기업 수는 2,437개 사이고 이것은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만을 포함한 수치다. 국내 중소기업은 2020년 기준 728만 개로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자영업자를 포함한 수치다. (출처 : 한국거래소, 중소벤처기업부)


결국 대한민국에는 

대략 700만 명의 크고 작은 사장이 존재한다!



사장이라는 자리는 

수동적인 삶을 자기주도적으로 바꾸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사람들의 직업에 가깝다

그렇다면 사장은 늘 새롭고 진취적일까? 아무렴 사장도 인간인데 늘 그럴 수야 없다. 하지만 성과를 내기 위해선 그런 능력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원래 사장으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아, 재벌 2세는 다를 수도). 대개는 일하다 보니 그 자리에 무게를 알게 된다. 힘들어서 짧게 끝내고 직장인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고 회사를 키워서 일가를 이룬 경영자도 있다. 크게 성장한 분들은 기업가정신을 필수 템으로 장착했다고 볼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큰 부침 없이 지난 20년을 유지해왔다는 데 겨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리고 규모를 키우지 못한 건 순전히 나의 능력 부족이라 생각한다(그래도 이걸로 만족하는 걸로). 돌이켜보면 유지해온 것만으로도 '생존 미션'을 수행한 것이기에 창업시장에서 기본은 한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 중이다.


사장은 어떤 사람이 할까?

이 직업은 역설적이게도 성실하고 꾸준하며 친화적이고 조직적인 사람에겐 오히려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맞지 않다기보다는 그런 사람은 창업의 길로 나서려는 생각 자체를 안 하게 된다. 조직에 잘 적응하고 협력할 수 있다면 충분히 직장인으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가 있다. 반면에 여리고 디테일하고 조직의 타이트함을 순응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뜻밖에도 사업을 도전하는데 과감하다. 나 또한 그랬으니.. 


그런데 막상 직접 해보니 

처음과 다르게 성실하고 꾸준함이 장착되면서 

반복되는 일상을 견뎌내는 힘을 기르게 되었다 

오히려 지금의 나는 회사라는 조직에 조금 더 어울리는 성향으로 변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직장을 다니기가 꽤나 싫었다. 일이 힘들다기보단 조직에서 아무 색깔도 없이 소비되는 게 무엇보다 견딜 수가 없었다. 이를테면 어딘가에서 글 밥을 먹고 살아야 하는데 틀 속에 갇혀서 월급만 기다리는 건 도무지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어려서 그래요). 그러나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문과 기질이 다분한 내가 컴퓨터 관련 밥을 이십 년째 먹고살고 있다.


사장의 고충이라면?

월급을 받는 사람에서 월급을 주는 사람이 되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야 할게 너무 많아졌다. 그래봐야 직원이 몇 명 안되는 소기업이지만 늘 매출과 마진을 고민하며 '사장과 가장'으로서의 미션을 수행한다. 거래처의 매출이 부진하면 원인과 대안을 찾아야 한다(직원이 대신해 주진 않는다). 일정 수준의 월평균 매출과 마진이 통계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아무튼 이게 조금이라도 미흡하게 되면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리고 늘 결정하는 일의 연속이다. 비누 한 장을 사더라도..



고객사 담당들과도 가끔 점심을 먹거나 차를 마신다 

전화 통화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오고 가지만 눈을 맞대고 얘기를 나눠야 이뤄지는 소통은 따로 있다. 지금보다 젊었을 땐 담당들과 자주 만났는데 요즘은 거의 전화로 때워서 이래도 되는가 싶기도 하다. 대부분 직원들이 다니기 때문에 거래처 담당을 직접 만나는 횟수가 갈수록 줄어든다. 하루 종일 모니터 화면과 마주하며 가상의 세계를 사는 나로서는 사무실이 일종의 유배지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것은 다분히 성향 차이인데 MBTI 중 (INFP와 INFJ를) 오고 가는 나는 외향적이고 활달한 대외활동보다는 차분하고 조용함을 선호하는듯하다. 


사업이란 자고로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지기에 적극적으로 만나야 할 자리가 있다. 하지만 업무분장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서 사람을 만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 못 만나는 경우가 생긴다. 오늘은 그래도 오랜만에 고객사 담당들과 우리 쪽 직원들을 데리고 고객사가 위치한 분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오고 가는 대화 속에 조금은 더 그들과 가까워짐을 느낀다(이런 걸 전에는 잘했는데 요즘 확실히 못하고 있다)


사장이란 자리의 매력이 있다면?

그래도 나에겐 '내 마음대로'란 자유가 있다

이 단어가 주는 함축적인 의미는 꽤나 커서 지금까지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출근도 내 마음대로, 퇴근도 내 마음대로, 누구와의 약속도 눈치 없이 내 마음대로.. 새로운 시도도 내 마음대로. 뭐든지 일단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이 포지션은 상당히 능동적인 행위다.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스스로 규칙의 틀안에 나를 가뒀다. 하지만 언제든 내키는 데로 할 수 있을 때 지키는 규칙은 크게 힘들지 않다. 아마도 이점이 나를 이끈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스탠바이~ 출동하라 태권브이!





이 자리를 왜 지키고 있는 건지?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와 상담한 기업인의 사례를 본 적이 있다. 의사는 두 가지 경우에서 놀랐다고 한다. 그중 한 명은 큰 기업의 총수였던 사람인데 본인이 유리 멘탈이라고 털어놨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큰 기업을 이끄는 사장은 보통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 우리는 모두 같은 종족이구나 안도감이 든다. 또 한 명은 자수성가한 70대의 은퇴한 기업가에게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 거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의 말은 '계속 열심히 사는 거' 였다고 한다.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사는 걸까? 자신을 채찍질해가며 끊임없이 달린다면 과연 성공일까? 그분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짐작이 되기에 남은 생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나는 먹고살기 위해 이 자리를 지키고 살아왔다. 하지만 반드시 그 때문이라면 진작에 탈출해버렸을 테다. 언제든 변신할 수 있는 트랜스포머라 생각하니 수없는 일상의 반복이 견뎌졌다. 위의 상담자분들처럼 그릇이 크면 책임질 일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매우 소소한 존재로서 책임질 일도 작은걸(?) 오히려 만족하며 내 삶의 변신을 고대하고 있다. 


행복은 나를 향해야 하지 않을까?

같은 쪽의 사업을 하는 친구에겐 은퇴란 없다. 끝없이 일을 하는 게 즐거움이란다. 물론 그에겐 일이 노후에도 최선의 처방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같을 순 없다. 친구와 매번 만나 인생 2 막은 일이 먼저냐 자아실현이 먼저냐로 옥신각신중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다를바 없다. 그러나 나에겐 최소한 인생에서 재밌게 놀다 갈 시간이 필요하다. 


행복은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고통스럽지 않은 상태'라는 말을 적극 지지한다. 재밌어서 일을 하지 않으면 베길 수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사업을 하면서 너무 하기 싫다거나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으니 그동안의 나의 자리에 만족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내면의 잔잔함을 지켜볼 수 있는 눈을 갖는 게 새로운 목표다. 

그런 상태가 아마도 글을 쓰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정년 없는 정년을 정했다 

인생 2 막을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나의 자리에서 '똑같은 질량의 하루치 일'을 끝낸다


나는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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