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상황이 안돼 더 일하게 될지는 몰라도 일단 야심 찬 계획은 그렇다. 지금처럼 출퇴근이 반복되는 일은 졸업하고 싶다. 그리고 은퇴란 말보단 Job change가 적절하겠다. 뒷방에서 손놓고 있을 생각은 없으니까.
같은 업종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는 만나면 잔소리다. 놀면 늙는데 왜 그만두냐고.
계속 일하라는 친구에게 되묻는다. 그렇게 일만 하다 숟가락 놓고 가는겨!!
생업을 졸업하는 동시에 '놀 거리'를 추려 보니 몇 가지가 떠오른다
하루키를 닮고 싶어 매일 글 쓰는 남자, 글과 관련된 일로 하루 반나절을 채우는 1인 기업가, 부동산 투자로 다만 얼마라도 월세 받는 아저씨, 명리학을 배우는 수강생, 못 가본 여행지를 밀린 숙제하듯 찾아다니는 관광객,대충 이런 일들이 나의 새로운 직업군이 될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트랜스포머가 될 수는 없으니 지금부터 육 년은 모종을 심는 시간이다. 아 하나 빠졌다? 하루는 대형 도서관에 가서 종일 책 읽기 추가.. 나름 놀게 많은데 왜 남들은 할 게 없다는 건지 아직까진 이해가 안 된다. 내 생각이 틀렸다면 그때 가서 따져볼 참이다.
지금 나의 뇌는 세 가지 축으로 돌아간다. 사업, 글쓰기, 부동산 재테크
다만 때마다 톱니의 어느 한 축이 커져서 나머지를 이끄는데 재작년까지는 재테크의 톱니가 커진 시기였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었고 부동산 공부 자체가 재밌었다. 일간이 土인 나는 아무래도 부동산과 궁합이 맞아 보인다. 틈틈이 관련 도서와 유튜브, 온라인 강의를 통해 학습해왔다. 물론 실전투자도 이루어졌으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지금 같은 정체기엔 풀어야 할 머리 아픈 숙제도 생겼지만 아무튼 내게 부동산은 재밌는 놀이다.
1. 배워서 썼다기보다, 쓰면서 구축됐다는 하루키의 글의 세계는 독특하다. 하루키에 대한 나의 감상은 독자가 마음대로 읽고, 상상하게 내버려 두는 작가란 점이다. 굳이 간섭하지 않으니 읽는 독자도 편하다. 감상의 자유를 주는 하루키는 예의 바르다. 나는 그런 류의 '예의 바른 글'을 쓰고 싶다.
2. 지난 몇 년은 자산 시장의 지독한 상승장이었다. 흐름을 못 타면 낙오되는 착각이 들었다. 이게 정상인가? 싶었는데 결국 시장은 된서리를 맞았다. 버블이 꺼지면서 투자시장에도 새로운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위기와 기회는 따라서 온다. 하락장이라고 관심 없이 지나치다간 부의 흐름을 놓친다. 공부라도 해두자.
3. 내 생각은 그렇다. 대개 삶의 육 할은 벌써 규정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이 바뀔 수 없다는 운명론의 무릎을 꿇어야 할까? 하지만 육 할의 나를 가지고 세상을 사는 방법이 명리라고 생각한다. 그중 백미는 '넘치는 건 줄이고 부족한 건 채우라는' 이치다. 이미 견적이 나온 나를 그 한 줄의 힘이 줄이고 늘려서 균형을 맞춘다. 명리를 흔히 신점으로 오해하는데 지금껏 북반구 인간이 살아온 전체 합의 평균이 맞는 해석일 테다. 명리학은 방대해서 초짜가 덤빌 수가 없다. 직업이 은퇴인 때가 오면 제대로 한번 배우고 싶다.
4. 코로나 전까지 매년 해외여행을 다녔다. 아시아만 다녀서 견문이 넓진 않은데 그래도 해마다 가는 자유여행은 나의 전두엽을 자극했다. 여행 갈 나라를 사전 공부하고 직접 코스를 짰다. 해외에 도착해서 거침없이 그들의 대중교통을 타고 로컬 지역을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다 코로나가 왔다. 어쩔 수 없이 그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국내로 눈을 돌렸다. 막상 다녀보니 대한민국은 다닐 곳 천지였고 멋진 곳이다. 지금은 일을 해야 해서 제약이 많은데 출퇴근이 없는 날이 오면 아무 때나 떠날 생각이다.
5. 그리고 날 잡아 하루쯤은 도서관에 가서 손 가는 데로 책을 읽고 싶다. 다행히 내년에 이사 가는 집 앞에 도서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