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셰프 호소인이 되었나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나는 간혹 다른 매장의 리뷰를 살펴보곤 하는데 재미있는 리뷰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청담 등지에 어린 쉐프(?) 호소인들이 인테리어 공사비 뽑으려고 만드는 유행하는 오마카세와 비교 불가'
참 재미있는 표현인데... 그는 실력도 되지 않으면서 스스로 대단한 셰프인양 착각하는 자들을 셰프 호소인이라 표현하였다.
우리는 참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 유튜브 덕에 누구나 많은 정보를 접하는 시대, 배우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그로 인한 선순환으로 나 같은 사람도 요리사가 되어 요리로 밥을 먹고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반대로 셰프 호소인들을 쉽게 양성하는 시대가 되었다.
무엇이든 좋은 걸 찾는 시대, 유튜브 등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높은 수준의 원물(음식을 만들기 위한 재료) 등으로 인해 어느샌가 요리를 하는 이 바닥에 가장 중요한 화두는 '좋은 원물'이 되어버린 것 같다.
기타 같은 나무를 사용하는 악기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나무가 아닌 악기 제작자의 실력이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하이엔드로 가면서 원물로 인한 가치의 상승폭은 낮아진다. 예를 들어 기타라는 악기는 100만 원 이상이 되면 투자 금액 대비 제품의 퀄리티 차이의 차이는 줄어들게 되며 그 모자란 1%를 위해 수백만 원을 더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그 후에 미적인 부분, 예를 들어 예쁜 무늬목 등을 사용하거나, 바인딩 작업, 자개 작업 등 제작자의 노력이 들어가면 가격이 올라간다. 음식으로 치면 이런 음식은 미슐랭 3 스타에 나오는 창조적이고 아름다운 요리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미슐랭 3 스타의 요리가 2 스타의 요리와 맛으로 비교했을 때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일까? 당연히 아니다.
요즘 셰프 호소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원물에 대한 집착이 매우 심하다.
마치 악기에 비유하자면 최고급 무늬목들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그 나무들을 블록처럼 쌓아놓고 "이것은 최고의 악기 재료이므로 이렇게 블록으로 쌓으면 최고의 악기가 완성됩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원물은 그저 좋은 나무에 불과하다. 그것을 좋은 악기로 만드는 것은 악기 제작자의 악기에 대한 이해, 그리고 악기를 가공하고 조립하는 방법, 소리가 잘 나도록 좋은 줄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그냥 화려한 나무들에 불과할 뿐 악기로서의 값어치는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좋은 음식 재료는 재료만으로 섭취 가능한 것도 있기에 나무와 달리 섭취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과연 그 좋은 재료들을 모아 한 번에 입 안에 넣었을 때 그 안에서 손님들은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좋은 재료들만 한데 모아 손님에게 제공하면 과연 그것들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일식 카테고리에서 최고급 북해도 우니, 보리새우, 털게, 금태 등을 한 입에 털어 넣는 것이 요리로서 어떤 가치가 있을까? 손님은 비싼 값을 지불함에도 불구하고 4가지의 음식을 다양한 바리에이션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건 셰프 호소인은 4가지 바리에이션을 만들어낼 수 없기에 그저 손님이 한 입에 그 좋은 재료들을 털어 넣는 것을 보면서 나는 최고의 실력으로 최고의 재료를 가지고 최고의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요리는 단순해 보이지만 인문학적인 소양이 많이 필요할 정도로 여러 가지 이해도가 겹쳐졌을 때 비로소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셰프 호소인들은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조리'가 아닌 '조립'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셰프호소인들이여, 당신들이 조립하는 요리는 그저 차곡차곡 쌓아놓은 나무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스스로의 실력이 조립하는 수준이라는 걸 알게 될 때 비로소 조리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