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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주 Apr 14. 2024

3. 주거지역엔 법인카드가 없다.

가... 가격이 비싸다고요? 

   나는 첫 번째 장사를 분당 수내동, 두 번째 잠시 강남에 있은 후 판교에 터를 잡아 거의 대부분의 요식업 생활을 판교 테크노밸리와 알파돔타워에서 했다. 


   판교의 경우 법인카드 사용 비율이 매우 높고, 기본적으로 식대가 제공이 되기 때문에 기본 가격을 10,000원에 맞췄고, 그전에 수내동에 있을 때에도 적절한 가격을 받았다. 


   다시 오랜만에 주거지역으로 오면서 음식의 가격은 5년 전 판교에서 판매했던 가격에 맞췄고, 수지구, 혹은 성남 분당구와 비교해도 절대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책정을 하여 음식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 예로 25,000원에 팔던 숙성회는 분당구, 아니 분당이 아닌 인근 광교나 수지구 동천동 일대로만 가도 45,000원 정도 받는 양을 제공했다. 


  밥 또한 고기 200그램 기준 10,000원의 덮밥을 판매했다. 그것도 남들이 쓰는 저렴한 후지나 전지가 아닌 삼겹살을 사용했다. 


  그런데 내게 들어오는 얘기는 '비싸다'라는 얘기였다......


  상현동이 전체적으로 물가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하다는 얘기는 거주민들을 통해 들었으나 나는 사실 내 음식을 비싸게 팔지도 않지만 박리다매를 할 수도 없단 생각으로 음식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당황스러웠으나 상현동에서 장사를 시작한 이상 가격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때 나의 결정은 '가격 고정'이었다. 그리고 상현동에 들어가자마자 2년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른 곳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음식의 가치를 모르는 상권을 만난다면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가격을 낮추거나 혹은 떠나거나. 나는 힘들더라도 가격을 유지하고 다시 내 음식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생각해 줄 상권이 있는 곳으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동네 홀 손님보다 좋은 숙성회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을 타깃으로 장사를 하기로 결정을 했다. 숙성회의 무덤이라 불리는 용인 상현동(상현동은 숙성횟집이 거의 없다. 동네 단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현동에서 숙성횟집은 무조건 망한다는 얘기를 해주시곤 했다)에서 나는 저녁 4시간 동안 일 평균 100-150만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마진율이 기존의 판교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어 매출이 높아도 버는 돈은 적어졌지만, 적어도 지속적인 재구매를 충족시키는 상황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이 매출에 관해 전 국민이 다 아는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국책사업으로 나와 면접을 할 때 "그 매출이 가능한가요?"라는 이야기를 했을 정도로 그 매출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매출은 돈을 벌기 위한 매출이 아닌, 2년 후 가게를 옮길 때까지 살아남기 위해 버티기 위한 매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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