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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티기 Aug 13. 2024

글을 쓰면 삶이 가꾸어진다

작년 초부터 시작한 글쓰기가 어느덧 100편을 넘어섰다. 중간에 시험공부를 핑계로 사 개월 쉬어간 기간을 고려하면, 한 달에 6~7편 정도를 꾸준하게 써왔다. 글을 매일 올리는 작가들도 많은데, 겨우 이 정도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게 우습기는 하다. 하지만 하루 걸러 24시간 근무를 해야 하는 강행군에도 게을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은, 나 스스로 대견스럽게 생각한다. 작년 11월 다시 쓰기 시작한 이후로는 어김없이 매주 한 편의 글을 올리고 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느끼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이젠 어지간히 숙달될 법도 한데, 아직까지 부담스러운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고스란히 문장에 담아 글로 엮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내 생각을 단순히 옮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 글을 읽을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부분까지를 배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든 글쓰기를 지속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많은 요건과 능력들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글쓰기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쓰려면 무엇이 요구되고 필요한 지에 대한 느낌을 표현해 보았다.


글쓰기를 지속하기 위한 우선적 요건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적어도 이 요건만큼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조지 오웰이 '나는 왜 쓰는가'에서 주장한 네 가지 동기는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이었지만, 이 중에 나의 글쓰기 동기와 일부 일치하는 것은 '역사적 충동' 정도일 것이다. '역사적 충동'은 사실과 진실을 기록 보존하여 후세까지 전하기 위한다는 것인데, 나는 순수하게 퇴직 후 다른 방향으로의 인생행로 도전을 기록하여 남기겠다는 마음이었다.


군(軍) 경력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시작하는 생소하고 흥미로운 생활의 에피소드를 다뤄보고 싶었다. 좀 더 욕심이 있었다면, 퇴직 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었다. 이같이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동기는 정말 순수했다. 그러다 과거를 되돌아보게 되고, 또 현재는 올바로 살고 있는지 살피다,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주제까지 발전한 상태다. 나 만을 만족시키기 위한 글에서 독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 진화해 갔다. 어떤 주제로 더 범위를 넓혀나갈지는 정해진 바가 없지만 글을 계속 쓰고 싶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기본적 동기라고 한다면, 전문적 측면에서 갖추어야 할 소양이 요구된다. 나는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어휘력, 문장력, 문해력을 들고 싶다.


어휘력은 단어를 마음대로 부리어 쓸 수 있는 능력이다. 전문적 측면의 소양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 볼 수 있다. 요즘 언론에서 많이 다뤄지고 있는 '문해력 부족'이라는 것도, 좀 더 들여다보면 어휘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천 시, 심심한 사과, 사흘, 금일, 무운, 0명, 중식 등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말들이다. 이 중에서 사흘, 0명을 제외하면, 모두 한자투 단어에 대한 오역에서 빚어진 논란이었다.

북한이 24일 오전 살포한 대남 쓰레기 풍선이 대통령실 청사 내에 떨어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북한이 날려 보낸 쓰레기 풍선이 경내에서 발견돼 긴급 조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청사 인근에 오물풍선이 떨어진 적은 있지만 경내에서 낙하물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합참과 공조해 북한이 부양한 대남 쓰레기 풍선을 모니터링 중 용산 청사 일대에서 낙하 쓰레기를 식별했다. 이후 화생방 대응팀이 조사한 결과 물체의 위험성이나 오염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이후 수거 조치했다.

북한에서 살포한 쓰레기 풍선이 대통령실 청사 내에 떨어졌다는 뉴스기사 내용의 일부이다. 한자투의 단어가 대부분이다. 몇 개 단어의 의미만 몰라도 전체적인 맥락이 머리에 들어오기 어렵다. 그렇다고 한자를 많이 알아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 글을 읽어야 할 사람들이 한자투의 단어를 거북스러워한다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단어로 바꾸어 써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즐거움을 나타내는 말은, 기분 좋은, 명량한, 밝은, 상쾌한, 신나는, 유쾌한, 즐거운, 쾌활한.... 정말 많다. 성격을 가리키는 단어도, 성품, 인품, 인격, 인성, 성질, 성깔.... 다양하다. 문제는 문맥과 가장 어울리는 단어를 찾아서 넣어야 한다. 이야기하려는 의도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사용하면, 독자가 전체적 맥락을 파악하는데 지장을 준다. 말 그대로 느낌이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맥에 맞는 가장 적절한 단어를 찾아내는 것', 이것은 내가 아직까지도 고민하고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음은 문장력인데, 글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 보유해야 할 필수적 능력일 것이다. 문장력은 글을 짓는 능력이다. 여기서 '짓다'는 '재료를 들여 밥, 옷, 집, 약 따위를 만들다’와 같이 다양하게 쓰인다. 사전에는 ‘시, 소설, 편지, 노래 가사 따위와 같은 글을 쓰다’로 나와 있다. 나는 이 능력은 거의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글을 많이 써야 할 당위성은 여기에 기초하고 있다. 문장을 많이 만들어 보고. 다시 읽어보고, 고쳐 써본 사람을 당할 사람은 없다.


사람들과 카톡방에서 주고받는 내용을 관심 있게 들여다본 적이 있다. 젊은 사람들은 대게 말이 짧다. 주부와 술부가 갖추어진 문장을 보기 힘들다. 나이가 든 사람들도 제대로 된 문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거기다 이모티콘 사용이 대세이다 보니 문장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나는 가능하면 문장으로 만들어 표현하고, 이모티콘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가끔 주고받은 문자를 들여다보면, 무리에서 뒤처진 재미없이 답답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할 수 없다. 글을 계속 써야 하는 내가 평상시에 문장력을 늘리려면 말이다. 이모티콘으로 퉁친 대화는 내 표현력을 퇴화시킬 게 분명하다.


또 하나 들 수 있는 것은 문해력인데, 요즘 언론에서 문해력을 자주 들먹이고 있다. 그런데 실상을 보면, 어휘력을 호도해서 표현한 이야기가 많다. 문해력은 사전에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실질적 의미는 글을 읽고 이해하며 자기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된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인 맥락까지도 이해하는 능력이 언급되기도 한다. 어휘력 부분에서 언급했던 '0명' 같은 경우가 문해력과 관련된다. 전체적인 맥락을 읽어낼 수 있으면, 한 명도 뽑지 않으면서 약 올리냐는 말은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문해력이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서 갖추어진다고 생각한다. 문외한인 분야도 주제를 정하고 공부해 가면서 글을 써봐야 길러진다, 또 하나의 방법이라면 잡식성 독서다. 내가 잘 못하고 있는 부분을 말하려니 양심에 걸리기는 하지만, 방법이 그렇다는 거다. 내가 갖추어야 하고 숙달시켜야 할 능력으로 문해력은 든 이유는, 독자의 입장에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한 지름길이라 여겨서다. 내가 문해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독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는 두 가지가 있다, 자신 만이 유일한 독자인 글과 독자와 교감을 해야 하는 글이다. 일기나 기록과 같은 것은 굳이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 보다 솔직하게 누락 없이 적는 것이 우선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글쓰기는 후자인 독자와 교감을 해야 하는 글이다. 글의 본질은 독자와의 대화이고 설득이다. 본질에 충실하려면 잘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글쓰기가 곤혹스러운 일에 머물러 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을 계속할 것이다. 글을 쓰면 쓸수록 나의 삶이 가꾸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사유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좋은 방향으로 다듬어져 간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욕구인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추동력으로 삼고,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서 어휘력, 문장력, 문해력을 향상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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