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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v Nov 17. 2023

언니! 것 좀 가꼬와!

그림책 읽어주는 아빠 [행복한 청소부]

후배 결혼식 사회를 보러 가는 길이었다. 식장 근처 지하철역에 다다라서, 역사 안 화장실을 찾았다. 화장실 입구에 파란색 조끼를 입은 아주머니 두 분이 계시는 걸 보니 청소하시려는 것 같았다. 


"언니! 것(?) 좀 가꼬와바! 여기 좀 해야겠어!"


입구를 지나가려는데 두 분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어느 한 분이 다른 동료에게 황급히도 무엇을 가져오라고 했다. 바닥 어딘가를 닦아야 하는가 싶었다. 나는 일을 보려다 흠칫 놀랐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청소도우미 그분이 화장실에 들어와서도 놀라긴 했지만, 내 눈에는 그리 달리 보이지 않는 곳을 닦아내는 모습 때문이었다. '저기를 닦으려고, 동료분에게 그리 황급히 것(?) 좀 가져오라고 하셨구나.' 그리고 그분은 열심히 닦으셨다. 그리고 다음에 그분이 뱉어낸 말이 너무도 선명하게 내 귀에 꽂혔다.


"이렇게 해야 고객들 사용할 때.."


고객들이라니, 나의 신분은 ㄱ분이 그 말을 내뱉은 순간 격상되었다. 내 눈에는 당연히 보이지 않았을 어떤 더러움이 그분의 엄격한 기준 앞에서는 달리 보였나 보다. 아주머니는 스스로의 직업적 소명을 명확히 하고 계셨다. 자기가 맡은 구역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거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소중히 대하는 마음까지 가지고 있었다. 


모니카 페트 작가의 너무도 유명한 그림책 [행복한 청소부]가 생각이 났다. 

아저씨는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 독일 거리의 표지판을 닦는 일을 한다. 이 아저씨가 맡은 구역은 작가와 음악가들의 거리다. 바흐 거리, 베토벤 거리, 하이든 거리, 모차르트 거리 ... 빌헬름 부슈 광장. 아저씨가 맡은 표지판은 너무도 깨끗해서 다른 청소부들의 인정까지 부른다. 그러던 어느 날, 표지판을 닦고 있던 아저씨 곁에서 한 아이와 엄마가 나눈 대화는 아저씨의 일상을 바꾸어 놓는다. 

"엄마! 저것 좀 보세요! 글루크 거리래요. 글뤼크 거리라고 해야 하잖아요?" 

"글루크가 맞단다. 글루크는 작곡가 이름이야."

아저씨는 당황한 나머지 다시금 표지판을 보면서 아이만큼 글루크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다. 집으로 돌아온 아저씨는 자기 구역 음악가들의 이름을 적은 뒤에 신문 스크랩부터 시작해서, 그 음악가의 공연을 보러 가고, 크리스마스에는 레코드 플레이어를 사 그 음악가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선다. 도서관에 가서는 작가들이 쓴 책들을 열심히도 빌려 읽는다. 저녁마다 책 속의 이야기들에 잠기게 되고, 음악의 비밀에 더 가까이 다가선다. 아저씨는 이제 멜로디로 휘파람을 불고, 시를 읊조리고, 가곡을 부르며 소설을 이야기하며 표지판을 닦는다. 시간이 더 흐른 뒤에 아저씨는 음악가와 작가들에 대해 학자들이 쓴 책을 빌리기 시작하고, 일하는 동안 스스로에게 깨달은 바를 강의하기에 이른다. 표지판을 닦는 아저씨에게서 들리는 소리가 지나가던 사람들에게도 들린다. 오랜 시간 작가와 음악가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선 아저씨의 강의는 그가 맡은 청소 구역에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게 만든다. 너무도 유명해진 아저씨에게 기자들이 찾아오고, 대학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도 생긴다. 아저씨는,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로의 일상을 여전히 살기로 선택한다. 아저씨가 닦는 표지판도 여전히 빛나고 있다. 


내가 만난 그분은 자기가 맡은 구역에 있어서는 그 어느 누구보다 전문가임에 틀림없다. 철저한 자기 기준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걸 보게 만들었고, 그걸 유지하는 것이 그분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되도록 했다. 그분이 닦던 바닥의 타일은 언제나 깨끗할 것이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소중히 하는 그분의 마음이 더해져 늘 빛나는 타일이 될 것만 같았다. 그때를 다시 떠올리면,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고객'이라 칭하는 그분의 말소리가, 자기 구역의 음악가와 작가들을 사랑했던 아저씨의 마음과 겹쳐서 들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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