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내는 마음
휴일이 끝나고 다음 날, 마침 어버이날이었다. 멀리 이사오고서 처음 맞이하는 어버이날. 선물을 직접 전해드릴 수 없어서 택배를 부치기로 했다. 우체국으로 갔다. 선물을 담을 박스를 골랐다. 중간 사이즈 3호. 발송정보를 적고, 포장하는 동안, 내 옆에서 열심히도 박스에 무언가를 담는 이가 보였다. 그는 딱 봐도 큰 사이즈의 박스에 분유통을 여러 개 넣고 있었다. 많은 양의 분유에 눈길에 쏠렸다. 그는 분유를 다 담았는지, 나머지 테이프로 박스를 칭칭 감았다.
"외국? 비행기로 보내? 에어플레인??"
"오! 넨! 에어플랜! 뱅기 마자욘!!"
베트남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였다. 그는 아빠이기도 했다. 그는 고향과 아내, 눈에 밟혔을 아이를 두고 떠나온 이곳에서 돈을 벌었다. 그리고 아이들 먹일 분유를 가득히 샀다. 아빠의 빈자리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양이었을 것이다. 아이가 보고싶을 때면, 마트로 달려가 분유를 하나씩 사두었을까. 아빠의 온기를 담아 보낼 최고의 선물이기도 했을 것이다. 낯선 땅, 처음 만나는 사람들, 서툰 일, 다른 언어 그리고 지독한 외로움. 그 어떤 것도 분유를 사보내는 아빠 마음보다 크지 않았다. 국제우편으로 받아든 물건을 보고서 아내는 남편을 떠올리겠지. 그리고 아내는 젖먹이 아이들을 열심히 먹이겠지. 그냥 분유가 아니라, 아빠가 멀리서 보내온 분유, 외로움을 견디고 번 돈으로 부친 그걸로. 그는 박스 한 켠에 A4용지에 집 주소를 빼곡히 적었다. 타국인인 나는 무어라 알 수 없는 자기나라의 언어로 너무도 익숙한 집 주소를. 박스 포장을 다 마쳤는지 그에게서 뿌듯한 미소가 보였다. 그는 택배를 부치고서 다시 일터로 향했을테다. 가족을 살릴 돈을 벌기 위해.
언젠가 '남자다운 건 뭘까'로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내린 답은 '책임감있는 사람'. 아이들, 가족, 아내를 부양하기 위해서 멀리 이곳에서 일상을 살아내는 그가 참 남자다웠다. 택배박스에 분유를 넉넉히 담고 그 안에 아이를 향한 아빠마음, 아내를 향한 남편의 애정까지 담았으니 그 무게가 상당했을 것이다. 무거운 택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