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목이 댕강 잘려도 모르는 일

4대 보험에 등록되어 있지 않다는 서러움

by 황훈주

잘렸다.

그것도 너무 손쉽게.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으앗! 한 번 말 하지 못하고 잘려 나가는 게 프리랜서다.




저번달에 고생고생해서 월 200만 원정도를 벌었다.

'이제 정말 글로만 먹고 살 수 있는 시대를 열었나?'

싶었는데 그 희망회로는 몇 일 가지 못하였다.

몇 일이 지나 카톡 하나가 쑥 날아왔다.


"지금까지 고생해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연락 없던 담당자가 갑자기 연락하면 대부분 이유는 비슷하다.

여러 미사어구와 수식어가 있지만 프리랜서 계약을 중단하고 싶다는 거다.

그렇게 수입원 40% 이상을 차지했던 일감 하나가 날아갔다.


그렇게 카톡 하나로 나는 일이 잘렸다.


일 하나 따기 까진

1차 원고, 2차 원고 면접을 보고,

교육이란 이름으로 한 두 달은 또 연습 원고를 쓰기도 한다.

그리고 여러 말을 하며 힘들게 계약을 하지만

잘리는 건 카톡 하나다.


4대 보험이 있는 회사에 취직하면

퇴사 통보는 한 달 전에 알려달라 하지만,

프리랜서의 계약 해지는 너무나도 쉽게 이뤄진다.


아. 역시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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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몇 다양한 프리랜서 글 작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문화가 하나 있다면

절대 일을 하는 도중에도 회사의 정체와 나의 담당자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거다.

오픈채팅으로 이뤄지는 일들이 대부분이고 노션으로 업무를 주고 받는다.

전화 한 통 할 일도 없고, 담당자 이름도 알 수 없다.

또는 디스코드, 또는 메일로 오간다.

흡사 빅브라더스 속에 갇힌 작은 개인이 이런 느낌이였으려나 싶을 정도다.


일은 오가고, 돈은 오가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일은 언제든 차갑게 끊길 수 있다.

사람이 없으니 감정이 남을 수도 없다.

감정이 남을 수 없다는 게 참 손 쉬운 일이면서도 무서운 일이다.


프리랜서는 방향성을 잃는 순간 미래가 없다.

단순히 돈을 어느정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는 순간이 왔다고 해서

일감 처내는 것에 안주하는 순간 미래는 없다.

일은 언제든 사라지기 마련이고, 너무나도 쉽게 버려질 수 있다.


결국은 남들이 찾아줄 수 있는 글을 쓰고,

남들이 듣고 싶어하는 정보를 찾아 정리해야 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24시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글을 쓰고

남은 시간에 새로운 상품 개발을 위한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는 게 쉽진 않다.



결국, 프리랜서라ㄴㅡ갑ㅈ

갑자기 날아온 해고 통보에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볼 수 있음 좋겠다 웃으며 말했지만

어디에도 전하지 못한 감정은 내 안에 남아

자꾸 이리저리 뒹군다.

한동안 일이 사라져 붕 뜬 시간에

'내 글을 써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멍하니 있게 될 거 같다.


역시 회사에 있을 때가 몸은 힘들어도

정신은 편할거란 말이 옳았다.



동네 작가로 살아남는 tip
1. 일 감 주시는 대감마님과 충분한 소통 및 업무 소통 방법 만들기!
2. 일 감 주시는 분들도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 어떤 결과를 원하는지 일 중간 체크 필수
3. 생각보다 글 써서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근근이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
4. 내 충실한 무급 조수. chatGPT를 최대한 효율적, 효과적으로 활용하자
5. 채용이 곧 일 시작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게 수익을 줄 일감이 몇 개인지 상시 체크!
6. 시간과 돈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가 내 갈 길을 정한다.
7. 잊지 말자. 일은 언제든 끊길 수 있다. 지속을 위한 내 브랜드, 내 글을 써야 한다.
8. 따 놓은 일감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항상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리적이든 심적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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