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고 잡다한 이야기
한 나라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그 나라의 음식 기원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정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선 그 지역에 주로 나는 것을 이용해 최대한 양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문화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동양과 서양을 구분하는 가장 큰 식문화 중 하나를 뽑으라면 쌀과 밀 문화가 아닐까 싶다. 그럼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이 하나 있다. 쌀밥은 있는데 밀밥은 없는 이유는 뭘까? 쌀은 껍질을 벗기고 끓여 먹으면 되는데 밀은 힘들게 부수고 반죽해 구워 먹어야 했을까? 이토록 복잡한 식문화를 만들고 빵의 역사를 이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이야기는 빵의 역사를 따라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며 수 천 년 후 피자를 만들게 된 이유와도 연결된다.
먼저 밀가루의 유래부터 알아보면 좋겠다.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아>를 보면 밀가루를 빻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또한 빵, 국수 등 고대 그리스 음식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빵의 시작은 고대 그리스보다 더 과거로 간다. 기원전 3,000년 경 메소포타미아에서 빵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아마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밀가루에 물을 반죽해 빵을 만든 일들은 계속되었을 것이다. KBS에서 방영한 <요리인류 : 빵>을 참고하면 유목민들이 적은 물로 빠르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빵을 발견했을 것이라 추정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_20_R1Zjsu8&t=1087s
물론 빵을 만들지 않고도 밀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있었다. 곡물밥이라 하여 밀도 죽처럼 물에 뭉근하게 끓여 먹는 방법은 고대 로마에서도 사랑받은 방법이다. 다만 당시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에 밀에서 밀 거야를 벗겨내지 못했고 같이 끓여 먹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바로 이 불편함이 빵을 만들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밀은 쌀과 다르게 강도가 약하다. 조금만 압력을 줘도 부스러진다. 쌀은 갈판에 갈면 껍질과 낱알이 분리되지만 밀은 그대로 같이 부서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밀 거야를 빼고 먹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가루를 내고 체에 거르는 방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또한 죽을 끓이는 것보다 밀가루 반죽이 물도 훨씬 적게 쓰니 여러모로 유용한 방식이었던 것이다.
최초의 빵의 모습은 납작했다. 이집트에선 효모를 이용해 빵을 부풀게 하는 방법을 익히 알았지만 대부분 지역에선 빵을 납작하게 해서 먹었다. 이 형태는 지금도 남아있다. 흔히 인도 카레집에 가면 먹을 수 있는 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납작한 빵은 여러모로 요리에 유리했다. 무엇보다 조리 시간이 짧았고,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었다. 빵을 부풀게 하고 부피를 키우면 오븐을 이용해 속까지 고루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헀지만 납작한 형태의 빵은 그저 불판과 불만 있으면 되었다. 심지어 유목민족은 잿더미 속에 반죽을 넣고 익혀 먹기도 했다.
이 애 대한 이야기는 음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해 주는 유튜브 채널 <이오>를 통해 보다 자세히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6bySZ1wpZU&t=173s
이러한 납작한 빵은 그저 빵의 역할을 벗어나 식탁 위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게 된다. 이에 대한 것은 문헌에 자주 나타난다. 바로 식탁 위 그릇으로 사용한 것이다. 서양엔 ‘트렌쳐’ 또는 ‘트랑슈와르’라는 단어가 있는데 프랑스어가 어원으로 중세 요리에 사용하는 식기를 뜻한다. 이 식기는 보통 딱딱한 빵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이러한 문화는 꽤 오랫동안 이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아이네이드>라는 소설에선 “배고파서 테이블까지 먹을 거 같다”는 표현이 나온다. 여기서 테이블은 바로 이 납작한 빵을 말한다.
이 납작한 빵그릇에 무언가를 올려 먹는 발상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애초에 피자의 어원을 ‘피타’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납작한 빵을 뜻하는 단어로 현재도 그리스에선 ‘피타 기로스’라고 하여 납작한 빵을 이용한 여러 음식이 존재한다. 납작하기에 무언가를 싸기 좋고 그 결과 다양한 음식을 넣어 먹는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보인다.
그럼 우리가 아는 피자는 언제 시작되게 되었을까? 피자에 필수로 들어가야 하는 토마토 소스. 이 소스가 들어온 시기가 언제인지를 알아보아야 한다. 정확하게 토마토소스에 관한 요리책은 1692년에 등장한다. 나폴리 총독의 요리사였던 안토니오 라티니가 쓴 책으로 이를 통해 최초 토마토소스를 요리에 사용한 나라를 나폴리로 본다. 이때부턴 우리가 아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폴리에서 피자를 즐겼고, 그중 마르게리타 피자가 나왔다는 이야기 말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양한 지식을 정리해 주는 <세상의 모든 지식> 채널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_EhENiUiOc
나폴리에서 먹던 피자가 전 세계인이 사랑하게 된 것은 바로 이탈리아인들이 미국으로 많이 이민을 갔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즐기는 다양한 국가의 음식은 대부분 미국에서 유행한 것들이다. 세계인들의 용광로라 불리는 미국에서 성공하고 살아남은 로컬 음식은 어느 나라로 가도 정착할 수 있다는 일종의 라이선스를 받은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왕 피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니 이탈리아 본토 피자 문화를 알고 싶다면 알베르토 몬디의 채널을 가 보면 된다. 이탈리아 출신 한국 활동 유튜버로 이탈리아에서 피자를 먹는 문화와 그 이유까지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탈리아는 1인당 피자 한 판이 기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음식을 다양하게 시키고 나눠 먹는 문화가 자연스럽지만 유럽에선 각자 자신의 접시를 먹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nrKieXGyFLQ&t=100s
이탈리아 피자를 말하면 꼭 소개하는 대전의 피자집이 있다. 지족동에 있는 피자 다 알리다. 이곳은 전통 나폴리 협회에서 인증한 곳으로 나폴리에서 먹는 맛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유성온천역 근처에 있는 알 텐데도 전통 인증을 받은 나폴리 피자집이다. 전통 나폴리 피자에는 여러 인증 절차가 있는데 가볍게 살펴보면 직경은 35cm를 초과하면 안 되고 가장자리는 솟아 있어야 하며, 토마토는 손으로 으깨야한다 등 그 매뉴얼만 29페이지에 달한다. 이 정도로 깐깐하게 맛을 보전하고 하니 한 번쯤은 가서 피자 문화를 즐겨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