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려동물에게
약 6개월 동안 진로 고민을 많이 했다. 회사로 돌아갈 수 있을까? 회사에 다닐 수 있을까? 물론 전업 작가가 되는 게 나의 바람이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여름날 우수수 떨어지는 은행처럼 가능성은 발길에 차였다.
내면이 불안하면 외부에서 답을 구하고 싶어 진다. 여러 번 사주를 봤다. 사주에서도 창작의 길은 요원하다는 답변만을 들었다. 부정적인 답변에 위축되진 않았지만 심기가 불편해졌다. 현재도 탐탁지 않은데 미래마저도 호의적이지 않다니.
그러나 나의 페인킬러가 된 후쿠는 이 모든 것을 상쇄했다. 천성적으로 말 잘 듣는 아이, 순응적인 사람으로 살아온 내가 주변의 기대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 고양이에 대해 처음 넌지시 말을 했을 때 할머니는 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보통이었으면 그 길로 물러났을 텐데 난 후쿠를 들였다(물론 언니와 동생은 지지했지만).
그 결과, 나는 희로애락을 더욱 풍성하게 느꼈다. 착 달라붙어 있던 외로움도 조금씩 떨어져 나갔다. 양육자의 지지를 얻지 못하더라도 나의 선택이 그 누구에게 피해 주지 않고 나의 행복에 기여하는 사례를 얻었다. 물론 할머니도 이후에는 후쿠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셨고, 후쿠 이야기를 하면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지곤 하신다.
항상 감정과 생각이 행동을 짓누르곤 했는데 이제는 생각보다 행동을 앞서게 되었다. 후쿠에게 이상 징조가 나타나면 경제적인 문제를 차치하고 가방을 꺼내고 병원으로 향한다. 난 후쿠가 아파도 지갑 사정 운운하며 전전긍긍할 줄 알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무슨 일이 터질 것 같거나 터져버리면 후쿠를 먼저 이동장에 넣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게다가 맞닥뜨린 상황에선 주머니 사정은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린다. 돈에 연연하는 성격이긴 하지만 생각보단 전전긍긍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달까. 그리고 돈은 수단이라는 걸 몸소 배웠다.
남들이 원하는 직장, 어른들이 바라는 직업 대신 내가 원하는 걸 궁구 했다. 그리고 그 결과 고민하지 않고 학원에 등록했다. 바리스타와 제과 제빵을 배우고 있다. 새벽에 일찍 베이커리나 카페로 출근하고 오후에 퇴근.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글을 쓰고 후쿠와 놀고, 언젠간 열릴 작가의 길을 생각하며 몸은 고되더라도 마음은 안락한, 그런 일상을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내게 바란다.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약 15년 내외이다. 나는 모든 계획을 세울 때처럼 조금 더 욕심을 내본다. 후쿠와 20년을 함께 살기를. 큰 사고나 사건이 터지지 않는다면 후쿠의 생은 나보다 빨리 끝난다. 모든 관계의 끝에는 언제나 같은 결말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마주할 자신이 없다.
그럴 때마다 나의 단점을 활용해본다. '반추하기' 첫 만남부터 오늘까지 복기한다.
후쿠와 짧은 시간을 보내면서 극적으로 변했다. 기상시간은 거의 규칙적으로 자리 잡았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겪기도 했지만 버텨냈다. 생각하기 전에 손이 먼저 움직이고 무거웠던 엉덩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동물병원으로 달려갈 수 있게 되었다. 청소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작은 생명체의 복지를 위해서, 매일 30분 작은 투자를 한다. 그 결과 깔끔한 환경을 나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아직도, 앞으로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지금껏 그랬듯이 후쿠와 함께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리라 자부한다. 우리는 자잘한 자갈에 흔들리기도 했고 커다란 바위에 앞길을 가로막힌 적도 있었다. 그래도 마주 잡은 두 손을 놓지 않고 지금까지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던 난 지금 방을 돌아보면 바람 빠진 웃음이 난다. 내 물건에 있어선 미니멀리즘을, 후쿠의 물건에 한해서는 맥시멀 리스트를 자랑한다. 그런데도 반려동물 용품을 보면 더 좋은 것을 사주고 싶고 들이고 싶다. 욕심에는 끝이 없다.
후쿠 덕분에 경제적인 책임감을 갖게 되었고, 향후 진로까지도 결정하게 되었다. 약의 용량을 줄였다. 건강해야 할, 적어도 후쿠와 비슷하게 그보다는 조금 오래 살고 싶은 생에 대한 갈망도 싹튼다. 매일이 좌충우돌이고 우왕좌왕하는 초보 집사이지만 어쨌거나 한 생명을 보호하고 부모를 자처한 내가 때로는 대견하기도 하다.
함께 산 날 보다 함께 살 날이 많은 우리, 내가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은 어떨지 감이 오진 않고 의지의 영역 밖에 있지만 후쿠의 길만큼은 꽃길로 만들어 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