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의 분리불안 이야기
듣기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노래가 있다. 바로 ‘섬집 아기’라는 동요. 제목은 낯설지 몰라도 동요가 시작되면 '아! 이 노래!' 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가사를 곱씹을 수록 가슴은 먹먹해진다. 이 노래의 애절함은 2절에서 증폭된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 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굴을 다 캐지도 못하고 혼자 자고 있을 아이 생각에 달리는 엄마의 절박함이 가슴에 와닿는다. 후쿠를 키우면서 여느 때보다 이 노래가 머릿 속에 맴돌았다. 집앞 슈퍼에 갈 때, 일주일에 한 번 본가에 갈 때, 병원에 갈 때 모두 마찬가지다.
열린 현관문을 빤히 바라보는 후쿠의 두 눈망울은 발과 마음을 무겁게 한다. 집과 멀어질 수록 감정은 희미하게 옅어진다. 아무렇지 않은 척 일과를 보낸다. 돌아가는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조급해지곤 한다. 버스가 신호에 걸리기라도 하면 전전긍긍하다 못해 절박하다. 지금 당장 화장실이 급한 사람 못지 않다. 이내 버스에서 내리면 쫓기는 마음으로 집까지 헐레벌떡 뛰어간다. 번호키 누르는 소리에 후쿠가 현관 앞까지 와서 나를 반기며 울면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꼭 껴안는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집밖을 나서는 게 더 꺼려졌다. 지금도 충분히 히키코모리 같은 삶을 살고 있는지라 고민 끝에 홈CCTV를 설치했다. 혼자 남겨졌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길 바랐다. 그리고 나의 바람대로 혼자 집에 남겨진 후쿠는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냈다. 그러나 안도한 만큼 가슴을 쓰리게 하는 일도 간혹 있었다.
어느 날, 본가에서 할머니와 대화하다 홈CCTV에 접속했다. 친구와 수다를 떨면서 스마트폰에 손이 가는 것처럼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가슴에 추가 내려앉았다. 화면 속 후쿠는 잠에서 깨서 울부짖고 있었다. 울음 소리는 화면 너머 가슴에 닿았다. 현관을 향해 울고 닿을리 없는 헛된 점프를 하기도 했다. 작은 방은 후쿠에게는 너무나 황량했고 널찍했다. 같은 자리를 맴도는 후쿠를 보는데 마음이 찡했다. 옆에서 이 모습을 본 할머니도 안타까워 했다. 그날 나는 예정된 시간을 앞당겨서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역시나 가시밭길처럼 더디기 그지 없었다.
후쿠가 뛰쳐나간 사고가 있는 후부터는 현관 앞에 도착하고 나면 한 템포 쉰다. 후쿠의 위치를 확인하고 나서 도어락을 연다. 울다가 지친 후쿠가 잠에서 깨서 어슬렁 어슬렁 현관 앞에 와서 자리를 잡고 앉는다.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야 서러움이 폭발했는데 냥냥대며 운다.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여서 후쿠의 몸을 감싸안는다. 그럼 저항도 하지 않고 빠져나가지도 않고 후쿠는 가만히 눈을 감는다. 때로는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기도 한다.
외출하고 돌아올 때마다 반복이다. 그리고 겁쟁이 집사는, 아이러니하게도, 밖에서 홈CCTV 접속이 조금은 무섭다. 당장 뛰어갈 수 없는데 울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 견딜 자신이 없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생각한다.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나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확실한 존재가 이 지구상에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그렇기에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내 걸음은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날랜다. 집에 갈 때는 그 어느 때보다 힘있게, 빠르게 걸어간다. 조금이라도 닿을 수 있는 시간을 벌고 싶어서.
후쿠를 키우면서 섬집아기 노래 속의 엄마의 마음이 더더욱 와닿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